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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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04-13 09:44 조회2,9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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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chosun] 영국인 기자의 제안 "콩글리시는 이제 그만!"
팀 알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MT, IC, A/S … 영국인도, 미국인도 모르는 약어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혜원 기자 = 번역 happyend@chosun.com
1 “IC 근처로 MT 갑니다”
멋대로 축약하고, 있지도 않은 단어 줄이고…
“우리는 내일 구리IC 근처로 MT를 갑니다.” 한국인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해 누구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할라치면 비밀스러운 암호 해독을 앞둔 사람처럼 까마득해진다. 왜 그럴까?
MT의 원래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 ‘Membership Training(멤버십 트레이닝)’. 물론 영어다. ‘IC’도 영어 단어 ‘Interchange(인터체인지)’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멤버십 트레이닝’은 지극히 한국적 개념이어서 영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IC 역시 영어권 사회에서는 ‘인터체인지’로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부정확한 축약과 생략을 남발하는 한국인의 고질적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다. 유형을 나누자면 크게 두 가지다. 멀쩡한 영어 단어를 한국인이 제멋대로 축약해 사용하는 경우가 하나, 영어 체계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줄여 사용하는 경우가 다른 하나다.
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은 ‘Music Video(뮤직 비디오)’다. 뮤직 비디오란 말은 영어권에도 엄연히 있다. 그러나 이를 축약한 ‘MV’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다. 아니, MT와 마찬가지로 애초부터 영어 체계엔 존재하지도 않는 말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겠다.
2 A/S = After Sales Service ?
영어로도 애매하고, 한국어로도 번역할 말 마땅찮아
사실 ‘A/S’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 하는 건 골치 아픈 문제다.
‘After Service(애프터 서비스)’는 명명백백한 콩글리시(Konglish)다. ‘After Sales Service(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판매 후 서비스)’라는 표현이 그나마 원래 뜻에 가까울 순 있지만 이런 식의 해결 방법은 별 실익이 없다. 지금 당장 모든 한국인에게 A/S 대신 ‘After Sales Service’를 사용하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대답은 ‘절대 아니올시다!’ ‘After Sales Service’란 말은 한국인이 쓰는 A/S(제품 수선)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케팅 업계에서 소매상이나 광고업자에 의해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용하던 헤어드라이어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버렸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이라면 이럴 때 대개 “I will go and get it fixed(갖고 가서 수리해야겠어)” 혹은 “I’ll take it back to the shop(수리상에 갖고 가야겠어)”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당신이 영어권 국가(이를테면 미국)에서 “I need some After Sales Service because my hairdryer doesn’t work(헤어드라이어가 고장 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맡겨야겠어)”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After Sales Service’라는 생뚱맞은 표현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A/S를 대체할 만한 한국어로는 뭐가 있을까? ‘구매 후 수선봉사’ 정도가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 역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서비스’란 말 자체가 한국어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3 ‘빨리빨리’가 부른 콩글리시
최적의 표현 찾으려는 노력 없이 급한 김에 약어만 남발
한국에서 ‘A/S’나 ‘수리점(repair shops)’ 등은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영국은 18세기에 이미 산업화를 이뤘다. 자연히 영어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변화해온 사회 트렌드를 조차 서서히 진화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한꺼번에 진행된 한국의 특성상, 한국어 역시 숨가쁜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공공시설과 기업, 일자리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개념은 있으되 분명한 명칭을 갖추지 못한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A/S’처럼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한국어가 없는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A/S’는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쓰기 편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A/S 사용을 남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지름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을 들여놓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해서, 적절한 한국어 표현이 없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영어 단어를 떠올리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4 MT의 바른 영어
company outing, party… 상황이 100개면 표현도 100개
A/S와 비슷한 예로 광고를 뜻하는 ‘CF’가 있다. 흔히 ‘Commercial Film’의 약자라고 알려진 바로 그 단어다. CF 역시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일종의 신조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립스틱에서부터 세탁기까지 온갖 것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케이블 채널 광고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CF는 올바른 영어 표현일까? 일단 CF를 구성하고 있는 두 단어 ‘commercial’과 ‘film’은 모두 의심할 여지 없는 영어다. 그러나 영어 체계에서 이 둘은 좀처럼 결합되지 않는다. CF와 같은 방식으로 축약되는 일은 더더욱 없다.
MT는 영어로 어떻게 불려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수히 많은 상황에 어울리는 무수히 많은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면 ‘company outing(회사 소풍)’이, 대학 친구끼리 가볍게 한잔 하는 모임이라면 ‘party(파티)’가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과 떠나는 참이라면 ‘club get-together(클럽 사교모임)’이라고 하면 된다. 이 목록에는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추가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은 ‘MT에 딱 맞는 영어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위와 같은 모든 경우를 통칭해 MT라고 부른다.
5 영어와 싸워라!
프랑스는 국어 보호 나서… 한국은 영어 신조어 경쟁
무슨 말이든 영어를 사용해 표현하려는 습성은 비단 한국어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언어가 영어 표현을 빌려오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자 할 때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선 아예 정부 차원에서 영어 남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자국어 보호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와 같은 곳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며 “영어 확산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을 때 이를 적절한 한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싸우려는(fight)’ 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손쉽게 영어 단어를 적당히 섞어 새로운 말을 만들고 퍼뜨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작은 정부’는 불행히도 프랑스식 ‘아카데미’에 쏟아 부을 시간도, 돈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건 어떨까. 기업이 부정확한 영어 약자를 사용한 광고 캠페인을 펼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혹은 공식 문서상에서 ‘A/S’나 ‘IC’와 같은 이상한 영어 약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영어가 아닌 적확한 한국어로 묘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합의하는 일, 그리고 당장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 이번 주에 MT 간다” 같은 문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쉽고 편한 지름길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영어투의 표현을 한국어로 바꿔 말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한국어 표현이 부정확한 영어에 밀려 설 곳을 잃고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영어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전제는 ‘올바른 곳에 제대로 사용되는 영어’에 한해서만 유효하다. 원어민이 사용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영어 신조어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그럴 시간에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독특한 한국식 표현을 창조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자. 그 편이 ‘콩글리시 약어’를 만들어 전파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입력 : 2008.04.12 11:10 / 수정 : 2008.04.13 09:28
팀 알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MT, IC, A/S … 영국인도, 미국인도 모르는 약어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혜원 기자 = 번역 happyend@chosun.com
1 “IC 근처로 MT 갑니다”
멋대로 축약하고, 있지도 않은 단어 줄이고…
“우리는 내일 구리IC 근처로 MT를 갑니다.” 한국인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해 누구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할라치면 비밀스러운 암호 해독을 앞둔 사람처럼 까마득해진다. 왜 그럴까?
MT의 원래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 ‘Membership Training(멤버십 트레이닝)’. 물론 영어다. ‘IC’도 영어 단어 ‘Interchange(인터체인지)’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멤버십 트레이닝’은 지극히 한국적 개념이어서 영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IC 역시 영어권 사회에서는 ‘인터체인지’로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부정확한 축약과 생략을 남발하는 한국인의 고질적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다. 유형을 나누자면 크게 두 가지다. 멀쩡한 영어 단어를 한국인이 제멋대로 축약해 사용하는 경우가 하나, 영어 체계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줄여 사용하는 경우가 다른 하나다.
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은 ‘Music Video(뮤직 비디오)’다. 뮤직 비디오란 말은 영어권에도 엄연히 있다. 그러나 이를 축약한 ‘MV’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다. 아니, MT와 마찬가지로 애초부터 영어 체계엔 존재하지도 않는 말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겠다.
2 A/S = After Sales Service ?
영어로도 애매하고, 한국어로도 번역할 말 마땅찮아
사실 ‘A/S’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 하는 건 골치 아픈 문제다.
‘After Service(애프터 서비스)’는 명명백백한 콩글리시(Konglish)다. ‘After Sales Service(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판매 후 서비스)’라는 표현이 그나마 원래 뜻에 가까울 순 있지만 이런 식의 해결 방법은 별 실익이 없다. 지금 당장 모든 한국인에게 A/S 대신 ‘After Sales Service’를 사용하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대답은 ‘절대 아니올시다!’ ‘After Sales Service’란 말은 한국인이 쓰는 A/S(제품 수선)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케팅 업계에서 소매상이나 광고업자에 의해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용하던 헤어드라이어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버렸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이라면 이럴 때 대개 “I will go and get it fixed(갖고 가서 수리해야겠어)” 혹은 “I’ll take it back to the shop(수리상에 갖고 가야겠어)”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당신이 영어권 국가(이를테면 미국)에서 “I need some After Sales Service because my hairdryer doesn’t work(헤어드라이어가 고장 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맡겨야겠어)”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After Sales Service’라는 생뚱맞은 표현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A/S를 대체할 만한 한국어로는 뭐가 있을까? ‘구매 후 수선봉사’ 정도가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 역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서비스’란 말 자체가 한국어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3 ‘빨리빨리’가 부른 콩글리시
최적의 표현 찾으려는 노력 없이 급한 김에 약어만 남발
한국에서 ‘A/S’나 ‘수리점(repair shops)’ 등은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영국은 18세기에 이미 산업화를 이뤘다. 자연히 영어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변화해온 사회 트렌드를 조차 서서히 진화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한꺼번에 진행된 한국의 특성상, 한국어 역시 숨가쁜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공공시설과 기업, 일자리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개념은 있으되 분명한 명칭을 갖추지 못한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A/S’처럼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한국어가 없는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A/S’는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쓰기 편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A/S 사용을 남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지름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을 들여놓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해서, 적절한 한국어 표현이 없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영어 단어를 떠올리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4 MT의 바른 영어
company outing, party… 상황이 100개면 표현도 100개
A/S와 비슷한 예로 광고를 뜻하는 ‘CF’가 있다. 흔히 ‘Commercial Film’의 약자라고 알려진 바로 그 단어다. CF 역시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일종의 신조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립스틱에서부터 세탁기까지 온갖 것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케이블 채널 광고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CF는 올바른 영어 표현일까? 일단 CF를 구성하고 있는 두 단어 ‘commercial’과 ‘film’은 모두 의심할 여지 없는 영어다. 그러나 영어 체계에서 이 둘은 좀처럼 결합되지 않는다. CF와 같은 방식으로 축약되는 일은 더더욱 없다.
MT는 영어로 어떻게 불려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수히 많은 상황에 어울리는 무수히 많은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면 ‘company outing(회사 소풍)’이, 대학 친구끼리 가볍게 한잔 하는 모임이라면 ‘party(파티)’가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과 떠나는 참이라면 ‘club get-together(클럽 사교모임)’이라고 하면 된다. 이 목록에는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추가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은 ‘MT에 딱 맞는 영어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위와 같은 모든 경우를 통칭해 MT라고 부른다.
5 영어와 싸워라!
프랑스는 국어 보호 나서… 한국은 영어 신조어 경쟁
무슨 말이든 영어를 사용해 표현하려는 습성은 비단 한국어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언어가 영어 표현을 빌려오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자 할 때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선 아예 정부 차원에서 영어 남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자국어 보호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와 같은 곳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며 “영어 확산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을 때 이를 적절한 한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싸우려는(fight)’ 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손쉽게 영어 단어를 적당히 섞어 새로운 말을 만들고 퍼뜨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작은 정부’는 불행히도 프랑스식 ‘아카데미’에 쏟아 부을 시간도, 돈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건 어떨까. 기업이 부정확한 영어 약자를 사용한 광고 캠페인을 펼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혹은 공식 문서상에서 ‘A/S’나 ‘IC’와 같은 이상한 영어 약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영어가 아닌 적확한 한국어로 묘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합의하는 일, 그리고 당장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 이번 주에 MT 간다” 같은 문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쉽고 편한 지름길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영어투의 표현을 한국어로 바꿔 말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한국어 표현이 부정확한 영어에 밀려 설 곳을 잃고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영어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전제는 ‘올바른 곳에 제대로 사용되는 영어’에 한해서만 유효하다. 원어민이 사용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영어 신조어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그럴 시간에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독특한 한국식 표현을 창조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자. 그 편이 ‘콩글리시 약어’를 만들어 전파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입력 : 2008.04.12 11:10 / 수정 : 2008.04.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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