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월드컵 통역 드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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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88년까지 서울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올림픽 통역 업무를 총괄한 경험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월드컵 조직위로부터 월드컵 통역에 대한 자문을 받으며 이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 통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올림픽은 조직 위원회가 거국적인 지원을 받아 큰 재량권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행사였던 데 반해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FIFA가 주는 예산으로 모든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니 조직위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올림픽처럼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외국어 자원 봉사자를 동원하면서 IOC 총회 등 관련 국제회의의 동시통역과 전문 번역을 위해 국내 전문 통 ·번역사 뿐 아니라 50명이 넘는 외국인 전문 통 ·번역사를 초빙했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외국어 통역안내 자원봉사 요원부터 말하면 13년 전인 올림픽 당시보다 우리 국민 일반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올림픽 만큼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축구라는 단일 종목 행사인 만큼 자원봉사도 ‘만물박사 ’가 필요했던 올림픽과는 달리 ‘전문지식 ’을 가진 ‘전문적인 자원봉사 ’면 된다. 축구 경기장에서 입장권을 들고 좌석을 찾는 외국인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서 몇 번 입구로 들어가 어느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안내를 전공 외국어로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인력을 소수 정예로 확실하게 선발, 교육시켜야 한다는 얘기이다.
전문 통역분야에 있어 월드컵 대회의 관건은 이른 바 믹스트 존 (Mixed Zone)에서 이루어지는 기자회견 통역이다. 각 경기가 끝난 뒤 득점을 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경기장 하프라인 바깥에서 프레시 인터뷰(fresh interview)라고 불리는 즉석 회견이 이루어진 후 기자회견장이 있는 믹스트 존(mixed zone)에서 정식 회견이 열리는데 이게 전문 통역사들에게도 악몽으로 불릴 만큼 힘들다. 왜 그럴까?
첫째, 대부분의 기자회견이 그렇듯 좁은 회견장에 200명 가량의 보도진이 몰리니 북새통이다. 신문과 TV 카메라의 플래시와 조명이 비치고, 시끄러운 상태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통역은 애시당초 기대할 수 없다.
둘째,취재 경쟁과 마감 시간이 급한 기자들이 통역을 채근한다. 통역이 여의치 못하면 금방 불만이 터져 나온다. 기자란 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축구 선수들이 공을 차는 사람들이지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이다.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수줍어하면서도 그 많은 축구 전문용어를 속어로 내뱉는 경우가 많다. 또,같은 불어라고 해도 프랑스 선수가 하는 말과 아프리카 선수가 하는 말이 다르고, 스페인 선수가 하는 스페인 어와 남미 선수들이 하는 스페인 어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이 전문 통역에 국내외 통역사를 한 팀으로 하는 소수정예를 제안한다. 즉 주최국 한국의 언론을 위해 스포츠에 조예가 깊고 경험이 있는 국내 전문 통역사와 월드컵 공식 언어인 영어, 불어, 스페인 어를 기본으로 하고 포르투갈어 등도 통역할 수 있으면서 지난 월드컵 대회 통역 경험이 있는 소수의 해외 전문 통역사를 초빙해 수많은 외신 기자들을 잠재워야 한다. 국내 자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공동 개최인 이번 월드컵 대회는 세계가 모든 면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것이다. 기자회견 통역 분야는 내외신 기자들이 직접 느끼고 평가하는 분야다. 그 평가는 즉각 보도에 반영된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고 경기장 밖의 관광을 위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통역이야말로 지금부터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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