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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통역관련 기사 두 가지(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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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7-01 08:55 조회3,2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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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 칼럼] '새마을 노래'를 불렀던 노무현(조선일보 2009.7.1)

그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빈 방문한 알제리의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막 정상회담을 끝냈다. 양국 간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다음 일정인 만찬장으로 옮겨갈 때였다. 그런데 만찬장이 완전히 정돈되지 않았다. 양국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15분쯤 기다려야 했다. 그 자리에는 통역사 한 명만 남겨졌다. 당초 그는 노 대통령의 통역을, 알제리 대통령에게는 다른 통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딱 3명만 남게 된 방에서 그가 양쪽 통역을 다 맡게 됐다.

알제리 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가보니 김일성 지도자는…" 말문을 열었다. "북한 주민을 위해 정말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 아들 김정일도 못지않게 헌신적이고…" 개인적으로 김일성 부자와 오랜 친분이 있는지 칭찬을 한참 이어나갔다. 한국의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김정일의 치적에 대해 떠드는 것은 외교적 결례였다.

통역사는 난감했다. 통역을 안 할 수도, 자의적으로 그 내용을 줄일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알제리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통역했다. 순간 노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통역사는 분위기를 읽고 조마조마했다. 노 대통령은 "하나도 빼지 말고 통역해주세요"하며 그를 쳐다봤다.

 "김일성 김정일을 말하지만 북한 주민 상당수가 굶고 있습니다. 우리 남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그때까지 못살던 농촌과 지방을 바꾸어서 잘살게 만들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이라는 걸 했습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잘살게 된 것이 바로 박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그분이 지은 '새마을 노래'라는 게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힘차게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꽉 쥔 주먹을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 노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3년 12월 9일 저녁이었다.

통역사가 이 일화(逸話)를 내게 들려준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감상적인 기분이 들었던 탓이다. 이 장면을 과장되게 해석할 것은 없지만, '우리가 몰랐던' 노 전 대통령의 한 얼굴이 잠깐 드러났던 게 아닐까. 그는 "정치적으로 오해받을까 봐 어디서도 얘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하략)

 [편집자에게] '지정학적'이란 말은 없다
 임덕순 충북대 명예교수·문화역사지리학회 고문

23일자 A6면의 아제르바이잔 기사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여기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앞서 11일자 A6면에서도 "카자흐스탄 정부로선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한국이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더 매력적"이란 문장도 나온다.

위의 문장에 들어 있는 '지정학적'이라는 표현은 '지정적(地政的)'이나 '지리정치적'으로 바뀌어야 옳다. 가령 "수출 증가 정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하여 한국의 '경제학적' 사정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썼다면 이 문장에서 '경제학적'이라는 표현은 '경제적'으로 바꾸어야 맞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정학적' 상황이라는 것은 지정학의 발전과 관련된 학문적 상황, 가령 지정학자의 급격한 감소나 지정학에 대한 사회적 지탄 증대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지, 어떤 지역 내의 사실이나 현상으로서의 상황, 즉 지정적(지리정치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지정학은 독일 정치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이 쓴 '정치지리학'(1897)의 논리에 영향을 받은 스웨덴 정치학자 요한 J 첼렌에 의해 1916년 만들어진 '지리에 관련된 정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치를 지리와 관련해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지정학적'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추론된다. 영어로 지정학은 'geopolitics', 형용사는 'geopolitical'이다. 문맥에 따라 '지정학적'으로도 번역되고 '지정적'으로도 번역된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과 '지정적'을 구분해서 제대로 쓰고 있다.

하지만 요새 언론이나 증시 전문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구분 없이 '지정학적'이라는 단어를 점점 많이 쓰고 있다. 이번 지적을 계기로 '지정학적'과 '지정적'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구분되고 옳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곽중철 (2009-07-02 06:10:14) 
 
[아침논단] 나에게 국가경쟁력이란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사장
 조선일보 20090702

 "세계와 정확하게 소통하는 표기법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국가경쟁력이다. 필요하면 새 자모(字母)를 만들자 전문가만 할 일은 아니다"

 "굿 모닝!" 인사를 하니까 상대방도 아주 빙긋이 웃으며 "굿 모닝!" 하고 인사를 건넨다. 앗, 집에 와서 생각하니 내가 인사한 시간이 저녁이었다. 그러면 "굿 이브닝!" 했어야 했다. 몇 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그 영국인은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으려고 틀리게 인사해 주었다. 한국인은 시간을 나누어 가며 다른 인사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까짓 것 인사말이야 그렇다 치자. 본론을 잘 전달하면 되었는데 내가 말할 때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던 단어들을 다시 찾아보니 발음이 틀렸다. 특히 F와 P, B와 V가 그랬다.

몇 년 전 일이다. 세계적 유명 디자이너가 '패션(Passion·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낸 것이 크게 성공하자, 다른 사람이 제품 이미지를 그대로 베끼고 단지 '패션(Fashion·유행)'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유사 제품을 냈다. 당연히 표절 소송이 일어났다. 나는 이를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우리 글로는 괄호 속 영어를 따로 적어주지 않는 한 두 단어를 다르게 표기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 표준 글쓰기에서는 F와 P, V와 B의 한글표기가 같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표기된 단어들을 자주 본 나머지 실제 대화에서조차 우리 글자 표기대로 발음하는 것이라고 슬쩍 핑계를 댄다. 사실 이런 경험이 중첩돼 있는 우리 세대는 영어로 말해야 할 때 머릿속이 더 복잡하고 입술에 자신이 없어져 살짝 얼버무리는 재주까지 만들어졌다.

국가경쟁력은 각 분야에서 온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지금 같은 '초고속 소통의 시대'에 나 같은 보통사람이 겪는 실수, 부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자꾸 쌓이면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어마어마한 기술개발과 특정산업의 투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은 표현과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적 기구일 뿐 아니라, 정보 전달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 핵심이며 나아가 국가경쟁력에 직결되는 도구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우리 글자 표기로도 지구촌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명, 지명, 개념 같은 것들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국가경쟁력인 것이다.

이번에 국립국어원이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50만개를 두 배쯤 더 넓혀서 100만개로 편찬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실제 생활에 널리 쓰이는 어휘나 새로 등장하는 전문용어, 신조어 등을 포함하여 위키피디아형 실용 국어사전을 만들겠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한글경쟁력 강화방안'은 시기적으로 적절할뿐더러 한글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발상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말하는 사람이 분명하게 책임지는 화자 중심의 서양언어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언어는 듣는 사람이 알아서 들어야 하는 청자 중심의 언어라고 한다. 그러나 어디 지금의 삶이 그런 특성을 유지하게 두는가. 사회는 점점 젊어지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제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각 분야에는 분화된 만큼의 언어가 있으며, 미처 우리말로 정립하지 못한, 외국어로 된 전문 용어는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랑스럽게도 "벽장 속에 숨겨둔" 빛나는 유산이 있다. 다 알다시피 처음 훈민정음이 반포되었을 당시 자모가 28자였으나 넉 자가 쓰이지 않아서 없어졌는데, 필요하다면 이들 중에서도 다시 살려내어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예컨대 '주'와 '수'의 중간 발음은 없어진 '반치음'(△)으로 표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몇 개는 변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Big)'과 다른 '빅토리(Victory)'는 V자처럼 아래가 뾰족한 '비읍'자를 개발한다든지, 혀를 넣어 발음하는 것은 동그라미 속에 가로획을 넣는다든지…. 세종께서는 그 옛적에 없던 글자도 만드셨는데, 필요한 발음 몇 개를 더 개발하는 것은 이 글자를 물려받은 후손의 도리일 수도 있다.

나는 국어학자도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언어와 표기는 모두가 나누어야 하는 아주 큰 약속이다. 모두가 이롭도록 제안하는 것은 꼭 학자의 몫이 아니다. 백남준 선생도 살아생전에 한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보다 정작 그의 한글 이야기는 아주 진지하였다. "우리나라 글자로 왜 세계의 지명이나 외국인 이름조차 제대로 적지 못하는가. 언제 대통령이 한번 초대한다니 그때 한글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그 후 초대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백남준은 우리 글을 알고, 그것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내다본 세계인이 아니었던가. 
 
 
 

곽중철 (2010-08-12 15:11:00) 
 
CNN `황진이 게이샤 표현` 오보 논란 [조인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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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02 17:13 입력 / 2007.01.02 17:45 수정

'CNN 황진이 오보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CNN의 지난해 12월 29일자 기사 '게이샤에 심취한 한국(S.Kores idolizes 'geisha' girls)'이 발단이 됐다. 기사는 드라마 '황진이' 방영 후 조선시대 기생 황진이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의 현황을 전했다. 기사 가운데 한국 기생을 '코리안 게이샤'로 표현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 기생을 칭하는 '게이샤'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시작됐다. 2일 주요 포털 사이트 '한류방'에 '황진이=게이샤? 오보는 어디까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쟁에 불을 댕겼다. 소수의 네티즌이 "미국에서 보다 잘 알려진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지만, 대다수는 "'게이샤'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며 성토했다. 일부 언론도 'CNN 황진이는 게이샤 오보' '황진이가 게이샤? 네티즌 비난 봇물' 등 표현상 오류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 시각은 다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장 곽중철 교수는 "게이샤 오보 논란은 민족주의적 발상에 기댄 편협한 시각"이라고 했다. "일부의 주장과 달리 한국 기생을 '코리안 게이샤'로 표현한 것을 오기나 오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수용자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표현하는 게 통.번역의 기본"이라며 "서구 사회에 기생보다 게이샤, 한국보다 일본이 더 잘 알려져 편의상 쉬운 표현이 선택된 것 뿐, 국력이 신장돼 한국이 세계에 보다 잘 알려지면 달라질 문제"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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