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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고전 번역은 모든 학문의 필수 조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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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07-09 17:26 조회2,5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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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은 모든 학문의 필수 조건이죠”
한국고전번역원 산파역 신승운 교수
[중앙일보]2007.07.09 05:01 입력 / 2007.07.09 05:45 수정
 
국내의 대표적 고전국역 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가 이르면 연내 ‘한국고전번역원’(이하 번역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민추의 해체와 번역원 신설 등을 담은 ‘한국고전번역원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려온 사람은 신승운(56·성균관대 문헌정보학·사진) 교수다.

“앞으로 굵직굵직한 고전 국역사업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 교수는 번역원의 청사진을 제시한 ‘국학진흥을 위한 기획조사 연구팀’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그는 1975년부터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95년까지 민추에서 일한 ‘민추 사람’이다. 제대로 된 고전 번역기관에 대한 그의 꿈은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민추 국역부장으로 있던 85년 그가 작성한 ‘고전국역 활성화 방안’은 오늘의 민추가 있게 한 밑그림이었다.

신 교수가 볼 때, ‘한국문집총간’ 등 각종 고전을 번역해 낸 민추의 성과와 몇몇 선각자의 희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그는 그 한계를 제도적 측면에서 찾았다.

“민추는 민간 재단법인입니다. 재단이면서도 기금이 없어, 매년 정부의 보조금을 타서 운영했죠. 고전 번역의 경우 한문 전적에 대한 교감·표점·해제·색인 등 번역 이전의 작업만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정부 보조금 체제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새로 탄생할 번역원은 번역원법에 의해 특수법인의 지위를 갖는다. 보조금이 아닌 정부 출연금을 받게 됐다.

“번역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는 우수한 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토대입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죠. 여기에 우수한 인력이 합쳐진다면 좋은 번역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는 개화기 이전 자료나 문서의 90% 이상이 한문으로 돼 있는 우리 실정에서 고전 번역은 모든 학문의 필수 조건이 돼야 한다고 믿어왔다. 한문 문화를 한글 문화로 바꾸는 기초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에야 전통의 선택과 집중, 혹은 계승 등의 후속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우리 학계의 번역 수준이 높아 지려면 대학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번역 경시 풍조는 고질적입니다. 최근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에서 번역만으로 학위를 주는 제도가 일부 도입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더 나가야 해요. 교수들이 번역을 하고 싶어도 학술적 업적으로 인정이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을 덜 들이고도 더 많은 업적으로 인정받는 논문 한 편 쓰는게 낫지, 누가 힘들게 번역을 하겠습니까.”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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