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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콩글리시의 진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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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2-12-26 15:59 조회2,0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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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콩글리시의 진화 (펌)
기사입력 2012-12-26 03:00:00 기사수정 2012-12-26 03:00:00

한국에 콩글리시가 있듯이 프랑스에는 프렝글리시가, 독일에는 뎅글리시가 있다. 독일에서는 휴대전화를 독일식 영어로 핸디(Handy)라고 한다. 영어권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말이다. 휴대전화는 영국에서는 모바일폰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셀룰러폰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전철을 트람웨(Tramway)라고 하는데 정작 영어권에서는 그냥 트램이라고 하지 트램웨이라 하지 않는다.

▷영어에도 없는 영어식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는 일본인이 선수다. 사실 콩글리시의 상당수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은 1930년대부터 쓰인 일본식 영어(和製英語)다. 영어로 굳이 표현한다면 ‘salaried man’이라고 해야 한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표현도 잘 안 쓰고 화이트칼라 워커(white-collar worker)라고 한다.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을 스펙으로 줄여 부르는 것도 일본식이다. 다만 이 말을 제품 명세서가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자격조건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국식 변형이다.

▷영국 BBC가 최근 콩글리시를 영어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소개하면서 스킨십(skinship)을 예로 들었다. 스킨십도 실은 일본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다. 1953년 세계보건기구(WHO) 세미나에서 한 미국 학자가 엄마와 아이 사이의 피부접촉을 통한 소통이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 일본에 전해져 사용됐다는 게 일본대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영어권에서는 터치십(touchship)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위키피디아는 스킨십을 일본식 영어로 분류한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엄마와 아이보다는 연인 사이의 남녀 관계에 더 자주 쓰인다.

▷BBC는 영어의 진화가 인터넷에서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문 웹페이지에 비영어권 누리꾼이 글을 대거 올리면서 그들의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영어 방언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콩글리시와 인도권의 힝글리시를 예로 들었다. 힝글리시에서는 처남 매부 사이 등 결혼으로 맺어진 남자형제를 ‘brother-in-law’ 대신 ‘co-brother’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현상이 영어를 풍성하게 만든다며 타락이 아니라 진화로 봐준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콩글리시는 일본식 영어를 따라 쓰는 일이 많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곽중철 (2015-10-12 14:16:49) 
 
[조선일보를 읽고] 문화부에 정부 문서 '英語 감수팀' 만들어야 조화유
 발행일 : 2012.08.24 / 여론/독자 A29 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딴 것까지는 좋았는데 기쁨에 도취한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한글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세러모니를 했다가 아직도 동메달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일종의 '사과 편지'를 영어로 써서 이메일로 보낸 게 더 큰 문제가 되었다(18일자 A11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식 판정을 내리기도 전에 한국이 일본에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이메일 원문을 보니 한마디로 '유치한' 영문 편지였다.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직역한 탓인지 문법을 무시한 문장도 있고, 전체적으로 수준 낮은 유치한 영어로 작성되었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작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서를 영어 원어민한테 감수 한번 없이 축구협회장이 바로 서명해서 보냈다니 정말 단순하면 용감해지는가 보다.

필자는 2002 서울월드컵 때부터 신문 기고문을 통해 국내에서 작성된 모든 공식 영문 문서에 대한 '원어민 감수'의 필요성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한국 정부나 국회는 들은 척도 않고 있다. 국력으로나 스포츠면에서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제발 영어 좀 제대로 쓰자. '조금 아는 것은 위험하다(A little knowledge is a dangerous thing)'는 영어 속담이 있다. 한국 사회 요소요소에는 영어 좀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라 망신 더 시키지 말고 문화부에 '영어 감수팀'을 꼭 만들기 바란다. 원어민 몇 명만 고용하면 된다. 국회의원 한 명 더 두는 비용이면 충분할 것이다.

조화유·재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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