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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공인 법정통역사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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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04-07 15:07 조회2,3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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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법정통역사 제도가 필요하다
2008. 3. 7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2%가 외국인인 셈이고, 농촌 총각 열 명 중 네 명이 외국인 아내를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 신혼 부부의 15%가 국제결혼으로 맺어진다고 한다. 싫든 좋든 한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런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려면 많은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데 통번역을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우선 국내 거주 외국인들과의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생명과 자유라는 소중한 인권이 좌우되는 법정과 의료 분야 통역에 있어서는 정부가 공인하는 통역사 제도가 하루 빨리 정립되어야 한다.

국내 외국인들이 형사, 민사상의 문제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 의사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불이익을 받고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 당하는 경우가 많다. 급한 일로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돼 생명마저 위협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법정에서는 현재 법정 통역 인증 제도가 없어 대학원생 등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하루 10만원도 안 되는 보수를 받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통역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정하는 엄격한 인증 제도를 통해 반드시 자격있는 통역사가 책임지고 관련 통역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역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다. 양쪽 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고 해서 모두 유능한 통역사가 될 수는 없다. 겉으로 보기에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사실은 양쪽 언어가 다 미흡해 오역을 하는 경우가 우리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LA의 법정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자격 있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면 억울한 외국인 거주자를 도우려는 선의와 상관 없이 오역으로 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편견이나 동정에 영향 받지 않고 정확한 통역을 위해서도 당사자와 이해 관계가 없는 제 3자인 전문통역사가 통역을 맡아야 한다.

이제 우리 입법부와 사법부가 힘을 합쳐 법정통역사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정부의 인증을 받은 통역사가 형사법 절차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역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든가 그런 통역사들을 정부가 공무원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면서 글로벌 한국의 사법체제의 정의와 형평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법정이나 병원에서의 통역은 광의의 지역사회 통역(community interpreting) 범주에 든다. 어렵지만 최고 난도의 통역은 아니다. 인증 제도만 확립되면 기존 국내 통번역사 교육 역량만으로도 얼마든지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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