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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동시통역 ‘죽음의 7초’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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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5-08-30 17:22 조회4,1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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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일자 : 2005/08/30(화) 03:00

 [문화칼럼/최윤정]동시통역 ‘죽음의 7초’를 아십니까

 중국 관련 국제회의 때였다. 중국 연사가 “어릴 적 옌볜에서 학교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냇가로 가 물장구치며 놀았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통역해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무단 결석’ 대신 친구들과 자주 사용하던 ‘땡땡이’라는 말만 떠올랐다. 짧은 순간이지만 끙끙 혼자서 고심하다 결국 ‘땡땡이’로 통역하고 말았다. 좌중에 폭소가 터져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다. 천만다행이었다.

동시통역이란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평소 머릿속에 있던 내용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몇 초 안에 승부가 결정되는 통역사. 이 직업을 두고 언어에 숙달된 ‘말하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통역기가 작동하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술 나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부드럽고 멋진 통역 뒤에는 고된 작업이 숨어 있다. 우아한 백조가 떠다니기 위해서는 물 밑에서 물갈퀴질을 끊임없이 해 대듯…. 발언자의 실수나 장비 문제로 통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정말이지 공포감이 엄습한다.


발언자가 매끄럽지 못한 말을 해도 좋은 통역자를 만나면 분위기가 살아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역의 오류 때문에 서로 다른 내용이 전달되면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한 대기업이 중국 투자설명회에서 훈련을 받지 않은 조선족 통역을 써서 크게 낭패를 본 일도 있다.


국제회의 통역은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으로 나뉜다. TV에서 흔히 보듯 대통령 뒤에 앉아 조그만 수첩에 뭔가 받아 적으며 한마디씩 말이 끝난 후 통역하는 것이 순차 통역이다. 사람들은 통역사의 노트테이킹(받아 적기)을 속기로 착각한다. 언제 속기까지 배웠느냐며 노트 속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통역사가 적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나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부호가 전부다. 순차통역은 다수의 청중 앞에 노출되므로 복장에도 신경 써야 하는 등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만 직접 청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통역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는 달리 국제회의의 꽃이라 불리는 동시통역은 ‘통역 부스’ 안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 그 대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보통 2인 1조, 회의 성격에 따라 3인 1조를 이뤄 교대해 가며 한다.


동시통역의 세계에는 ‘죽음의 7초’라는 말이 있다. 7초 이상 통역 부스에서 침묵이 흐르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통역사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7초 안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자리에서 통역을 한다고 모두 동시통역은 아니다. 연사가 말을 하면 통역 부스에 있는 통역사들이 이를 거의 동시에 플로어에 있는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원래의 동시통역이다.


국가간 외교 관계에서 각국의 기업 접촉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이 통역사를 매개로 의사를 주고받는다. 세계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인류가 같은 말을 쓰고 살았다는 바벨탑 이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면 통역사라는 직업의 영역은 시간이 갈수록 더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역사의 세계도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외국어를 무기로 전방위 통역을 펼치던 통역사도 분야별로 전문화된 지 오래다. 국제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전문화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겸비하지 않고서는 양질의 통역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제, 금융, 의학, 환경, 정보기술(IT) 등의 전문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통역사간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윤정 국제회의 통역사


 



 

 
 
 

곽중철 (2005-09-02 10:14:29) 
 
우리끼리는 다 아는 얘기인데도 생뚱 맞게 대 동아일보의 <문화칼럼>으로 실리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언론 플레이>도 세대교체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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