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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월드컵 통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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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6-29 00:00 조회3,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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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총회, 집행위 회의가 끝난 후 열리는 기자회견은 특히 통역이 힘듭니다.
옆 부스에서 통역하는 FIFA 전속 외국인 통역사들은 몇 년동안 FIFA 통역을 했고, 더군다나 회견 전의 회의를 통역하고 나온 터여서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회의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맨 땅에 헤딩하듯 통역해야합니다. 그런 사정도 모르는 국내 기자들은 통역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불평을 하기 마련이지요.

또 이번 서울에서 열린 FIFA 조직위와 총회, 그리고 집행위 회의는 블래터 회장의 비리 문제가 촛점을 이루어 간부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FIFA의 복잡한 재정 상태를 각종 수치를 들먹이며 발언했기에 더욱 힘들었습니다. 통역이 끝나고 가책을 느끼는 후배들에게 나는 괜찮아... 6월 30일 쯤 되면 완벽하게 할 수 있을꺼야. 동시통역이란게 다 그런거지하며 위로했습니다.
작가 최인호가 한 소설에서 갈파했듯이 우리가 여행을 떠나 어느 마을에서 며칠을 묵게되면 그 며칠동안 그 마을의 수백년 역사와 사연을 알지 못한 채 떠나오듯 수십년 역사의 피파를 우리 통역사들은 한 달 동안 맛만 보고 끝나는 거지요.

6월 초, 일일 언론 브리핑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어가면서 오후 3시 반이나 8시 반에 열리는 경기를 보러 상암으로. 인천으로, 수원으로 미디어 셔틀을 타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각 경기장 SMC(Stadium Media Center)에 들러 거기서 근무하고 있던 제자들을 만나고 인사를 받는 것이 너무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상관들이 대부분 공무원이라 융통성 없는 조건 하에서 근무하며 경기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면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간부들에게 너무 빡빡하게 일 시키지 말라. 월드컵은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 아니냐? 오늘은 나도 왔으니 제자들과 함께 경기를 보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본부석 맞은 편에 있는 취재석(Media Tribune)의 공간이 넉넉한 좌석에 제자들과 함께 앉아 관전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월드컵 대회 근무자들이 받는 등록카드(Accreditation Card)의 위력은 대단한 것으로 입장권 없이 경기장에 무상으로 출입이 됩니다. 한미전을 보러 고향인 대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혼자였지만 대구 경기장의 기자석에 앉아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조직위에서 내 준 항공권으로 밤 비행기로 다시 서울로 왔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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