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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이라크 전쟁 뉴스는 ‘CNN 통역중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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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3-04-08 00:00 조회4,0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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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 뉴스는 이번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첫째,
‘CNN 중계방송’으로 다루고 있다. 거의 모든 방송뉴스가 자체 생산은
 실종되다시피 하고 CNN을 비롯한 외국방송을 번역하고 있다. 기자는 없고
 통역사가 존재한다. 시청자들도 아예 방송사에 “좀 잘하는 동시통역사를
 붙일 수 없느냐?”고 요청할 정도가 되었다.

CNN의 브레이킹 뉴스에서는 숨이 꼴깍 넘어가게 현지 특파원이 속보를
 전하는데 이곳 한국의 동시통역사는 “에, 또… 그러니까…”를 연발하며
 질질 끌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혹은 그녀는) 통역사이지
 기자가 아니다. 동시통역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거니와
 통역과 방송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문제는 현지 특파원이 아니라 철저히
 통역사에게 의존하는 방송사의 보도 방식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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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철:

언젠가는 이런 기사가 나올 줄 알았다.
개그 콘서트의 옥동자가 실력없는 통역사를 패러디하며
 우리를 슬프게하고 있었는데
 그 잘난 독설가 전여옥의 입에서 비판이 나오다니...
나도 최근 각 방송에서 통역사를 마구잡이로 불러 통역 시키는 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동시통역사들 입에 불났어요] 같은 기사도 뜨고...

뉴스 통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동시통역 시장에서 정말 잘 나가는 여성 통역사들이,
아무리 강권해도 방송통역은 사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통역이 천하에 노출돼 위험하다(Dangerous)는 것.
둘째, 통역을 준비하고 예습할 수가 없어 어렵다(Difficult)는 것.
셋째, 방송국이 통역 친화적이 아닌, 나쁜(Dirty) 환경이라는 것.

방송통역은 이래서 3D 업종과 같다. 여기에 하나 더,
방송통역을 하려면 언론용어에 익숙해 있어야한다.
이라크 전이라고 군사용어, 무기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통역사가 방송언론의 분위기를 체득하고
 있어야한다.

통역사가 방송사나 신문사 근무 경력이 없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기자정신을 갖추든가
 언론이나 기자란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2월 초부터 MBC와 YTN 국제부에서 내게 전화해
 유사시 통역사 섭외를 부탁했다.
나는 쉽지 않다고 경고하고
MBC에는 2001년 10개월 동안 CSTV에서 나와 함께 CNN을 통역했던
 두 사람을 소개하고
 나는 22기 졸업생 1명과 함께
 내가 국제부장으로 5년 근무했던 YTN에 찬조출연하기로 했다.

두 방송은 방송 통역사 섭외의 어려움을 실감했지만
 비교적 문제가 없었다. 특히 22기 남자 졸업생이
 밤새 통역했던 YTN에는 시청자들의 격려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없이 사태를 맞은
 나머지 방송은 무작위로 통역사를 불러 제껴
 위와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2001년 CSTV의 CNN 동시통역을 문화부와 방송위가 막지 않았다면
 이런 인력난은 덜 했을 것이다.
이제 대책이 있다면 각 방송사가 평소에
 방송통역사를 기르는 것 뿐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라크 전이 끝나면 타던 불 꺼진 듯 잊어버릴꺼고,
국제부 직원은 다시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물갈이가 될꺼고...

얼마 후 다시 위기가 터지면
 똑같은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통역사가 없나?
외대 통역대학원은 뭘했나?....
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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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TV읽기/ 이라크 전쟁 뉴스는 ‘CNN 중계방송’


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304/200304070293.html





한국 TV 뉴스는 이번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첫째,
‘CNN 중계방송’으로 다루고 있다. 거의 모든 방송뉴스가 자체 생산은
 실종되다시피 하고 CNN을 비롯한 외국방송을 번역하고 있다. 기자는 없고
 통역사가 존재한다. 시청자들도 아예 방송사에 “좀 잘하는 동시통역사를
 붙일 수 없느냐?”고 요청할 정도가 되었다.

CNN의 브레이킹 뉴스에서는 숨이 꼴깍 넘어가게 현지 특파원이 속보를
 전하는데 이곳 한국의 동시통역사는 “에, 또… 그러니까…”를 연발하며
 질질 끌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혹은 그녀는) 통역사이지
 기자가 아니다. 동시통역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거니와
 통역과 방송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문제는 현지 특파원이 아니라 철저히
 통역사에게 의존하는 방송사의 보도 방식이다. .

두 번째는 영상에 치중해 뉴스를 만든다. TV는 보는 것이니까 당연하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TV 뉴스가 ‘전쟁의 진실’이 아니라
‘그림 구경’내지 짜릿한 컴퓨터 게임처럼 ‘영상중계’에 치중한다는
 말이다. 한 예로 현지에 특파원을 보내지 않는 과감한 결정을 한 SBS는
 로이터의 화끈한 그림을 받아 편집을 해서 내보내고 있다. 즉 기자가
 아니라 영상편집자의 ‘극적 구성력’에만 목숨을 걸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는 도매가 아닌 소매상 뉴스를 하고 있다. 직접 물건을
 떼어오기를 마다하고 일찌감치 세계 뉴스의 도매상들을 통해 상품을 건네
 받고 한국 방송사 상표를 다시 붙여 되팔고 있다. 이번 전쟁보도를 보면
 한국의 방송 3사가 지상파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다시 되파는 동네
 유선방송으로 변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번째는 그나마 스스로 외롭게 큰 전문기자를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한
점이다. 걸프전 보도의 히로인라고 할 수 있는 MBC 기자 이진숙을
 불러들여 아침 뉴스시간에 앉혀놓고 ‘토크쇼’를 한 것은 한국 방송사에
 과연 취재전략과 계획이 있는가 하는 회의를 품게 한다. 오랫동안
 예고되었던 이 전쟁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한국 방송기자의 입’으로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바로 이런 한국 방송의 취재부실은 뉴스의 몇 가지 부작용과 연결되어
 있다. 얼마 전 하루 아침을 뒤집어 놓았던 ‘빌 게이츠 피살 소동’이
 그렇다. 이 오보사건의 발단은 MBC가 ‘CNN 유사사이트’를 보고 낸
 긴급속보 때문이었다. 할 말은 많겠으나 결국 한국 방송사들의 ‘CNN
맹신’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모든 뉴스는 CNN으로 통한다’라는
 최근의 한국 뉴스가 처한 상황이 불러온 예견된 오보 사건이다.

어린이가 소뿔에 받혀 공중까지 치솟은 ‘잔혹한 영상’도 그렇다.
뉴스제작진은 “특종이다!” 하는 기쁜 속내를 숨기고 내보냈을 것이다.
피가 흥건한 전쟁, 수많은 이들의 생사가 걸린 전쟁을 컴퓨터 게임처럼
 시도 때도 없이 ‘덤덤하게’ 중계하다 보니 방송사 스스로 무감각해진
 것이다. 더구나 남편의 흉기에 찔린 여성의 단말마를 내보내 그 호된
 비난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한국
 방송3사의 취재방식도 참으로 어리석다.

 (전여옥/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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