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가 왜 뉴스와 SNS에서 주목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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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통역사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첫 통역대학원이 생긴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일개 통역사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 ‘유명 영화 감독의 영어 통역’ ‘방한한 고위 외국인사의 수행 통역’ 등을 했다는 통역사들이다. 심지어 인기 티브이(TV) 연예 프로그램에도 통역사가 등장한다. 왜 그럴까?
첫째, 우리 국민이 아직까지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크다는 방증이다. 영어 공부하느라 모두 평생을 고생하기 때문에 영어 잘하는 사람을 보면 일단 신기하고 부럽다. “나도 영어만 잘했다면”하는 마음일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가 ‘고맥락 문화권’이기 때문이다. 통역은 당연히 영어를 잘해야 하는 직업인데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마음으로 통역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우리는 통역사뿐 아니라 대통령이나 총리, 재벌 총수들의 영어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셋째, 외국어나 통역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한 기자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통역사들과 부화뇌동해 과장하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좋아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누구는 5개 국어에 능통하다’이다. 무식한 단정이다. ‘능통하다’는 기준이 무엇인가? 통역이 가장 발달한 유럽의 통역사들도 보통 3개 국어 정도를 구사할 뿐인데….
통역사가 주인공이 되는 기사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수백 건의 국제회의를 거뜬히 통역했고, 큰 오역은 없었으며, 수백 명의 요인을 통역해 그들로부터 남몰래 칭찬을 받았단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 증언해줄 사람도 없다. 요인을 통역할 때 듣고 보았던 내용에 대해서는 ‘통역사의 윤리’때문에 함구한다고 점잔을 뺀다. 그런데 통역이 개입하는 세상사에는 그렇게 중차대한 비밀 사항이 없다. 진짜 비밀은 통역사 없이 양쪽 핵심 관계자만 공유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15년 전만 해도 통역사들의 언론 플레이는 종이 신문이나 일부 방송에 국한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후죽순처럼 뻗어가는 소셜미디어(SNS)가 무한한 운동장이 돼 거리낌 없이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관종의 세계’에서 아무도 증명하지 못할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데 아무런 가책이 없다. 우리 모두 반성하지 않으면 외국어 관련 가짜 뉴스들이 세상을 더 혼란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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