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 英文 표기 외국인의 이해를 돕는 게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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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읽고] 고유명사 英文 표기 외국인의 이해를 돕는 게 목적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조선일보: 2015.07.24 03:00
"고유명사 英文 표기 원칙 좀 더 신중해야" 글(7월 10일 오피니언면)을 읽고, 그 원칙을 세우는 데 지난 2010년부터 참여해온 사람으로 이해를 돕고자 반론을 편다. 관련 위원들은 약 5년 전 시작된 추진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와 회의를 열고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이번에 문체부가 내놓은 통일안에서 문화재명을 로마자(음역)+속성(의미역) 번역으로 한 것은 외국인에게 우리말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외국인의 이해를 도모코자 한 것이다. '한강'을 'Hangang'으로만 번역하면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은 강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다. 2015년 3월 문체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의 작명을 맡긴 격이라고 하나, 이 사업은 영문 표기의 주 사용자인 외국인의 이해를 돕는 것이 목적이므로 그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통일안을 정한 것은 타당하다.
외국에서도 자국 문화재나 자연 지명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 고유어 이름에 속성 번역을 덧붙인 사례가 많다. 일본에서는 '東大寺(동대사)'를 'Todaiji Temple(도다이지 절)', '荒川(황천)'을 'Arakawa River (아라카와 강)'로 쓰고 있다.
속성 번역을 사족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만 그렇고, 외국인 대부분은 속성 번역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괄호 안에 속성을 표시하면 속성 표시가 아니라 전체 로마자 표기 부분의 별칭이나 다른 이름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영미권에서 괄호는 매우 제한적으로 쓴다.
지난 5년간 이 작업에 동참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어 명칭을 영어로 옮기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최선책이 없다면 차선책에 만족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더 강국이 되어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한강'은 'Hangang'으로, '경복궁'은 'Gyeongbokgung'으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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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오피니언/ [네이티브 잉글리시] 한강은 ‘Han River’로 써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4.11.23
짐 불리(Jim Bulley)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지난 19일 서울시는 한강의 올바른 영문 표기를 ‘Han River’가 아닌 ‘Hangang River’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문 명칭을 사용하는 데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발표를 접하고 많은 영어권 출신 국내 거주자들은 당황스러웠다. ‘Hangang River’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강강’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언론 매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일관성 없게 사용되는 한강 영문 표기가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시 관계자는 명칭과 관련된 공식적인 민원은 없었다고 했다.
중앙그룹의 영자 신문인 코리아 중앙 데일리 (Korea JoongAng Daily)는 서울시의 요청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리아 중앙 데일리의 편집위원회 위원인 나는 이런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문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뉴스 전달의 핵심 요소로 뉘앙스까지 담겨 있다. 신문 기자는 사실 확인을 거친 심층적인 뉴스를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를 지키기 위한 도구가 바로 언어인 것이다. 기자는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사용해 중복이나 혼동될 수 있는 사항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Mount Halla’가 한라산의 정확한 영문 번역인 것과 같이 ‘Han River’는 한강의 정확한 번역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것처럼 한강을 ‘Hangang River’라고 표현하면 혼란을 없애기는 커녕 오히려 가중될 것이다.
말 그대로 ‘한강강’이 되어 ‘강’이라는 의미가 중복된다. 한국어 수준이 초급인 사람도 ‘강’이 ‘River’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12년 이상 외국인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한강을 영어로 표현할 때 ‘Hangang River’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한강’을 ‘Hangang River’로 표현하겠다는 것은 한국어에 대한 모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어 ‘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의 의미를 완전히 무시하고 불필요한 영어 단어를 추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국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 ‘Han River’이나 ‘Hangang’을 사용해서 관광객들이 한국어로 ‘강(gang)’이 영어로 ‘River’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하면 된다. 미국과 멕시코를 관통하는 리오그란데 강은 ‘Rio Grande River’가 아닌 ‘Rio Grande’다. ‘Rio’가 스페인어로 강을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4218
곽중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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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봅시다] 고유명사 英文 표기 원칙 좀 더 신중해야
박영원 우리어문학회 고문
입력 2015.07.10. 03:0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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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원 우리어문학회 고문 사진
박영원 우리어문학회 고문
어떤 정책이든 수립 단계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추진 과정에서 큰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이나 재수립에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근래에 있었던 광화문 현판 교체나 숭례문 복원 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좋은 예가 된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문체부가 도로 표지판이나 관광 지도마다 제각각인 지명과 문화재의 영문 표기를 일원화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외국인을 지나치게 의식한 조어(造語) 원칙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강'을 영어로 표기할 때 'Hangang River'나 'Hangang'으로 표기해야 하고 '경복궁'은 'Gyeongbokgung Palace' 또는 'Gyeongbokgung'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모두가 고유 명칭이기 때문에 '한강'은 'Hangang'으로, '경복궁'은 'Gyeongbokgung'으로 통일해야 한다. 즉 'Hangang River'나 'Gyeongbokgung Palace'로 표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Namsan Mountain' 표기가 이해하기 쉽다는 높은 응답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명칭을 표기한다면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지명 등을 외국인에게 작명시키는 해괴망측한 처사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부득이 외국인을 감안한다면 알파벳 활용 표기 기준부터 통일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 예로 '현대'의 영문 표기는 'Hyun Dai'인데, '대우'는 'Dae Woo'로 표기하고 있어 같은 '대'인데도 영문 표기는 다르다. '성(姓)'씨를 표기할 때도 '박'의 초성 'ㅂ'을 'P' 또는 'B'로, '김'의 초성 'ㄱ'은 'K' 또는 'G'로 당사자에 따라 그 표기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경복궁'은 그 이름 자체에 '궁궐'의 의미가 있고, '남산'은 그 단어 자체가 산을 의미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을 위해 사족을 달듯 'Gyeongbokgung Palace'로 하거나 'Namsan Mountain'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정부 부처가 우리말을 망가트리는 선봉장 노릇을 자임하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고유 명칭에 괄호를 사용해 '경복궁'은 'Gyeongbokgung(Palace)'으로, '남산'은 'Namsan(Mountain)'으로 표기하면 고유 명칭도 살리고 그 대상물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