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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그들에게 한국말은 ‘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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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12-05 11:17 조회3,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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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그들에게 한국말은 ‘돈’
한윤수 목사·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입력 : 2007.12.05 00:21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한국말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그네들도 그걸 알아서 정말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베트남 노동자가 갖고 다니는 한국어 교본을 본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이 들춰 보았는지 손때가 새카맣게 묻고 보푸라기가 잔뜩 일어난 책장은 눈만 흘겨도 분해될 것 같았다. 이 사람은 한국말로 명사가 뭔지, 부사가 뭔지까지도 알고 있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만난 아나라. 키르기스스탄 출신인 그녀가 허리에 병이 나서, 화성 발안에서 그녀를 태우고 수원의료원에 가는 길이었다. 수원의료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곳이라서 아픈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곳이다.
아나라는 한국에 온 지 3년밖에 안 되지만, 한국말을 굉장히 잘해서 나는 처음에 그녀가 한국 사람인 줄만 알았다. 아파서 병원에를 가면서도 아나라는 핸드폰을 계속 돌려 서울의 음식점 사장님들과 통화한다.
“사장님, 저 아나라 놀고 있어요. 일자리 없어요?” “사장님, 그럼 월급 얼마 줄 거예요?”
한국말을 너무나 잘하는 그녀를 보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나라하고 일하면 사장님들이 참 편하겠어요.”
 “아이고, 안 그래요. 처음엔 ‘빨리빨리’도 못 알아들어서 주인 아주머니 매일 열받았어요.”
 “호오, 그래요?”
 “목사님, 나 어떻게 한국말 배웠는지 아세요?”
 “몰라요.”
 “연속극 ‘인어 아가씨’ 보고 배웠어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다 봤어요. 만날 테이프 갖다가 틀고 또 틀고.”
 “아하!”
그랬더니 아나라가 뭐라고 그러는지 아는가?
“한국말은 안 배울 수가 없어요.”
 “왜요?”
아나라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한국말은 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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