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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외국어공부의 충격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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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14 14:02 조회1,0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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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공부의 충격요법"중에서 (경향신문 2003.11.10(월) 19:01)

김은정추천 0조회 3303.11.20 01:3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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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는 원래 어려운 것=

영어와 영어교육이 그토록 어렵고 힘든 까닭은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원래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다. 성경은 또 각종 방언(외국어)을 하는 것은 신이 일부 인간에게만 준 ‘은사(恩賜·Gift)’라고 했다. 성경은 이어 ‘다 방언(외국어)을 말하는 자겠느냐?’고 반문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은사를 받지 못한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하려고 하고, 잘 하려고 하는 데서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에서 매년 1,000명이 훨씬 넘는 대학원 응시자들을 평가하고, 그 중에서 뽑힌 매년 50명 남짓한 영어전공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모국어의 중요성’이다. 2년간 눈물나는 노력 끝에 우수졸업의 영예를 안는 사람은 모두 ‘모국어가 확실한’ 학생이다. 그 모국어 역시 대부분 ‘영어’가 아닌, ‘한국어’다. 한국인이 영어를 모국어로 만들기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모국어는 인간이 모두 모국어로 생각하고, 공부하고, 모국어와 함께 익힌 보디 랭귀지를 쓰며 성장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모국어는 인간사고의 ‘비빌 언덕’이다.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 역시 모국어가 확실한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졸업하기 어려운 학생은 그의 모국어가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학생들이다. 그들은 ‘깊은 생각’과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불쌍하다. 사계 전문가들의 말을 통역하려면 우선 그 말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된다. 그들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만 하면서 “나는 왜 통역이 잘 되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결국 훌륭한 학생은 한국어를 확실한 모국어로 삼고, 한국어로 모든 사물을 판단하며 상대방의 전문적인 담론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그것을 정확히 옮길 수 있는 영어구사력을 키운 사람이다. 그래야 외국인 전문가의 영어담론을 이해하고 우리말로 편안히 옮길 수 있다. 물론 그런 학생이 인위적인 조기유학이 아닌, 가족의 해외생활 덕분에 본토의 영어와 문화를 어느정도 익혔다면 금상첨화다.

우리는 이제 자나깨나 한국의 영어교육이 잘못됐다는 대안없는 비판이나 불평을 늘어 놓을 수만은 없다. 영어를 못하는 것은 하늘이 태초부터 그렇게 만들어 놓은 까닭이다.

특히 동양은 문화와 역사가 다르고, 어순 등 언어구조가 워낙 서로 다르다. 국내 영어교육법도 계속 개선·발전되고 있고, 인터넷 시대에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조기유학보다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또 그 많은 영어학도들의 영어실력을 토익이나 토플이라는 수입 평가제도로 가늠하는 외화낭비도 이제 지양돼야 한다.

=확실한 모국어 습득이 먼저=

우선 내가, 내 자녀가 정말 꼭 영어를 잘 해야 하는지, 배우는 근본 목적이 뭔가를 자문해보길 바란다. ‘영어라도 하나 잘 배우게 하기 위해’ 어린 것들을 바다 너머로 보내는 부모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반추해야 한다. ‘영어란 원래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고 ‘과연 나와 내 자녀는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은사를 받았는가’를 돌이켜보고 그 답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사업가들은 대부분 “내가 선생님처럼 영어만 잘 했다면…”이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 필자는 “당신이 영어를 잘했다면 영어에 빠져 선생님이나 통역사밖에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답해 준다. 외국어를 잘 하면 ‘푼돈’을 벌고 우리말을 잘 하면 ‘목돈’을 번다고 했던가. 이젠 생각을 바꿀 때다.

〈곽중철/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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