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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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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10-26 11:11 조회3,4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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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톡 쏘고 달고 쌉싸래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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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25 03:22 입력 / 2009.10.25 03:22 수정
SPECIAL REPORT 막걸리, 말로 표현한 그 맛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와인 가운데 하나인 칠레산 레드와인 ‘몬테스 알파’. 프랑스 보르도 서쪽에서 나는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동쪽에서 나는 메를로(Merlot)를 9대 1로 섞어 만든다. 이 와인의 맛은 균형이 잘 잡혔다거나 둥글둥글한 것으로 표현한다. 영어 단어로 ‘balanced’ 또는 ‘round’다. 어느 하나가 강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에서까지 인기를 끄는 막걸리의 맛은 어떻게 표현할까. 전통주 제조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막걸리 맛 평가 방식은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청량감)과 걸쭉함, 단맛·신맛·쓴맛 등 다섯 가지 정도를 단순 측정하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탄닌·산도·당도의 세 가지 요소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에 따라 30여 가지의 형용사로 그 맛을 표현한다. ‘구조감이 없는(without backbone)’ ‘씁쓸한(bitter)’ ‘무거운(heavy)’ ‘산도가 높은(acid)’ ‘질리는(cloying)’ 등 구체적인 물질에 비유해 느낌이 바로 와 닿는 형용사들이다.(영국 듀이 마크햄 박사 『와인의 기초』).

반면 막걸리의 맛은 앞서 예를 든 것처럼 평면적인 표현이 전부다.
와인의 체계적인 맛 분석 정보는 소비자들이 쉽게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막걸리 맛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개발하고 평가 방식도 통일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중앙SUNDAY는 16일 미각이 뛰어난 술 전문가 5명(한국인 4명, 외국인 1명)에게 한국 막걸리 맛의 정의를 요청했다. 그들은 현재 유통 중인 10종류의 막걸리를 테이스팅한 뒤 막걸리 맛을 ‘구수함(full-flavored)과 톡 쏨(tangy), 달콤쌉싸래(sweet and slightly sour)한 맛의 조화’로 규정했다. 유병호(41)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은 “달고 시고 쓰고 구수하다. 이 네 가지 맛이 튀지 않고 조화로운 게 맛있는 술”이라고 말했다. 신우창(41) 국순당연구소 부소장은 “단맛·신맛·청량감의 조화와 구수한 맛”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와인은 떫은맛과 신맛이 본질이지만 막걸리는 이들 네 가지 미감의 조화와 균형이 맛의 차이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와인컨설팅 회사 떼르와쎌렉시옹의 아르노 아바디(36) 대표는 “막걸리를 발견함으로써 한국의 맛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청량감(refreshing flavor)과 약간 시고 쓴맛(a little bit acetic and bitter)이 막걸리를 다시 찾게 하는 비결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허시명(46) 막걸리학교 교장은 “막걸리의 맛은 부드럽고 달달하고 청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도출한 막걸리 맛의 영어 표현을 찾아내는 데는 통·번역 전문가 4명의 도움을 받았다. 구수함에 대해 한국 최초의 동시통역사인 최정화(54)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rich in flavor’,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다수 번역한 이세욱(47)씨는 ‘full -flavored’, 안선재(67) 서강대 명예교수는 ‘flavorsome’이 적당한 표현이라는 의견을 냈다. 공통적으로 flavor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곽중철(56)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은 ‘rustically tasty’라고 했다. 달콤쌉싸래하다는 표현은 malty와 sweet and (slightly or bitterly) sour가 반반이었다. 톡 쏘는 맛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달라 tangy 이외에 sparkling, zesty, it has a zing to it 등의 표현이 제시됐다.

유 부회장은 “막걸리의 맛은 화이트와인보다 더 복잡하다”며 “그러나 연구가 부족해 다양한 막걸리의 맛을 표현할 용어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허 교장은 “항아리 냄새, 쌀 냄새 등 막걸리를 만드는 환경에서 비롯되는 냄새와 막걸리 고유의 냄새도 정확히 구분해 표현해야 한다. 이 작업엔 양조장·과학자뿐 아니라 인문학자들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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