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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잃어버린 ‘언어 주권’되찾자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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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11-07 15:19 조회3,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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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언어 주권’되찾자

 요즘 독도 문제로 국민들 사이에 영토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실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우리가 관심을 안 갖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게 바로 언어주권이다. 언어주권이란 자주 독립국가가 언어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언어주권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상당 부분 언어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은 일본과 중국의 고유명사를 일본말과 중국말로 적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 대부분은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언어학의 보편적 원리에 어긋난다. 외국의 고유명사도 언어주권에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외국의 고유명사일지라도 자국어 위주로 편하게 쓰고 있다.

인명의 예를 들어본다. 유럽의 ‘예수 그리스도’를 미국은‘지저스 크라이스트’로, ‘카이사르’는 ‘시저’로, ‘플라톤’은 ‘플레이토우’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애러스타틀’으로 자기 식으로 부른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프랑스’는 ‘프랜스’로, ‘파리’는 ‘패리스’로, ‘로마’는 ‘로움’으로 말한다.

동양의 한자 문화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간 한·중·일 세 나라는 한자는 공통으로 썼지만, 읽고 말하기는 모두 자기 나라 말로 했다. 물론 외국의 고유명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민족은 北京은 ‘북경’, 東京은 ‘동경’으로 읽었다. 인명도 마찬가지다. 孔子는 ‘공자’, 豊臣秀吉은 ‘풍신수길’로 읽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역시 자기 나라 말로 한·일의 고유명사를 읽었고, 일본 또한 자기 나라 말로 중국의 고유명사를 읽었다.

그리고 현재도 중국과 일본은 그 전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오로지 우리나라만 일본 고유명사는 일본어로, 중국 고유명사는 중국어로 적게 바뀌었다. 이렇게 언어주권을 포기하고 남의 말 흉내내느라 애쓰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오직 대한민국밖에 없다.

왜 우리나라만 외래어 표기법이 이렇게 바뀌었는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어를 배운 사람들이 광복 후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어를 알기 때문에 일본어 고유명사는 일본어로 적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본어를 모르는 절대 다수 국민을 무시한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은 일제 식민지 통치의 슬픈 유산이오 잔재다.

한편 중국어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말 전통대로 1988년까지는 北京은 ‘북경’, 孫文은 ‘손문’, 毛澤東은 ‘모택동’으로 올바르게 적고 말했다. 그런데 89년에 갑자기 중국어로 적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그렇게 됐다. 결국은 잘못된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올바른 중국어 외래어 표기법까지 개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의 고유명사를 우리말을 버리고 남의 말을 빌려쓰는 언어 식민지로 전락했다. 남이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 국민은 외국어인 일본어와 중국어를 날마다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면서 국어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광복 60년을 맞는 올해, 스스로 포기한 언어주권부터 되찾자. 언어는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며 우리말을 살리는 일이 애국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자.

김창진 한국어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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