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한국어 잘 하세요? [중앙일보]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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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9-28 20:28 조회3,3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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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
어느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흥분해 한참을 떠든 적이 있다. 그는 미국인이고, 한국에서 1년 가까이 살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문화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데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자’ 이야기를 꺼냈다. 한글과 일본 문자 모두 한자의 획 일부를 차용해 만들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세계의 다른 여러 문자와 달리 ‘발명’된 것이라고, 만든 사람과 만들어진 시기는 물론 그 원리와 목적까지 확실히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라고, 게다가 발성기관의 모양 변화를 본떠 만들어졌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다고, 세상의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고, 그 때문에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고(영어 실력이 부족해 이렇게 조리 있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일본 문자는 한자를 차용해 만들어진 게 맞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설파하면서 느꼈던 뿌듯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직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를 뒤덮고 있는 영어 간판과 국적 불명의 이상한 상호들이었기 때문이다. “한글이 그토록 훌륭한 문자라면서 너네는 왜 그렇게 한글을 박대하느냐?”라고 그가 묻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나는 가끔씩 많은 수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한다. 취업난을 반영하듯 신입 기자 1~2명을 뽑는다고 공고를 내면 최소한 수십 명이 지원을 해서다. 그때마다 나는 좌절한다. 다른 직종도 아니고 ‘기자’, 즉 글로써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너무도 많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까지 완벽한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주어·술어가 호응되지 않는 비문이 허다하고 잘못된 용어 사용이나 부적절한 비유도 너무 많다. 거의 모든 지원자가 ‘투철한 기자정신’을 지녔고, ‘열정과 패기’가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가졌다고 주장하지만 한 페이지의 글을 쓰면서 맞춤법이 몇 개씩 틀리는 사람을 기자로 채용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한 업무 능력으로 ‘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외국어 능력’이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외국어 공부에 쏟는 시간에 비해 국어 공부에 쏟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도 문제여서 최근에는 ‘말하기’ 관련 학원들도 성업 중이고 관련 책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실속 없이 말만 잘하는 사람은 시간이 가면 바닥을 드러내겠지만, 실력은 있으되 말이나 글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가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시험은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드는 방법 중에서 가장 유치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KBS 한국어능력시험 같은 국가공인시험 성적을 입시나 채용에 더 크게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논리적 사고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더 정교한 한국어 시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어 실력은 모든 경쟁력의 근원이지 않은가.
곽중철 (2010-04-29 08:17:25)
글쓰기 실력 키우는 ‘칼럼 읽는 습관’
변창우 창원 경일고 NIE 담당교사 입력 : 2010.04.27 23:02
지난 4월 21일자 A37면 편집자에게 코너의 '글쓰기를 위한 社說 읽는 법'을 잘 읽었다. 사실 나는 학생들에게 신문의 사설(社說)보다 칼럼 읽기를 더 권장한다. 이유는 첫째, 사설이란 특정 사안(fact)에 대한 그 신문사의 견해인데, 신문을 꾸준히 읽는 학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설만 읽는 것은 팩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본인의 관점 없이 저자의 견해로만 팩트를 해석하는 맹점이 있다.
즉, 책은 읽지 않고 서평만으로 그 책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들이 단순히 논술용으로 딱딱한 논조의 사설위주로만 신문을 본다면 자칫 부담 없이 평생을 함께해야 할 신문 읽기의 재미를 놓칠 수도 있다. 셋째, 사설만으로 오래 논술준비를 한 학생의 경우, 모든 글쓰기를 교훈형으로 끝맺는 습관이 있어 논술에 애로를 겪은 사례도 보았다. 이런 연유로 학생들에게 사설보다는 덜 딱딱하면서도 분야별 전문가들이 쓴 칼럼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관심 분야의 기사나 칼럼 읽기부터 시작하면 더 좋다.
조선일보 스포츠면의 경우에는 스포츠와 과학을 접목시킨 기사를 자주 게재하는데(예: 하이킥이 셀까 권투주먹이 셀까? 야구공과 셔틀콕 중 어느 것이 더 빠를까? 등) 이런 기사들은 학생들의 신문 가독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글 구조 파악이나 주제문 찾기 등은 칼럼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며, 칼럼이 아니더라도 신문 읽기만으로도 좋은 글쓰기 연습이 될 것이다. 신문기사 자체가 6하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그대로 따라서 적어보는 연습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한 학생이 "선생님, 그럼 어떤 신문을 읽을까요? 좋은 신문 하나 추천해주세요?"라고 묻기에 하나의 팩트에 상반된 견해(사설)의 두 글을 함께 읽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견해와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므로 두 신문 모두 좋은 신문이라고 답해주었다. 세상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글쓰기 연습은 사설도 좋지만 칼럼 읽기만으로도 충분하며, 보다 근원적인 글 잘 쓰기 비법은 어릴 적부터 신문 읽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어느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흥분해 한참을 떠든 적이 있다. 그는 미국인이고, 한국에서 1년 가까이 살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문화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데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자’ 이야기를 꺼냈다. 한글과 일본 문자 모두 한자의 획 일부를 차용해 만들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세계의 다른 여러 문자와 달리 ‘발명’된 것이라고, 만든 사람과 만들어진 시기는 물론 그 원리와 목적까지 확실히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라고, 게다가 발성기관의 모양 변화를 본떠 만들어졌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다고, 세상의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고, 그 때문에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고(영어 실력이 부족해 이렇게 조리 있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일본 문자는 한자를 차용해 만들어진 게 맞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설파하면서 느꼈던 뿌듯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직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를 뒤덮고 있는 영어 간판과 국적 불명의 이상한 상호들이었기 때문이다. “한글이 그토록 훌륭한 문자라면서 너네는 왜 그렇게 한글을 박대하느냐?”라고 그가 묻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나는 가끔씩 많은 수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한다. 취업난을 반영하듯 신입 기자 1~2명을 뽑는다고 공고를 내면 최소한 수십 명이 지원을 해서다. 그때마다 나는 좌절한다. 다른 직종도 아니고 ‘기자’, 즉 글로써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너무도 많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까지 완벽한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주어·술어가 호응되지 않는 비문이 허다하고 잘못된 용어 사용이나 부적절한 비유도 너무 많다. 거의 모든 지원자가 ‘투철한 기자정신’을 지녔고, ‘열정과 패기’가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가졌다고 주장하지만 한 페이지의 글을 쓰면서 맞춤법이 몇 개씩 틀리는 사람을 기자로 채용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한 업무 능력으로 ‘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외국어 능력’이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외국어 공부에 쏟는 시간에 비해 국어 공부에 쏟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도 문제여서 최근에는 ‘말하기’ 관련 학원들도 성업 중이고 관련 책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실속 없이 말만 잘하는 사람은 시간이 가면 바닥을 드러내겠지만, 실력은 있으되 말이나 글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가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시험은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드는 방법 중에서 가장 유치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KBS 한국어능력시험 같은 국가공인시험 성적을 입시나 채용에 더 크게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논리적 사고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더 정교한 한국어 시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어 실력은 모든 경쟁력의 근원이지 않은가.
곽중철 (2010-04-29 08:17:25)
글쓰기 실력 키우는 ‘칼럼 읽는 습관’
변창우 창원 경일고 NIE 담당교사 입력 : 2010.04.27 23:02
지난 4월 21일자 A37면 편집자에게 코너의 '글쓰기를 위한 社說 읽는 법'을 잘 읽었다. 사실 나는 학생들에게 신문의 사설(社說)보다 칼럼 읽기를 더 권장한다. 이유는 첫째, 사설이란 특정 사안(fact)에 대한 그 신문사의 견해인데, 신문을 꾸준히 읽는 학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설만 읽는 것은 팩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본인의 관점 없이 저자의 견해로만 팩트를 해석하는 맹점이 있다.
즉, 책은 읽지 않고 서평만으로 그 책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들이 단순히 논술용으로 딱딱한 논조의 사설위주로만 신문을 본다면 자칫 부담 없이 평생을 함께해야 할 신문 읽기의 재미를 놓칠 수도 있다. 셋째, 사설만으로 오래 논술준비를 한 학생의 경우, 모든 글쓰기를 교훈형으로 끝맺는 습관이 있어 논술에 애로를 겪은 사례도 보았다. 이런 연유로 학생들에게 사설보다는 덜 딱딱하면서도 분야별 전문가들이 쓴 칼럼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관심 분야의 기사나 칼럼 읽기부터 시작하면 더 좋다.
조선일보 스포츠면의 경우에는 스포츠와 과학을 접목시킨 기사를 자주 게재하는데(예: 하이킥이 셀까 권투주먹이 셀까? 야구공과 셔틀콕 중 어느 것이 더 빠를까? 등) 이런 기사들은 학생들의 신문 가독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글 구조 파악이나 주제문 찾기 등은 칼럼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며, 칼럼이 아니더라도 신문 읽기만으로도 좋은 글쓰기 연습이 될 것이다. 신문기사 자체가 6하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그대로 따라서 적어보는 연습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한 학생이 "선생님, 그럼 어떤 신문을 읽을까요? 좋은 신문 하나 추천해주세요?"라고 묻기에 하나의 팩트에 상반된 견해(사설)의 두 글을 함께 읽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견해와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므로 두 신문 모두 좋은 신문이라고 답해주었다. 세상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글쓰기 연습은 사설도 좋지만 칼럼 읽기만으로도 충분하며, 보다 근원적인 글 잘 쓰기 비법은 어릴 적부터 신문 읽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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