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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 연설 통역에 대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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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2-01 00:54 조회4,4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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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통역일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입니다. 최근, 미대통령 취임 연설을 생방송으로 들으면서, 방송 통역에 대한 궁금한 사항이 생겨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행사를 통역할 때는 통역사들이 미리 영문 연설 원고를 숙지한 후, 방송 통역에 임하는지요? 통역을 들었을 때는, 순전히 연사의 목소리에만 의존해서 통역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연설자는 분명 남성인데, 지상파 3개 채널 모두 여성 통역사들이 통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성 통역사들은 방송 통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까? 미대통령 취임 연설이라면, 남성 통역사가 나서서 해 볼만한 것 같은데, 모두 여성 통역사들이어서 다소 의아스러웠습니다.

** 채널 3군데를 모두 돌려가면서 통역을 들었습니다만, 오바마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힘찬 기운을 느끼게 하는 통역은 사실 들을 수 없었습니다. 생방송 통역이 상당한 집중을 요하는 고된 일임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사의 힘차고 감동스런 기운도 통역을 통해 함께 전달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연사의 어조와 기운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는 통역사는 드문가요?  빠르고 정확하게 남을 말을 통역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작업임을  잘 알고 있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입니다.

** 방송 통역을 하려면, 말도 빨라야 할 것 같고 상당히 정제된 수준의 모국어를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송 통역을 잘 해내는 데 필요한 특별한 자질이 있는지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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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철 (2009-02-02 08:39:15) 
등록 일자 : 2001/09/23(일) 18:44

[여론마당]곽중철/뉴스 동시통역 왜 어려운가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1991년 걸프전에 이어 미국의 CNN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TV 방송사들은 CNN의 생중계를 동시통역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방송사들은 우선 이번 테러가 한밤중에 터지는 바람에 통역사를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일부 방송사는 특파원 출신의 기자나 자체 고용한 통역사를 투입해 급한 불을 끄면서 유능한 통역사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TV를 지켜본 시청자들 중에는 통역이 엉망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하면서 분통을 터뜨린 분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는 것과 통역을 잘하는 것은 별개이다.
걸프전 때도 통역사를 못 구해 유명 영어학원 원장까지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한국에 통역대학원이 생긴지 20년이 넘고 1000명이 넘는 영어통역 전공자가 배출됐는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그것은 CNN 뉴스 통역이 가장 어려운 통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CNN 통역이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CNN의 긴급뉴스는 불시에 터진 일이기 때문에 통역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제회의 통역만 해도 최소한 며칠 전 통역을 의뢰 받고 연설문을 입수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긴급뉴스는 예측이 안 된다.
둘째, 뉴스 통역은 기자나 앵커의 말을 통역해야 하기 때문에 뉴스에서 사용하는 언론 용어를 잘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역사가 갑자기 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 앞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뉴스 통역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성해야 하는 것이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첫날 밤 일부 방송사는 영어에 능통한 기자들이 직접 통역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통역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언론 용어를 노련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일 오전 9시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성명이 생중계될 때에는 신참 통역사들이 밤새 일하면서 감을 잡아 방송사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CNN의 한국 내 송출을 위임받은 CSTV Korea의 통역은 국내 방송사들이 내보낸 통역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금년 초 유료로 전환한 케이블 방송의 CNN 채널은 7월부터 하루에 몇 차례씩 정시 뉴스 동시통역을 시험방송 형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여기서 통역하는 4명의 통역사도 금년 초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신참들이다. 그들은 금년 초부터 CNN 뉴스를 연구했고 7월부터는 실전 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사건 발생 당일에도 훨씬 안정된 통역을 할 수 있었다.
테러사건 와중에 통역사 구인 소동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CSTV의 통역팀을 보강해 필요할 때 밤을 새워서라도 통역을 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방송사는 원할 때 CSTV의 통역을 받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긴급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통역사를 급히 구하는 수고도 덜 수 있고 똑같은 CNN 뉴스를 통역하려고 방송사마다 비싼 돈을 들여 통역사를 임시 고용하는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곽중철(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센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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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철 (2009-02-02 16:48:50) 
**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행사를 통역할 때 통역사들이 미리 영문 연설 원고를 숙지한 후, 방송 통역에 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의 경우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오바마의 경우 SBS에서는 워렌 목사의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원고를 입수해 발빠르게 두 명의 통역사들에게 제공해 <가뭄 속의 단비>가 되었답니다. 돈많은 방송사답게 두 명을 배치한 후 원고까지 입수해 줬다니 좋은 방송삽니다. 다른 방송의 경우 순전히 연사의 목소리에만 의존해서 통역을 했고, 그것을 '생동시'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 연설자는 분명 남성인데, 지상파 3개 채널 모두 여성 통역사들이 통역한 것은 남성 통역사가 드물기 때문이지요. 또 고참 여성 통역사들은 방송 통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특정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는 <위험한> 일이거든요.

** 오바마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힘찬 기운을 느끼게 하는 통역을 하기에는 그의 말이 너무 빨랐고, 내용이 싑지 않았습니다. 연사의 어조와 기운까지 함께 전달하려면 사전에 연설 내용을 숙지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몇 번 해보면 가능하지요. 귀하같은 비판적인 시청자가 있기에 TV 통역은 어렵고, 회피의 대상입니다.

** 방송 통역을 하려면, 모국어(한국어)로 빠르고 정확하게 언론 문체(socialect)를 구사할 수 있어야합니다. 방송 통역을 잘 하려면 수백만 시청자들과의 가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담력이 필요합니다. 아무 통역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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