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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스포츠 스타들의 영어

매체명 : 매일경제   /   보도일자 : 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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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독자칼럼] 스포츠 스타들의 영어

  • 입력 : 2018.02.02 15:33:49   수정 :2018.02.02 16:18:53

            

인공지능 번역이 언어 장벽을 허물어 인간 통·번역사들을 필요 없게 만들 것이라는 기계번역회사들의 선전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영어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최근 호주오픈 테니스에서 돌풍을 일으켜 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정현의 영어 인터뷰 실력은 학부모들의 자식 영어 교육 열기를 더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의 영어 실력은 그들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주장해 왔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등 직전 세대 천재들과도 좀 다르게 테니스의 정현, 축구의 손흥민, 골프의 전인지 등은 영어 인터뷰에서 더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직전 세대 스타들이 경기에 집중하다가도 "진짜 우승해 영어 인터뷰를 하게 되면 어쩌지?"라고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벗어나 거리낌 없이 웃으며 회견에 임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호주오픈에서 승리할 때마다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너끈히 해낸 정현의 영어를 유심히 들어보면 문법에 맞지 않고 어색한 표현들이 눈에 뜨인다.
 
6세에 테니스를 시작했고, 투어 대회에 나가기 위해 10대 때부터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외신들이 전하는 `글로벌 수준의 완벽한 영어`와는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경기장에서 나를 응원하는 친지들이 너무 많다"고 했을 때 too many가 아니라 too much라 했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어떻게 승리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했다"고 할 때 쓴 ceremony는 celebration이 더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영어 원어민들마저 정현의 영어에 감탄하는가? 바로 정현의 영어에서 나타나는 `자신감`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승자인 정현이 `갑`이고, 관중은 모두 `을`이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관중은 정현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못 알아들으면 그들이 손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식들 영어 교육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자식이 재능을 타고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뒷받침만 해주면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어는 그냥 따라온다는 것이다. 어느 영어 전문가가 말했듯 영어에 대해 `씩씩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의 통역은 그 자신감마저 전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우리는 스스로 영어 말하기를 깨쳐야 한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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