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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이주흠 전 미얀마 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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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06-21 18:02 조회3,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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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교에 오기 전 약 20년 사회생활을 하며 만났다기 교수가 된 후 다시 만난 선배들 중 몇 분을 이 홈피에서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우리 학교에 초빙교수로 오신 이주흠 선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필자가 서울올림픽조직위 위원장의 영/불어 통역을 하며 해외여행을 하다가 일본에 들릴 때 일어 통역을 했던 주일 대사관 근무 외교관이었다. 통역 일을 같이 하면서 동병상련도 느꼈지만 그는 과묵한 성격의 젊잖은 선배였다.
정권이 몇 번 바뀌면서 그가 대사로, 외교안보연구원장으로, 대통령 비서관으로 영전할 때마다 관운을 빌었다. 그러다가 우리 학교로 오신 이 선배를 모시고 점심을 먹다가 그가 국내외에서 리얼하게 경험한 일어 통역 얘기를 경청하던 중 이런 얘기는 나 혼자 듣기보다 한일과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한일과 주임교수께 건의한 결과 6월 21일 1시에 강의를 듣게 되었다.
통대 출신이 아니면서 운명적으로 일어 통역을 하게 된 외교관의 얘기는 한 마디도 빼놓을 수 없는 생생한 <통역의 금과옥조>였다. 특강을 듣지 못한 다른 과 학생들을 위해 그가 한 말씀 중 일부를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이주흠 전 미얀마 대사님의 일어 통역 체험기

1. 통역사가 연사의 말을 논리적으로 납득(이해)하지 못하면 통역이 안 된다.
2. 연사의 말과 통역에는 내용(substance)가 있어야 한다. 내용은 연설의 행간에 나타난다.
    언어를 뛰어넘어라.
3. 내용있는 통역을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 통역사의 저력을 스스로 쌓아야 한다.
4. 통역 공부 중 독서 외 왕도는 없다. 단, 독서에 빠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어라.
5. 좋은 연설이나 발언을 따라 해보는 shadowing은 좋은 외국어 학습법이다.
6. 통역은 우선 원문에 충실해야 하고, 겉 멋만 내는 통역은 금물이다.
7. 통역사는 기계다. 개성이 없다. 통역사 자신의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말라.
8. 통역사는 기계처럼 통역을 해도 그 정확한 통역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밀알이 된다는
    역설적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9. 통역사가 갖춰야 할 자질은 배짱과 침착성이다. 해당 외국어를 안다고 통역을 간섭하는
    자들에게 긍휼로 맞서라,
10. 한 기관이나 분야의 통역에서 2인자는 의미가 없다. Winner takes all이다. 군계일학이 되라.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도 할 수 없다.
11. 통역사를 편하게 해주는 연사가 있고, 한없이 힘들게 하는 얄미운 연사도 있다.
12 .통역이나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정확성과 그 언어 식 표현을 하는 것이다.
      통역사의 경륜과 지식이 통역에 묻어 나온다.
13. 통역도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일 뿐이다. (끝)         
       
 



 

 
 
 

곽중철 (2011-11-28 15:07:37) 
 
[이주흠]어두운 터널 끝에 선 미얀마
 기사입력 2011-11-28 03:00:00기사수정 2011-11-28 03:00:00
이주흠 전 주미얀마 대사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비를 피한다며 바다에 뛰어드는가?” 2005년 신임장을 건네고 인사말이 끝난 다음 국가지도자 탄 슈웨 장군에게 던진 말이다. 소수민족 독립 방지를 명분으로 국민의 삶을 파탄시킨 효과 대 비용의 불균형을 빗댄 것이지만 그는 엷게 웃기만 했다. 도착한 날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를 지난 이후 무거운 마음이 부추긴 도전을 노련한 권력자는 그렇게 물리쳤다.

‘민선 대통령’ 서방세계에 눈 돌려

 이듬해의 낙담이 더 컸다. 수도 이전 소문을 두고 장님 코끼리 만지던 어느 날 외교부가 불러 통고했다. “내일 아침 정부를 옮긴다. 전화와 팩스번호를 남길 테니 연락해라. 질문은 안 받는다.”

끝이 안 보이는 ‘미얀마 터널’의 출구를 둘 중 하나로 보았다. 청년 장교 궐기와 국민 봉기였다. 그런데 군은 특권을 아래 위가 나누어 즐기는 가부장적 사회였다. 하극상이 어려웠다. 국민도 맞설 의지가 아니고 구심점도 없었다. 집권자의 걱정은 ‘외침’이었다. 내륙 깊은 곳 네피도로의 수도 이전이 그 대책이었다.

독재자는 스스로 권력을 내놓지 않는다. 역사가 그렇게 증언한다. 그래서 미얀마의 장래가 궁금하다. 왜곡은 했으나 선거를 치러 국회를 열고 대통령을 뽑았다.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자유를 주고 정치범을 풀며 시위를 허용했다. 물론 ‘민주화’의 단정은 아직 이르다. 동시에 대내외 관계를 망라하는 미얀마식 변화는 역류도 어렵다. 신중하게 낙관하는 근거다.

반세기 만에 국무장관을 보내는 미국의 변화도 새롭다. ‘민주화 독려’가 목적의 전부는 아니다. 서방세계가 외면하자 미얀마는 경제와 외교를 중국에 기댔다. 중국도 반겼고 인도양으로의 출구를 원했다. 그러나 외세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중국이 원조한 댐 공사를 주민 불만을 이유로 중단한 것도 그 맥락이다. 견제를 기대했던 인도가 역부족이어서 서방으로 눈을 돌렸고 내정의 실점을 메울 외교 득점원을 중국 대책에서 찾은 버락 오바마 측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군 서열 4위였다. 앞으로도 슈웨 등의 지침을 받을 것이다. 바깥세상 분위기를 알아 권력의 작은 몫을 수치 여사에게 나누어 주고 개혁개방에 나서자고 할지 모른다. 늦은 출발이지만 자원과 인력이 풍부해 선발주자의 성공 궤적은 밟고 가고 실패 전철은 피해가면 곧 따라잡는다고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두고는 전통에 따른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권할 것이다. 세인의 롤 모델은 터키 근대화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가 좋다. 비전과 실천 의지의 동력이 국민의 슬픔과 아픔을 덜어주려는 사랑이었던 군 출신 지도자다.

美-中‘등거리 외교’ 성공할지 관심

 문제는 정치, 중심은 수치다. 세인의 온건노선을 높이 사며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는 그녀는 투쟁 일변도가 아니다. 현실 참여로 경륜을 쌓고 군의 의구심도 풀며 기회에 다가설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는 영국식 교육 덕에 진실과 신화가 엉켜 실물보다 커 보이는 민주화 투사와 훌륭한 국가지도자가 등식이 아닌 줄 알고 준비할지 모른다. 롤 모델은 스페인의 곤살레스일 수 있다. 좌우내전을 거쳐 집권한 프랑코가 죽은 다음 변화 요구를 자제하여 군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파정권, 중도정권과의 공존을 거쳐 집권한 사회당 출신 첫 총리다.

미얀마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었다. 권력에 취하고 특권에 홀리며 탈법을 즐겨온 지배층이 누르며 빼앗고 능욕한 피지배자였다. 외교단이 마련해 준 송별연에서 말했다.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떠난다. 물론 그들의 슬픔과 아픔도 함께 간직할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미얀마는 더는 주인인 국민이 슬퍼서도, 아파서도 안 된다.

이주흠 전 주미얀마 대사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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