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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대구 유니버시아드 FISU 기술위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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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7-12 00:00 조회3,7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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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서울 올림픽이 끝났을 때,
30대 초반 5년을 바친 이 경험이
 내 경력에 무슨 도움을 줄까 허탈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자말자 불어 닥친
5공 청문회 바람은 작금의 월드컵 후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통역, 스포츠 행정 경험은
 다른 대규모 체육 행사가 열려야 살릴 수 있겠지요.

그것이 14년 후에 열린 월드컵이었고
 나는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통역을 하면서 의뢰받은 것이
 고향인 대구에서 내년 8월에 열리는
 제 22 회 Summer Universiade 입니다.

그보다 앞서 금년 9월에 열리는 부산의
 아시안 게임은 대충 부산에서 통역을 해결할 분위기입니다.

나는 작년 9월 Confederations Cup 축구 대회 참가 차
 온 프랑스 대표팀 기자회견 통역을 의뢰받고
 대구 최고의 호텔 Inter Burgo에 처음 갔습니다.

스페인에서 인터 불고라는 해양 수산업체를 경영해
 갑부가 된 교포 권영호씨가 운영하는 이 호텔은
 지중해 식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
 아직은 약간 촌스럽지만 대구에서는 단연 최고의 호텔로
 이용료가 상당히 비싼 5-star 입니다.

권 사장은 스페인에 있는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씨의
 집을 사서 한국 정부에 기증한,
입지전 적 자수 성가형 사업가입니다.
수십년 전 뱃사람으로 라스 팔마스에 가
 돈을 벌었다니, 무서운 사람이지요.
최근 정부는 그 사실을 잊어 버리고 각의에서
 안익태 씨의 외국인 부인이 아직 살고 있는 그 집을
 국고로 구입하기로 다시 결의했다니 웃기는 일이지요.

작년 9월 그 호텔에서 프랑스 감독 Lemerre를 불어로 통역하며
 예술 축구의 선수들을 일부 보았습니다.
지단, 앙리, 트레제게, 드자이, 리자라쥬, 씨쎄...
벌써 이름들을 잊어가고 있지만
 그런 인연이 있고, 파리에서 유학한 추억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가 탈락했을 때
 참 안타까왔습니다. 신나는 프랑스 국가 La Marseillaise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도 슬펐구요...

지난 5월에는 고교 졸업 30주년 Home Coming Day를 이 호텔에서
 했으니까 이번에 세 번째로 간 것이지요.
지난 월드컵 때 40일 간 언론 브리핑을 함께 동시통역한
 작년 졸업생 남원준 군을 데리고 간 것은
 스포츠 대회 통역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고
 남 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첫날(9일) 오전 30분, 둘째날 오후 1시간으로 통역량도
 예상 외로 작았고 월드컵 통역으로 단련된
 우리는 자신있게 유니버시아드도 통역할 수 있었습니다.

집행위, 총회, 기술위, 분과위, 의무위, 도핑 컨트롤 등등
 몸에 젖어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통역은 긴장해야 할 수 있고, 유니버시아드 특유의 문제들이
 있으니까 마냥 쉬웠던 것은 물론 아니지요.

벨기에, 터키 등에서 온 간부들의 비표준 영어는
 역시 금방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튿 날 11일부터 3일 간 열리는 집행위의 영불 통역은
 내가 소개한 외국인 통역사 2명에게 맡기고
 내년 8월을 기약하며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10일 아침 빈 시간을 이용해 호텔에서 수영과
weight lifting을 약간 했더니 24시간 후인 11일 오후에는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이 나더군요.

이번 대구 여행에서도 느낀 것은
 내가 지난 20년 동안 열번이나 직장을 바꾸면서
 알게 된 사람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월드컵에서도 간부들과 실무진 중
 올림픽 등을 함께 한 분들이 많아 편했는데
 이번 유니버시아드 간부와 직원도 대부분 아는 분들이고,
올림픽 후 처음 재회한 안면들도 많아
 반가왔습니다. 살아있으면 만난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대부분 가족들을 서울에 두고
 지방에 내려와 여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올림픽---월드컵---유니버시아드....
다음에 하게될 스포츠 통역은 기약이 없어
 우리나라가 다음에 주최할 행사가
 궁금해집니다.

한편, 현대 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2010년 해양 박람회(여수) 유치활동은
 상황이 불리하다든데
 정몽구 회장이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형만한 아우가 없다던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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