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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야기

REGULARLY--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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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3-08-28 00:00 조회3,7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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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ularly의 뜻을 원어민에 물어봤더니…
regularly는 가끔이란 뜻 될 수 없어
 정기적규칙적“이란 뜻이지만 자주란 뜻으로도 사용



 국정홍보처 정순균 차장이 대한민국 기자들을 정부 출입처로부터 이른바 촌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먹는 부패한 언론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글을 영어로 써서 Asian Wall Street Journal 신문에 기고, 언론인들의 항의를 받자, 그의 상사인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들에게 문제의 구절 regularly handed them envelopes of cash을 “그들(기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돈봉투를 건넸다”고 번역한 것은 잘못이다. 그 기고문의 최종 영문 작성자에게 물어보니 regularly는 “가끔” “종종”이란 뜻으로 썼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잘못된 말이다.
필자는 30년째 미국에서 살고있지만 regularly가 “가끔”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필자가 혹시 과문한 탓인지 모른다고 생각되어 영어 원어민에게 물어보았더니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regularly는 원래 “정기적으로” 또는 “규칙적으로”라는 뜻이지만 “자주”란 느낌을 주는 말로도 쓰인다. 예를 들면 He is so busy at the office that he regularly skips lunch.는 “그는 사무실에서 너무 바빠 점심을 자주 거른다”는 말이지 “규칙적으로” 거른다거나 “가끔” 거른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업소에 “자주 그리고 꾸준히” 출입하는 사람을 우리는 그 업소의 “단골손님”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a regular 또는 a regular customer라 하는 것만 봐도 regularly에 “가끔”이란 뜻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 번역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필자는 최근 영어로 쓰여진 대통령의 8.15광복절 경축사를 청와대 웹사이트에서 읽어보았다. 누가 번역을 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너무 한글 원문에 충실(?)하게 직역을 하다보니 원래 연설문의 뜻에서 좀 멀어진듯한 곳을 몇 군데 발견했다.

예를 들면 대통령 연설문 앞 부분에 “우리 국민들은 자자손손 영원히 이 날을 기억하고 기념할 것입니다. 당시, 간교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온 세상이 숨을 죽였고, 믿었던 동지들마저 엄청난 무력과 경제력에 놀라 희망을 버리고 일제에 빌붙어 버렸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로지 역사와 대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목숨을 바쳐 싸워오신 애국 선열들의 숭고한 헌신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 부분은 한국어로도 그렇게 좋은 글이 아니다. “당시”가 해방 당시인지, 일제 치하 당시인지 분명치 않고, “믿었던 동지”가 대통령 본인의 동지란 말인지, 애국 선열들의 동지란 말인지 분명치 않지만 전후 문맥으로 보아 애국 선열들의 동지인 것 같다.(일반적으로 한국어는 영어보다 비논리적이고 애매모호한 데가 많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것이 영어로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다.

Generation after generation, our people will remember and commemorate this day. At that dark time, our world was choked by deceitful and merciless oppression; some of our trusted friends were even so cowered by a force of arms and economic strength that they lost hope and cast their lot with imperialist Japan. We will long remember the lofty devotion of our fallen patriots who fought for the country sacrificing their lives with a firm belief about history and their great cause despite the desperate circumstances.

“온 세상”을 our world라고 번역하고 “믿었던 동지들”을 some of our trusted friends라고 번역했기 때문에 our world was choked로 시작해서 imperialist Japan.으로 끝나는 부분은 “세계가 간교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목이 졸려 우리가 믿었던 일부 우방국들마저 일본의 무력과 경제력에 겁먹어 희망을 잃고 제국주의 일본에 동조했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여기서 “온 세상은 our country라고 번역해야 뜻이 분명해진다. 또 “겁먹고 움추린다”는 뜻의 자동사인 cower를 수동태로 만든 것도 잘못되었지만, “믿었던 동지들”을 our trusted friends (우리의 믿었던 친구들)이라고 해놓으니 원문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여기서 “믿었던 동지들”은 “우리의” 동지들이 아니라 뒤에 나오는 순국 애국선열들의 동지들이란 뜻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동지”보다는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빌붙는다”는 말은 cast ones lot with someone(누구와 같은 길을 가기로 작정하다) 보다는 curry favor with someone(자기 실익을 챙기려고 누구한테 아첨하다)가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영역하면 한글 원문의 뜻이 더 분명히 전달될 것이다.

Generation after generation, we will remember and commemorate this day.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rule, our country was completely silenced by the cunning and cruel oppressors: Intimidated by Japans enormous military and economic might, even some of our leaders lost hope and curried favor with the Japanese rulers. We will never forget the noble sacrifice of our fallen patriots who, with a firm belief in history and their cause, fought against the Japanese under seemingly hopeless circumstances.

대통령의 공식 연설은 매우 중요하므로 그 내용이 정확하게 외국에 전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 지도자가 말 한마디, 단어 하나만 잘못 사용해도 외교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시대인만큼 대통령 연설은 조금 의역을 해서라도 그 진의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조화유(재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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