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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순발력·즉시성 돋보인 박 대통령의 재치즉답(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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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3-11-12 10:46 조회1,9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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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순발력·즉시성 돋보인 박 대통령의 재치즉답
 이윤재 '영어, 영문법 특강' 저자
 입력 : 2013.11.12 03:12

프랑스의 강력한 봉건영주로 잉글랜드를 정복해 역사의 흐름을 바꾼 노르만 정복왕 윌리엄 1세. 윌리엄이 영국의 해안에 상륙 중 자갈이 많은 해변에서 한쪽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엎어져 두 손을 땅에 헛짚게 되었다. 그의 휘하 군사들은 상서롭지 못한 징조라며 탄식했다. 그러자 윌리엄은 이렇게 답한다. "아니야, 귀관들. 하느님의 위업으로 나는 내 두 손으로 영국을 움켜쥐었으니, 이제 영국은 내 것이오, 내 것은 곧 그대들의 것이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6일(현지 시각) 런던시장 주최 만찬 행사장 앞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던 중 파란색 한복을 밟고 앞으로 넘어졌다. 나와 있던 시장 내외가 놀라서 다가가자, 바닥을 짚고 일어선 박 대통령은 웃으며 "Dramatic entry(극적인 입장)"라고 말하면서 악수해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박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후에는 시장 부부에게 "Quiet exit(시끄럽지 않은 퇴장)"라고 유머를 던지고 만찬장을 떠났다.

말의 장르는 인간의 감정만큼이나 다양하다. '먹히는 말' '솔깃한 말' '필이 꽂히는 말' '심금을 울리는 말' '반박할 여지가 없는 말' '상대를 납작하게 하는 말' '리파티(repartee·재치즉답)' 등등 수없이 많다. 이 중에 리파티는 '단박에 한 방의 말 펀치로 받아쳐 상대를 압도하는 말대꾸'를 말한다. 오스카 와일드, 마크 트웨인, 링컨, 처칠, 레이건 등이 리파티를 능란하게 구사했다. 준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이나 상대방의 발언에 따라 즉시 대응해야 하는 즉시성(instantaneity) 때문에 리파티는 말 중에서 단연코 가장 화력이 센 장르다.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학문에 관하여'에서 "즉석의 기지(present wit)"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냥 '위트(wit)'라고만 한다. 위트란 즉시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재치즉답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리파티는 하루 종일 적시(適時)를 놓쳐 뒤늦게 생각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리파티는 순발력과 위기 대처, 그리고 즉시성의 가치까지 완벽한 유머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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