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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번역은 반역이라는데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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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2-11-21 10:49 조회2,5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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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번역은 반역이라는데 …
[중앙일보]입력 2012.11.20 00:37 / 수정 2012.11.20 00:37
조화유 재미칼럼니스트•소설가


 미8군사령관 워커 중장이 한국전쟁 중 전방 국군사단본부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마침 통역장교가 없어서 사단장이 직접 통역을 하게 되었는데 워커 장군이 몇 마디 뭐라고 말하자 사단장은 “우리 사단 장병 여러분이 용감하게 잘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간단히 통역(?)했다. 워커가 계속해서 또 뭐라고 꽤 길게 말했는데도 사단장은 “앞으로도 우리 사단이 계속해서 잘 싸워달라고 합니다”라고 간단히 처리했다. 도열해 있던 국군 장병들은 키득키득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전쟁 중 통역장교였던 김일평(미국 코네티컷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박사가 최근 회고록 『미국 유학 60년』을 써 인터넷에 올렸다. 그 글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국군 지휘관들은 거의 대부분 영어를 못했으나 통역장교들 덕분에 미군과 작전 협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군 최고지휘관들의 회고록을 보면 자신들이 직접 영어로 미군과 대화한 것처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인사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통역에 의존했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그런데도 통역장교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는 것이 몹시 서운하다고 했다.

 번역(통역)은 어렵다. “번역은 반역이다”는 말도 있다. 번역을 잘못하면 아예 번역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번역을 잘못한 것, 즉 오역의 원조(元祖)는 성서 구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이것은 고대 히브루어 ‘밧줄’을 ‘낙타’로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일부 성경 연구가는 주장한다. 밧줄도 과장이 심한 편인데 낙타는 과장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우리나라 오역의 원조는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잘못 번역한 것이다. ‘스스로 돕는 자’가 ‘스스로 남을 돕는 자’란 뜻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뜻인지 알쏭달쏭하다. 정확한 번역은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이다. ‘help oneself’는 ‘스스로 돕는다’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역 때문에 국제적 긴장이 조성된 일도 있었다. 1956년 당시 소련 총리 니키타 흐루쇼프가 소련 주재 폴란드 대사관 리셉션에서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낫다는 뜻으로 한 말이 소련이 미국민을 모두 땅에 묻어버리겠다(We will bury you)는 뜻으로 미국 언론이 오역을 해서 미•소 냉전이 더 치열해졌었다.

 카터 미국 대통령은 73년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폴란드를 친선 방문해 “나는 오늘 아침 미국을 떠나 여러분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라고 한 말을 통역이 “나는 폴란드 사람들에게서 (육체적) 욕정을 느낍니다. 나는 미국에 돌아가지 않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엉터리 통역을 하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도 있다.

 영국 여성이 쓰고 미국에서 히트한 외설소설 『Fifty Shades of Grey』가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모양인데 제목부터 ‘그레이의 50개 그림자’라고 잘못 번역되어 있다. 여기서 shades는 ‘그림자’가 아니라 ‘색의 미묘한 차이’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 소설 제목은 ‘회색에도 50종류가 있다’는 뜻이다. Grey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지만 회색을 가리키는 grey(gray의 영국식 철자)와 스펠링이 같다. 작가가 일부러 주인공 이름을 Grey라 붙이고 소설 제목을 Fifty Shades of Grey라 한 것은 주인공의 성격이 매우 미묘하고 변덕스럽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정부 후원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Genie Talk(지니톡)이란 이름을 가진 영→한, 한→영 번역 앱을 만들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 앱은 문자와 음성을 다 인식하지만, 발음이 분명하지 않으면 엉뚱한 번역이 나오기도 한단다. 오래 전에 러시아에서도 번역기를 만든 적이 있는데, The spirit is strong, but the flesh is weak.(정신은 강하나 육신은 약하다)라는 성경 구절을 러시아말로 번역시켰더니 “술은 좋은데 고기(안주)가 시원찮다”라고 나오더란다. spirit에는 ‘정신’이란 뜻도 있고 ‘술’이란 뜻도 있으며, flesh는 ‘육신’이란 뜻도 되고 ‘살’이란 뜻도 되기 때문이다. 번역 기계 같은 것을 이용한 번역이나 통역을 전적으로 믿는 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러나 간단한 말들은 비교적 잘 통역을 한다니까 Genie Talk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설마 “화장터가 어디 있습니까?”를 Where is the restroom?(화장실이 어디 있습니까?)로, “우리 식당 육회 맛 죽여줍니다”를 Our restaurant’s six times taste kills.라고 통역하지는 않겠지….

조화유 재미칼럼니스트•소설가

 



 

 
 
 

곽중철 (2012-12-20 16:27:38)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는 문장은 영문학에서 구문론(semantics)으로 흔히 예시되는 문장이란다. 모호성이 담보된 문장으로 스스로를 돕는, 혹은 서로서로 돕는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하니 꼭 틀린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단다. 많이 드세요라고 말할 때 Help yourself라고 하는데 이 말도 스스로 노력하라는 뜻일까? 애매하다. 조화유 씨가 영문법 전공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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