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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만물상] 프랑스 영어교육 강화(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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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09-05 17:52 조회2,6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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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레바논 재건을 돕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바로수 EU집행위원장,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한 이 회의에선 라이스 혼자 영어를 썼고 나머지는 모두 불어로 발언했다. 불어 사용을 고집하는 프랑스와 시라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시라크는 2006년 EU회의에서 프랑스 경제인이 영어로 발표를 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프랑스인들은 이미 4세기 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라는 불어 연구기관을 만들었다. 1975년엔 불어 단어가 엄연히 있는데도 외국어를 쓰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최근엔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는 신조어로 고치는 식으로 외래어들을 불어로 정리했다.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영어 못하는 나라라는 것을 프랑스인들은 당연히 여겼다.

▶최근엔 프랑스의 국어 사랑도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TV의 불어 받아쓰기 프로그램은 3년 전 막을 내렸다. 지하철에 영어학원 광고가 걸리고 서점엔 영어 학습서가 깔려 있다. 청소년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온라인게임에 열중한다. 부유층 중·고생들은 방학에 영국으로 '홈스테이' 연수를 가거나 미국 대학 서머스쿨에 간다.

▶다르코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며칠 전 TV에 나와 "프랑스 젊은이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장애다. 내년부터 방학 중 학교에서 중고생에게 무료 영어강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크게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취임 후 "국제회의에서 불어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했었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는 여론조사에서 81%가 영어교육 강화를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날로 세계화가 진전되고 인터넷이 퍼지면서 더 강해진 영어의 영향력을 프랑스인들이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문서의 86%가 영어로 돼 있다. 불어권인 아프리카의 알제리, 르완다, 콩고도 최근 공용어를 영어로 바꿨다. 글로벌 경제에서 영어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자존심까지 꺾은 영어의 위력을 새삼 절감한다.

입력 : 2008.09.0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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