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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정상외교 뒷얘기' ---연합뉴스 200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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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5-10-21 15:18 조회2,9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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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정상외교 뒷얘기' 공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상외교에 관한 개인적 소신과 해외순방을 통해 느낀 소회, 주요 정상과의 대화내용 등 ’정상외교 뒷얘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취임 후 거둔 외교성과를 총평해달라는 주문에 대해 “자화자찬 같지만 외교문제는 기대를 초과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하고 “개인적으로 거둔 가장 큰 성과로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해외에 나가서 비로소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외교라는 것이 ’얼음밭에서 죽순 따는 식’의 기적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대부분 보편적으로는 잘 됐다는 생각”이라고 거듭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상외교와 관련, 노 대통령은 “처음에는 언어문제 때문에 나름대로 걱정을 많이 하고 정말 초긴장상태에서 외교무대에 나섰는데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며 “결국 대화의 핵심적인 주제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 것이지 영어를 잘하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통역의 역할을 예찬했다. 그는 “통역이 하도 똑똑해서 내가 한국말로 말하는 것보다 더 잘 다듬어진 영어를 구사한다”며 “내가 한국 사람들과 말할 때보다 오히려 더 위험부담이 적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대통령의 정상외교 영어 통역은 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의 아들 이성환(29) 청와대 행정관이 맡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상외교에서는 문제의 본질과 우리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역지사지’의 대화 태도를 강조했다.

취임 후 외교적으로 큰 시비가 없었던 배경에는 상대에 솔직한 자세를 보였던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그 실례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들었다.

최근 청와대를 찾은 로게 위원장에게 “태권도는 한국 국민들에게는 민족혼이 담겨있다”며 진지한 태도로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에 사의를 표시했더니 “얘기가 아주 잘 풀렸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겉으로 보면 무뚝뚝하고 업무적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런데도 외교무대에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은 정확하고 책임 있게 얘기하기 때문”이라며 “어쨌든 부드럽고 재미있게 화제를 끌고 들어가면 확실히 상대방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열리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관계 또한 ’솔직한 외교’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면 북핵문제와 함께 큰 틀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관한 것을 주로 얘기한다”며 “파월 장관이나 라이스 장관을 만났을 때도 그게 대화의 주제였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해외순방 때 재벌 총수 등 경제인들이 동행하는 업계 관행에 대해서도 남다른 소회를 피력했다.

“우스갯소리 같은 얘기부터 하나 할까요”라고 운을 뗀 노 대통령은 “독재정권 시절에 차출돼서 따라다니던 습관이 남아서 안 가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따라 나서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라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기업인 동행에는) 이유가 있었다”며 취임 후 해외순방을 통해 기업인을 바라보는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는 것만으로 일이 빨리 촉진되는 경우가 많고, 하다못해 한국상품에 대한 광고효과라도 있는 것 같다”며 “정상외교 때 얘기했던 것들이 해결됐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이제는 경제인들이 같이 가는데 대해 아무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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