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 이야기

통역귀재 女외교관들 메이저 무대서 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3-12-29 00:00 조회4,474회 댓글0건

본문

[사람들] 통역귀재 女외교관들 메이저 무대서 뛴다


 강수연·여소영씨 내년 주중·주미대사관 발령


▲ 각각 중국과 미국으로 떠나는 여소영씨(왼쪽)와 강수연씨.
지난 8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핵 1차 6자회담에서 각각 영어와 중국어 통역을 능숙하게 해 각국 대표단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여성 외교관들이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워싱턴과 북경의 외교현장에 처음으로 투입된다.
주인공들은 현재 외교부 북미국과 아시아태평양국에서 각각 외무관으로 근무 중인 강수연 (姜受延·29)씨와 여소영 (呂昭 ·28)씨. 이들은 내년 2월 17일자로 정식 발령을 받아 주미 대사관과 주중 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들은 외국인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완벽한 외국어 구사 실력을 갖추고 있다.

강씨는 이번 인사로 ‘최초’라는 기록을 두 개나 세우게 됐다. 한국 외교관들이 ‘꿈의 무대’라고 꼽는 워싱턴의 주미(駐美) 대사관에 외교부 사상 첫 여성이자 첫 2부리그 출신 외교관이 입성하게 되는 것.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외국에서 정규교육과정을 6년 이상 수학한 사람을 대상으로 뽑는 외무고시 2부(33회)에 합격한 뒤 6년여 동안 줄곧 한·미관계, 미·북관계 등을 다루는 북미1과에서만 자리를 지켰다.

강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따라 고등학교 1학년까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연세대에 입학한 뒤 교환학생으로 미국 버클리대에서 공부한 ‘미국통’이다. 강씨의 한 상관은 “한·미·일 대북정책협의회나 한·미 간 정책협의 같은 공식 장소에서 강 외무관이 실수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 워싱턴에 가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6자회담 때 북한측 통역이었던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도 강씨를 두고 영어를 너무 잘 한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언론사에 근무 중인 남편과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만국립대에서 학부·석사과정을 거쳐 강씨보다 6개월가량 늦은 1999년 2월 중국어 전문 특채로 외교부에 들어온 여씨는 5년여 동안 중국을 담당하는 동북아2과에 근무하다가 이번 인사로 주중(駐中) 대사관에 배치될 예정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學無止境)는 경구(警句)를 생활신조로 삼는다는 여씨는 대통령 통역 전담요원으로서 서울을 찾는 중국 사람들로부터 ‘중국인보다 더 중국어를 멋스럽게 구사한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2001년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현재 외교부 수석 부부장)이 방한했을 때, 한승수(韓昇洙) 당시 외무장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다이 부부장은 여씨를 극찬했다. “난 저 통역(여씨)분이 우리 중국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어찌나 고전과 현대어에 해박하던지 놀랐습니다. 저런 인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대단합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외교부 본부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외교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권경복기자 kkb@chosun.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