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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방송동시통역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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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2-03-23 09:31 조회3,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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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동시통역사, 기자처럼 뛰고 아나운서처럼 말한다
<이지연> 저/ 이담북스(이담Books)/ 2011년07월

 언젠가부터 동시통역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학회는 말할 것도 없고, 중요한 외국연자를 초청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분들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게 될까봐 동시통역을 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 탓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방송, 특히 생방송에서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료화면이나 인터뷰를 동시통역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으로 하고 있는 분야의 경우는 발표하시는 분이 말씀하시는 원래의 의미를 느끼려다보니 때로는 동시통역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동시통역에 관한 제 경험도 꽤나 선구적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2000년대 초반에 외국에서 초청한 연자의 발표를 당시만 해도 드물게 동시통역으로 참석하신 분들께서 이해하실 수 있게 해드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열린 광우병관련 국제학회에 참석하여 발표했던 제 경험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이해되지 않았던 점을 지금까지 마음 한켠에 묻어두고 있었습니다만, 동시통역을 전문으로 하고 계신 이지연교수의 동시통역에 관한 에세이집 <방송동시통역사, 기자처럼 뛰고 아나운서처럼 말한다>를 읽고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2003년 2월이던가 일본 동경에서 광우병관련 국제심포지엄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광우병과 관련된 한국정부의 대응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한 발표가 뒷날 PD수첩사건과 관련이 될 줄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관련된 정부기관들의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해 발표자료를 만들어 보냈습니다만, 제가 발표할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회의장에 도착해달라는 주최측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공식언어가 영어이고 동시통역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시통역사와 미리 만나 발표할 내용을 체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동시통역사는 제가 준비한 발표원고 내용 뿐 아니라 발표원고에 포함되지 않은 애드립성 발표내용까지 꼼꼼치 체크를 하고 OK사인이 났습니다. 당연히 발표하는 동안 동시통역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우리 기관에서 동시통역을 진행할 때 동시통역사는 이런 절차를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통역은 무난하게 진행되었습니다만(무난하다는 것은 완벽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준비를 어떻게 하나에 대한 궁금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가 이지연교수의 에세이에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동시통역사들은 통역의뢰를 받는 순간부터 관련분야에 대한 나름대로의 조사를 통하여 사전준비에 들어간다는 말씀인데, 사실은 발표하는 연자와 사전인터뷰를 통하여 사전준비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도 채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일동 한국번역학회장님이 추천사에서도 짚었고 저자 역시 후기에서 “이 책은 방송동시통역의 실천 노하우와 체험담을 통역과 영어 공부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267쪽)”고 적은 것처럼, 이 책은 전문학술서라기 보다는 동시통역의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동시통역사의 현장경험을 진솔하게 전하고 있는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어 동시통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9장 귀로듣고 글로 쓰는 번역’편에서 해외취재를 통하여 얻은 인터뷰자료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것을 적고 있는데, 제 경험과 최근 마무리된 모방송제작자의 사례가 비교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입니다만, KBS의 목요리포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치매를 주제로 방영한 기획물을 자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작과정의 전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국내 취재는 물론 미국의 4개 도시를 돌면서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등을 방문하고 학자는 물론 정책입안자들까지도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터뷰내용의 번역을 전문번역사에게 의뢰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제가 하게 되었는데, 이지연교수의 말씀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이라고 해도 귀에 익숙한 표준 발음이 아닌 지방색 짙은 사투리에 개인적인 언어습관까지 들어간 다양한 발음(168쪽)” 탓을 하면서 부족한 제 영어를 변명했습니다만, 들을 수 없어 끝까지 우리말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전후상황으로 보아 자료화면에 꼭 넣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도 프로그램을 책임맡고 있던 기자는 방송은 팩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잘라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아닌 분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전후사정을 감안한 의역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전화통화를 동시통역하는 상황에 대한 저자의 설명, “상대를 마주하고 대화할 때는 표정이나 손짓, 시선 드의 일명 ‘바디랭귀지’가 추가되지만, 전화통화에서는 순전히 청각언어 외에는 추가정보가 제공되지않아 어려움이 많다.(96쪽)”는 말씀에는, 미국에 공부하러 간 초반에는 사무실에 놓인 전화벨이 울리면 외면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동시통역의 현장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동시통역과 방송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라고 할만한 것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겉도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을 사족으로 붙여둡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는 부록보다 앞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방송동시통역사, 기자처럼 뛰고 아나운서처럼 말한다

 이지연 지음/307쪽/2011년 7월 15일/이담북스 펴냄

 목차
 추천사 한국번역학회 회장 한일동
 추천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이진영
 프롤로그 토종 한국인, 동시통역사 되다

01 - 라이브 방송동시통역의 세계


02 - 예정된 중대 발표 동시통역의 노하우


03 - 스튜디오 출연 통역이란 무엇인가?


04 - 전화 연결, 동시통역의 새 장을 열다


05 - 에스코트 통역, 리에종 통역이란?


06 - YTN‘위성통역실’

07 - 계약서 텍스트 번역


08 - 홍보물과 캐치프레이즈 번역


09 - 귀로 듣고 글로 쓰는 번역


10 - 남들은 모르는 TV 뒷이야기


11 - CNN International의 얼굴들


12 - 화려한 방송통역사의 진땀나는 생활


13 - 초보 통역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14 - 동시통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15 - 세계의 통번역대학

 

부록


 에필로그 ‘1만 시간의 법칙’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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