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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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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3-11-20 10:57 조회2,2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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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입력 : 2013.11.20 05:51 조선일보 김태익 논설위원

 영어 speech를 '연설'이라고 번역한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처음엔 한자로 '演舌(연설)'이라고 썼다 한다. 혓바닥을 놀린다는 뜻이다. 이를 '말씀을 늘어놓는다'는 뜻을 지닌 '演說(연설)'로 바꾼 것은 일본 개화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역사에 이름난 연설이 많지만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다.

▶링컨은 1863년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게티즈버그에서 남북전쟁 전사 장병을 추모하는 연설을 했다. 모두 272단어로 된 연설에는 'democracy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링컨이 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민주주의 정신을 가장 간략하고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링컨은 "남들이 100단어로 얘기할 것을 25단어로 표현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기 생각을 짧고 쉽게 전달하는 데 명수였다.

▶얼마 전 한 언론인이 우리 교과서나 연구서들이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잘못 번역·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한 부분이다. 여기서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번역된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는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로 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링컨의 신념과 의지가 제대로 전달된다고 했다(서옥식 '오역의 제국').

▶남북전쟁의 북군 전사자는 36만명, 남군 전사자는 25만명이다. 합치면 2차대전 때 죽은 미군보다 많다. 싸움이 끝났어도 남북 간에 미움과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었을지는 안 봐도 짐작이 간다. 북군 지도자들이 남군의 소령 이상 장교를 모든 공직에서 추방하자고 했지만 링컨이 막았다. 적에 대한 분풀이보다 먼저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 살리고 보자는 링컨의 호소에 모두가 승복했다.

▶어제 19일은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을 한 지 150년 된 날이다. 미국에선 링컨이 보여준 자유와 평등과 화합 정신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 논의가 한창이라고 한다. 링컨은 연설에서 "세상은 우리가 여기서 하는 말을 그리 귀담아듣지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겠지만…"이라고 했다. 그는 틀렸다. 게티즈버그 연설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갈수록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정치는 언어의 놀음"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믿음과 비전의 말들은 개인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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