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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은 수사학의 전쟁

매체명 : 경향신문   /   보도일자 : 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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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은 미국 언론이 주도한 `수사학(修辭學)의 전쟁§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미사여구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11일 테러가 자행되자 CNN 등 미국의 미디어에는 `미국이 공격당했다(America Under Attack)§이란 자막이 등장했다. 세계무역센터 등에 대한 테러가 미국 전체에 대한 공격임을 단 3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미국이 테러를 전쟁행위로 규정하자 `미국의 새전쟁(America’s New War)§이 등장했다. 함께 나온 `영점(零點:Ground Zero)§은 폭탄의 낙하지점을 극화한 표현으로 테러와의 전쟁의 근거가 되는 무역센터 지역을 말한다.



`미국의 봉기(America Rising)§는 테러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는 뜻으로 애국심에 호소한 표현이다. 그뒤 미국의 보복이 나쁜 폭력 행위(테러)를 무찌르는 행동임을 강조해 `대테러 전쟁(War Against Terror)§이란 표현을 썼다. 아프간 공습 후에는 `대테러 공습(Strike Against Terror 또는 America Strikes Back)§을 쓰고 있다. 모두 `비난 주고받기(Name Calling)§라는 선전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이슬람권 입장에서 보면 `자유의 전사(Freedom Fighter)§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해 버린 것이다.



`더러운 전쟁(Dirty War)§은 미국도 더러운 테러에는 더러운 전략과 전술로 맞대응 하겠다는 것이며 `정당한 전쟁(Just War)§은 보복의 정당성을 강조한 미사여구다. 미국 정부도 작전명을 `무한한 정의(Infinite Justice)§로 했다가 이슬람 진영의 반발로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로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곽중철 교수는 『이번 전쟁은 미사여구가 비즈니스, 정치, 문학뿐만아니니라 `전쟁 선전술§에도 널리 쓰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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