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통역대학원(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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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03-07 14:55 조회6,2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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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귀신 잡는 해병 ‘군글리시’도 잡는다
1월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한국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연합 해병지휘관 회의.
△미 해병 A 중령: As OPLAN is chopped to ROKMC side more, CJMD has to change accordingly(한국 해병대 측에 작전통제권이 더 많이 이양됨에 따라 연합인원편성편제도 바뀌어야만 한다).
△한국 해병 통역 B 소위: CJMD가 변해야 하는데 OPLAN에…(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상이 있습니다.
△한국 해병 C 중령: (B 소위를 돌아보며) 무슨 소리야? CJMD가 변하는데 왜 OPLAN에 이상이 있지? chop을 그렇게 통역하면 안돼. 다시 물어봐.
지난달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통역 양성교육에 참가한 장병들이 한미연합사 소속 미국 해병 연락장교와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B 소위는 6일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진땀이 흐른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임관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는 등 9년간 미국 생활을 한 영어통.
하지만 당시 통역에서는 군사용어, 특히 약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A 중령이 말한 군사약어 중에 B 소위가 알고 있었던 건 OPLAN과 ROKMC뿐.
OPLAN은 ‘Operational Plan’의 약어로 작전계획,
ROKMC는 ‘Republic Of Korea Marine Corps’의 약어로 한국 해병대를 의미한다.
CJMD는 ‘Combined Joint Manning Document’를 줄인 말로 연합인원편성편제라는 뜻.
최근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새로 등장한 약어다.
그러나 B 소위는 “이들 약어를 알았다 하더라도 통역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ped라는 단어의 용법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chop은 일반적으로 ‘(도끼나 칼 등으로) 잘게 자른다’는 뜻의 동사지만 A 중령은 그런 뜻으로 이 단어를 쓴 것이 아니었다.
chop 역시 군사약어였던 것. ‘change of operational control’ 중 ‘ch’와 ‘op’를 딴 것으로 작전통제권 이양이라는 뜻이었다. A 중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어인 명사를 동사로 사용했기 때문에 chop의 일반적인 뜻만 알고 있던 B 소위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난달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 해병대사령부 정보화교육장에서 미국 유학생 출신 해병대 장병들이 교관(왼쪽)에게서 통역 양성교육을 받고 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해병대는 이런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지난달 5일부터 16일까지 대대적으로 통역장병을 양성했다. 대상자는 대학 졸업을 포함해 최소 5년에서 19년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15명(장교 5명, 사병 10명)의 해외파였다. 이들은 2주간 군사용어, 통역이론, 한미 군사조직, 작전계획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통역 교육을 받았다.
장교 외에 일반 사병을 공식 통역 자원으로 양성한 것은 육해공군을 통틀어 해병대가 처음이다. 종전엔 해병대에 통역장교 2, 3명만 있었다. 해병대는 하반기에 15명의 통역 장병을 더 뽑아 연중 30명 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해병대가 이처럼 대규모 통역장병 양성에 나선 것은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독수리연습(FE),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미 해병 대대급 한국 전개 훈련(KITP) 등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한국에 오는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해병대여서 통역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통역장병 양성 교육에 참가한 맹윤영 중위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군사용어 한 단어 때문에 통역은 물론 의사소통조차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8월 UFL연습 중 알게 된 미 해병 중위가 “I was challenged last night(어젯밤 누가 내게 암구호를 물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Who challenged you? Let's go see him(누가 당신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어떤 친구인지 보러 가자)”이라며 대신 혼내 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머쓱해진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미 해병 중위가 웃으면서 “When somebody asks a question, I must give him an answer(누가 물으면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것 있잖아)”라고 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challenge’에 ‘도전하다’는 뜻 외에 ‘수하(誰何)하다. 암 구호를 묻다’라는 군사적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맹 중위는 말했다. 초등학교 때 2년간 미국 생활을 했고 고교 3학년 때 다시 도미해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전혀 엉뚱하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교관인 류승훈 중위는 “군사용어와 작전개념을 모르면 영어와 한국어에 아무리 능통해도 군사통역은 할 수 없다”며 “이번에 교육생들에게 하루에 군사용어 600개씩을 외우게 하고 한미 해병대 조직과 작전계획 등 기초적인 군사지식을 가르쳤지만 기간이 짧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역장병을 양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 해병대 주도의 한미 연합훈련과 세부 작전계획 수립, 각종 회의 등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군은 물론 미군 측도 마땅한 통역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미 해병 측은 매년 훈련 때나 회의 때 한국인 2세 대위 1명과 현지에서 고용한 한국계 민간인 여자 통역을 동행하나 이들은 군사지식이 깊지 않아 제대로 된 통역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한종(중령) 교육과장은 “앞으로 한국 해병대 주도로 한미 연합훈련을 할 수 있으려면 미군에게서 세부적인 작전 및 훈련계획 수립 과정을 배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군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역자원의 양성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1월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한국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연합 해병지휘관 회의.
△미 해병 A 중령: As OPLAN is chopped to ROKMC side more, CJMD has to change accordingly(한국 해병대 측에 작전통제권이 더 많이 이양됨에 따라 연합인원편성편제도 바뀌어야만 한다).
△한국 해병 통역 B 소위: CJMD가 변해야 하는데 OPLAN에…(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상이 있습니다.
△한국 해병 C 중령: (B 소위를 돌아보며) 무슨 소리야? CJMD가 변하는데 왜 OPLAN에 이상이 있지? chop을 그렇게 통역하면 안돼. 다시 물어봐.
지난달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통역 양성교육에 참가한 장병들이 한미연합사 소속 미국 해병 연락장교와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B 소위는 6일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진땀이 흐른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임관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는 등 9년간 미국 생활을 한 영어통.
하지만 당시 통역에서는 군사용어, 특히 약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A 중령이 말한 군사약어 중에 B 소위가 알고 있었던 건 OPLAN과 ROKMC뿐.
OPLAN은 ‘Operational Plan’의 약어로 작전계획,
ROKMC는 ‘Republic Of Korea Marine Corps’의 약어로 한국 해병대를 의미한다.
CJMD는 ‘Combined Joint Manning Document’를 줄인 말로 연합인원편성편제라는 뜻.
최근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새로 등장한 약어다.
그러나 B 소위는 “이들 약어를 알았다 하더라도 통역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ped라는 단어의 용법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chop은 일반적으로 ‘(도끼나 칼 등으로) 잘게 자른다’는 뜻의 동사지만 A 중령은 그런 뜻으로 이 단어를 쓴 것이 아니었다.
chop 역시 군사약어였던 것. ‘change of operational control’ 중 ‘ch’와 ‘op’를 딴 것으로 작전통제권 이양이라는 뜻이었다. A 중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어인 명사를 동사로 사용했기 때문에 chop의 일반적인 뜻만 알고 있던 B 소위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난달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 해병대사령부 정보화교육장에서 미국 유학생 출신 해병대 장병들이 교관(왼쪽)에게서 통역 양성교육을 받고 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해병대는 이런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지난달 5일부터 16일까지 대대적으로 통역장병을 양성했다. 대상자는 대학 졸업을 포함해 최소 5년에서 19년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15명(장교 5명, 사병 10명)의 해외파였다. 이들은 2주간 군사용어, 통역이론, 한미 군사조직, 작전계획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통역 교육을 받았다.
장교 외에 일반 사병을 공식 통역 자원으로 양성한 것은 육해공군을 통틀어 해병대가 처음이다. 종전엔 해병대에 통역장교 2, 3명만 있었다. 해병대는 하반기에 15명의 통역 장병을 더 뽑아 연중 30명 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해병대가 이처럼 대규모 통역장병 양성에 나선 것은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독수리연습(FE),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미 해병 대대급 한국 전개 훈련(KITP) 등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한국에 오는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해병대여서 통역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통역장병 양성 교육에 참가한 맹윤영 중위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군사용어 한 단어 때문에 통역은 물론 의사소통조차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8월 UFL연습 중 알게 된 미 해병 중위가 “I was challenged last night(어젯밤 누가 내게 암구호를 물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Who challenged you? Let's go see him(누가 당신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어떤 친구인지 보러 가자)”이라며 대신 혼내 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머쓱해진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미 해병 중위가 웃으면서 “When somebody asks a question, I must give him an answer(누가 물으면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것 있잖아)”라고 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challenge’에 ‘도전하다’는 뜻 외에 ‘수하(誰何)하다. 암 구호를 묻다’라는 군사적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맹 중위는 말했다. 초등학교 때 2년간 미국 생활을 했고 고교 3학년 때 다시 도미해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전혀 엉뚱하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교관인 류승훈 중위는 “군사용어와 작전개념을 모르면 영어와 한국어에 아무리 능통해도 군사통역은 할 수 없다”며 “이번에 교육생들에게 하루에 군사용어 600개씩을 외우게 하고 한미 해병대 조직과 작전계획 등 기초적인 군사지식을 가르쳤지만 기간이 짧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역장병을 양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 해병대 주도의 한미 연합훈련과 세부 작전계획 수립, 각종 회의 등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군은 물론 미군 측도 마땅한 통역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미 해병 측은 매년 훈련 때나 회의 때 한국인 2세 대위 1명과 현지에서 고용한 한국계 민간인 여자 통역을 동행하나 이들은 군사지식이 깊지 않아 제대로 된 통역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한종(중령) 교육과장은 “앞으로 한국 해병대 주도로 한미 연합훈련을 할 수 있으려면 미군에게서 세부적인 작전 및 훈련계획 수립 과정을 배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군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역자원의 양성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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