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름이 정부의 언어수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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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11-26 15:54 조회3,3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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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남영신]부처 이름이 정부의 언어수준 (동아일보 2008.11.26)
정부가 공문서 문장이나 기구 이름에 어떤 낱말을 어떻게 쓰는지 검토해 보면 정부의 언어 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쉽고 명료한 문장보다는 아직도 비문법적이고 비논리적인 문장에 수많은 외국어를 섞어 쓰는 때가 많다. 여기에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를 즐겨 쓰는 경우도 흔하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부 기구의 이름을 보면 정부의 낮은 언어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거나 논리적으로 부적절한 이름과 일본식 한자어로 된 이름을 쓰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토해양부는 국토와 해양을 의미하는지, 국토의 해양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이름이다. 국토의 개념과 해양의 개념이 일정 부분 내포 관계에 있음을 안다면 이런 이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을 기획한다는 뜻인지, 기획과 재정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기획과 재정은 층위가 다른 단어이다. 기획은 구체적인 행위를 담은 낱말이고 재정은 추상적인 개념을 가진 낱말이다. 두 낱말이 함께 쓰이면 상식적으로 재정이 기획의 목적어가 된다.
행정안전부도 행정을 안전하게 한다는 의미가 두드러진 이름이지, 행정과 안전을 병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의 목적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 과학과 기술을 나타내는지, 교육과 과학기술을 나타내는지 모호하다. 만일 교육과 과학과 기술을 병렬한 것이라면 이는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처럼 층위가 다른 단어를 병렬한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비논리적이고 비문법적인 이런 이름은 하루빨리 바꿔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이름을 자주 부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국민의 머리에 비문법적인 이름이 자리를 잡게 되어 국민의 논리 구조를 허물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 인식 때문에 아직도 정부 기구 이름에 순화 대상인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는 기관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조달청이라는 이름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조달청은 조달하는 정부 기구를 의미하고, 조달은 ‘마련하여 대어 줌’을 의미하므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조달(調達)이란 한자어가 우리식 한자어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이 말은 순전히 일본인의 한자 사용법에 따라서 만들어진 말이다. 우리식 한자 지식으로는 調達에서 ‘마련하여 대어 줌’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고르게 전달함’이나 ‘조사하여 전달함’ 정도의 의미밖에 떠올릴 수 없다.
우리가 구좌(口座)를 버리고 계좌(計座)로 바꾼 이유는 한자어 口座가 우리식 한자 풀이로는 본래 개념을 설명할 수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개찰(改札)도 일본식 한자 풀이가 아니면 개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표 검사’로 고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일본식 언어문화에서 벗어나 우리식으로 언어 사용을 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정부가 이를 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식 용어를 기구 이름으로 쓰는 관행은 도저히 묵인할 수 없다. 행정용어순화집에도 조달(調達)이란 단어는 쓰지 말도록 정해 놓았는데 정부 기구 이름에 아직 쓰고 있다는 사실은 조달청 사람들의 무신경을 꾸짖을 만하다.
조달을 직역하려 하지 말고 실제 업무와 기능을 감안하여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정부 기구의 이름이나 공문서의 문장 수준이 정부의 언어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남영신 국어학자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정부가 공문서 문장이나 기구 이름에 어떤 낱말을 어떻게 쓰는지 검토해 보면 정부의 언어 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쉽고 명료한 문장보다는 아직도 비문법적이고 비논리적인 문장에 수많은 외국어를 섞어 쓰는 때가 많다. 여기에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를 즐겨 쓰는 경우도 흔하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부 기구의 이름을 보면 정부의 낮은 언어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거나 논리적으로 부적절한 이름과 일본식 한자어로 된 이름을 쓰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토해양부는 국토와 해양을 의미하는지, 국토의 해양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이름이다. 국토의 개념과 해양의 개념이 일정 부분 내포 관계에 있음을 안다면 이런 이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을 기획한다는 뜻인지, 기획과 재정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기획과 재정은 층위가 다른 단어이다. 기획은 구체적인 행위를 담은 낱말이고 재정은 추상적인 개념을 가진 낱말이다. 두 낱말이 함께 쓰이면 상식적으로 재정이 기획의 목적어가 된다.
행정안전부도 행정을 안전하게 한다는 의미가 두드러진 이름이지, 행정과 안전을 병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의 목적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 과학과 기술을 나타내는지, 교육과 과학기술을 나타내는지 모호하다. 만일 교육과 과학과 기술을 병렬한 것이라면 이는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처럼 층위가 다른 단어를 병렬한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비논리적이고 비문법적인 이런 이름은 하루빨리 바꿔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이름을 자주 부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국민의 머리에 비문법적인 이름이 자리를 잡게 되어 국민의 논리 구조를 허물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 인식 때문에 아직도 정부 기구 이름에 순화 대상인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는 기관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조달청이라는 이름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조달청은 조달하는 정부 기구를 의미하고, 조달은 ‘마련하여 대어 줌’을 의미하므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조달(調達)이란 한자어가 우리식 한자어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이 말은 순전히 일본인의 한자 사용법에 따라서 만들어진 말이다. 우리식 한자 지식으로는 調達에서 ‘마련하여 대어 줌’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고르게 전달함’이나 ‘조사하여 전달함’ 정도의 의미밖에 떠올릴 수 없다.
우리가 구좌(口座)를 버리고 계좌(計座)로 바꾼 이유는 한자어 口座가 우리식 한자 풀이로는 본래 개념을 설명할 수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개찰(改札)도 일본식 한자 풀이가 아니면 개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표 검사’로 고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일본식 언어문화에서 벗어나 우리식으로 언어 사용을 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정부가 이를 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식 용어를 기구 이름으로 쓰는 관행은 도저히 묵인할 수 없다. 행정용어순화집에도 조달(調達)이란 단어는 쓰지 말도록 정해 놓았는데 정부 기구 이름에 아직 쓰고 있다는 사실은 조달청 사람들의 무신경을 꾸짖을 만하다.
조달을 직역하려 하지 말고 실제 업무와 기능을 감안하여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정부 기구의 이름이나 공문서의 문장 수준이 정부의 언어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남영신 국어학자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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