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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북에 ‘같은 말’아닌 ‘같은 뜻’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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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5-07-04 18:42 조회3,5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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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북에 ‘같은 말’아닌 ‘같은 뜻’ 유도해야

 말과 뜻 다른 대북협상 ‘의미의 일치’
있어야 南·北 관계 진전될 것
 최진·호남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입력 : 2005.07.01 18:28 55'

 ▲ 최진/호남대 교수

 영어에 “말이 통한다”는 의미를 “그는 우리 말(our language)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언어라는 것은 의사를 소통하게 하는 데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한다. 최근 북한 핵문제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대북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의도적이거나 혹은 무지로 그 ‘다른 의미’를 무시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 안전보장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김정일이 말하는 체제 안전보장은 불침(不侵) 보장만이 아니라, “북한이 북한 땅 내에서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든 말든,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가혹하게 유린하든 말든, 마약이나 화학무기를 외국에 수출하든 말든 미국이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의 체제 안전 보장은 누구도 약속할 수 없다. 왜나하면 오늘날의 세계는 이미 인권·환경·자유 통상이 인류 보편의 가치가 되었으며 이를 침해하는 국가는 국제적 간섭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김정일의 말뜻은 우리와도 사뭇 다르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6·15 공동선언에서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합의하고 있지만 그 뜻은 다르다. 김정일과 북한 노동당이 말하는 통일은 “남조선 안에 북한 노동당과 동일한 철학과 사상을 가진 세력이 집권하여 김정일을 통일대통령으로 수락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지도자를 선거를 통해 선택하는 권리, 시장경제체제 등을 포기하고 김정일을 세습적 지도자로 맞이할 생각은 없다. ‘평화적 통일’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번영이 북한 인민에게도 확대되는 통일을 말한다. 그리고 ‘통일된 조국’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현격하게 의미 차이가 있는 동상이몽(同 牀異夢)을 가지고 마치 무슨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발표되고 있다.


이것은 최근 정부에 들어서서 생긴 일만이 아니다. 7·4공동성명의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도 우리의 의미와 노동당이 해석하는 의미는 전연 다르다. 자주적이란 말은 ‘한미동맹의 파기’, 평화적이란 말은 ‘대남 선전선동을 통하여, 또 테러를 통하여’, 민족대단결은 ‘노동당과 한국 내 친북(親北) 세력의 단결’을 의미한다.


이후락 부장부터 정동영 장관에 이르기까지 역대의 모든 대북교섭 특사들이 동일한 과오를 계속해서 범하고 있다. ‘뜻의 일치’ 없이 ‘표현만의 일치’를 택한 것이다. 즉 그들은 상대편이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특정한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덮어두고 ‘표현만의 일치를 구함으로써’ 마치 대북협상이 성공적인 듯한 거짓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려고 한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우선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을 하게 될 때에야 진정한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게 된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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