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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Re]이번 반부패방지 세계 회의 이야기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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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3-06-08 00:00 조회3,5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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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의 법무부 반부패회의,
작년 11월 초의 외무부 민주공동체 회의 등은
 통역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회의 일정상 하루에 5-6개 씩의 원탁회의와 워크샵이
 그만한 수의 회의장에서 동시에 열리는 것이
 어려움을 줍니다.
약 30명의 국내외 통역사가 자신의 부스에 찾아 들어가
 입을 맞춤과 동시에
 각 회의장의 동시통역 장비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합니다.
작년 회의에서는 한 회의장에서
 약 5분간 장비가 고장나 옥의 티였습니다.
이번에는 COEX의 자체 장비를 썼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통역 자체도 아무 문제없이 진행돼
 주최 측이 아주 만족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기네 비소와 브라질 대표가
 공식언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로 연설한 것이었는데
 우리 외국 통역사 중 포어를 하는 사람이
3명이나 돼 릴레이 통역으로 막았습니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장관 원탁회의에서 우리말로 발언했는데
 작년 졸업생 아수지가 완벽히 통역해냈습니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왜 신참에게 맡겼나고요?
그가 잘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신참이 할 수 있는 일을
 바쁘신 고참들에게 괜히 맡길 필요가 있나요?
그런 것이 학교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회의 통역반 1등 졸업은 아무나 하나요?
총회 통역도 재작년 졸업생 박혜경과
 그 1년 선배인 청일점 이용하 군에게 맡겼는데
 역시 눈부신 통역을 해냈습니다.
선생은 그럴 때 보람을 느끼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회의는 통역보다는 그 전에
 수주하는 일이 훨씬 더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수주를 노리는 상어들이 득실거려
 치열한 예산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사설 용역업체 뿐 아니라
 통대 일부 교수가 조종하는 업체도
 학교의 경쟁자가 됩니다.
법무부는 작년 일찌감치 외무부로 부터
 저와 외대를 추천받아
 외무부 회의에 참석해 우리 팀이 통역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다가 26명의 외국 통역사를 초빙하는 예산이 엄청나
 큰 고비를 맞았을 때
 우리 팀의 기발한 예산 절감 제안으로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 제안은 사업 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수석 외국인 통역사는 우리 학교에서
 몇 번 특강을 한 벨기에 국적의 Bernard Ponette인데
 나이 60에도 지칠 줄 모르는 정력과 효율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가 섭외해 초빙하는 통역사들은 반 이상이
 비 AIIC 회원이지만 엉터리 회원들보다
 훨씬 통역도 잘 하고 능률적입니다.
나도 회원이지만 사실 AIIC 란 아무 것도 아닌,
빛좋은 간판에 불과하지요.
나와 Ponette는 장담합니다.
 [주최 측의 사정에 맞춰
 예산은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지만
 통역의 품질은 양보하지 않는다!]
이번 회의는 SARS 때문에 취소되었다면
 약 2년에 걸친 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는데
 법무부는 꿋꿋한 의지로
 개최 강행 방침을 밀어부쳤고,
아무 일없이 끝났습니다.
또 한가지, 이런 대형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각종 통역 준비 심부름을 하는
 실무 coordinator의 역할입니다.
저를 도와 통역사들의 항공권, 호텔 방, 장비 점검,
회의 자료 복사 및 배부 , 실제 부스별 통역사 배치 확인등의
 잔심부름을 도맡은 것은
 박혜경과 동기인 남원준 군이었습니다.
그는 나와 함께 2002년 월드컵 통역도 함께 했는데
 순차번역반 출신인데도 월드컵 조직위에서
 스스로 동시를 깨우쳐 이번에도
 이수지와 함께 장관 원탁회의를 직접 동시통역해
 후배를 놀라게 했습니다.
8월 말에 있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통역에도
 그를 투입할 겁니다.
순차반 출신을 쓰면 시장 질서가 깨지지 않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통역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또,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회의를 수주한
 내 권리이기도 합니다.
난 앞으로도 내가 수주한 회의에는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기수의 졸업생을
 투입할 겁니다.
그럴 때 보람이 가장 크거든요.
곽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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