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위기는 우리말로 학문하지 못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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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10-12 10:57 조회3,37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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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위기는 우리말로 학문하지 못한 탓”
■ 오늘 ‘우리 학문 중심잡기’ 학술발표회
현재 인문학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실제 숨쉬고 사는 ‘삶’과 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앎’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삶과 앎의 불일치야말로 우리의 앎이 우리 삶의 언어인 우리말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8일 오후 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글날 국경일 기념 학술발표회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 잡기’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우리말로 학문하기’를 되돌아본다. 외솔회가 주최하고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재단이 후원한다.
‘우리말로 철학하기’ 운동을 펼치는 이기상(철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표문 ‘지구화 속 한국철학 중심 잡기’에서 우리 학계가 서양이론에 식민지화됨으로써 우리의 생활세계와 유리된 것이 우리 학문의 위기와 인문학 위기를 불러들였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를 극복하고 자생적인 이론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존재의 집’이자 ‘우리 의식의 밑바탕’을 이루는 우리말이라고 강조한다. 한자로 된 우리 문화유산과 서양어로 된 서양문물을 제대로 된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은 고전으로 회귀하려는 동양적 정통성의 사유보다 고전과의 대결을 통해 현실의 답을 찾는 서양적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단절론’을 펼친다.
조광(한국사학) 고려대 교수는 ‘민족사관과 우리 학문’에서 서구이론에 대한 추종을 비판하면서도 한국적 전통에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다며 ‘계승론’을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식민사관과 이에 맞선 민족주의사관 및 유물사관은 당대 정치적 목적에 맞추다 보니 각각 보편성과 특수성의 균형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광복 이후 이기백의 신민족주의 사관과 강만길의 분단시대 사학론은 각각 실증성과 현재성을 강조해 그 한계를 극복했으나 식민사학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 멈췄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안으로 ‘상생의 사학’을 제시하며 그 토대를 서양식 변증법보다 화쟁론과 원융론 같은 한국적 전통에서 찾자고 제안했다. 서양의 변증법이 “정(正)과 반(反)이 긴장과 투쟁을 거쳐 합(合)을 요구하는 사상”이라면 화쟁론이나 원융론은 “화(和)와 쟁(諍)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의 확대를 통한 회통(會通)의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문학평론가 정현기 씨는 ‘문학의 날개이론으로 읽는 우리 말글’에서 “민족이 몸통이라면 그 두 날개는 말과 글”이라며 “문학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날갯짓이라 할 때 그 진정한 날개는 한문 일본어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이 되어야 한다”는 ‘날개론’을 펼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오늘 ‘우리 학문 중심잡기’ 학술발표회
현재 인문학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실제 숨쉬고 사는 ‘삶’과 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앎’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삶과 앎의 불일치야말로 우리의 앎이 우리 삶의 언어인 우리말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8일 오후 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글날 국경일 기념 학술발표회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 잡기’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우리말로 학문하기’를 되돌아본다. 외솔회가 주최하고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재단이 후원한다.
‘우리말로 철학하기’ 운동을 펼치는 이기상(철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표문 ‘지구화 속 한국철학 중심 잡기’에서 우리 학계가 서양이론에 식민지화됨으로써 우리의 생활세계와 유리된 것이 우리 학문의 위기와 인문학 위기를 불러들였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를 극복하고 자생적인 이론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존재의 집’이자 ‘우리 의식의 밑바탕’을 이루는 우리말이라고 강조한다. 한자로 된 우리 문화유산과 서양어로 된 서양문물을 제대로 된 우리말로 번역하는 게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은 고전으로 회귀하려는 동양적 정통성의 사유보다 고전과의 대결을 통해 현실의 답을 찾는 서양적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단절론’을 펼친다.
조광(한국사학) 고려대 교수는 ‘민족사관과 우리 학문’에서 서구이론에 대한 추종을 비판하면서도 한국적 전통에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다며 ‘계승론’을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식민사관과 이에 맞선 민족주의사관 및 유물사관은 당대 정치적 목적에 맞추다 보니 각각 보편성과 특수성의 균형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광복 이후 이기백의 신민족주의 사관과 강만길의 분단시대 사학론은 각각 실증성과 현재성을 강조해 그 한계를 극복했으나 식민사학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 멈췄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안으로 ‘상생의 사학’을 제시하며 그 토대를 서양식 변증법보다 화쟁론과 원융론 같은 한국적 전통에서 찾자고 제안했다. 서양의 변증법이 “정(正)과 반(反)이 긴장과 투쟁을 거쳐 합(合)을 요구하는 사상”이라면 화쟁론이나 원융론은 “화(和)와 쟁(諍)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의 확대를 통한 회통(會通)의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문학평론가 정현기 씨는 ‘문학의 날개이론으로 읽는 우리 말글’에서 “민족이 몸통이라면 그 두 날개는 말과 글”이라며 “문학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날갯짓이라 할 때 그 진정한 날개는 한문 일본어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이 되어야 한다”는 ‘날개론’을 펼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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