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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영어에 대비하자

매체명 : 조선일보   /   보도일자 : 0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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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영어에 대비하자......곽중철









월드컵 대회 성공의 마지막 관건은 우리 대표팀의 성적과 외국어 통역

서비스라고 한다. 축구장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거의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부터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통역 자원봉사자, 팀 연락관(Team Attache), 경기장별

보도담당관(Press Officer) 등의 선발에 참여하는 한편, 행사에서 통역

서비스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월드컵 대회 통역은 영어 위주로 하되,

비표준 영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대회 언어서비스(통역)는 경기 운영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분과

외국 관람객 안내 등 간접 연관이 있는 부분으로 나뉘고 외국어 측면에서

보면 크게 영어와 비영어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예선 경기가 열리는

9개 지방 도시에서는 특히 영어가 아닌 불어, 스페인어뿐 아니라

덴마크어, 슬로베니아어, 브라질(포르투갈)어, 터키어 통역 자원이

없다고 울상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희귀 언어는 서울에서도 통역자원을 구하기 힘들다. 따라서

없는 자원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훌륭한 영어 통역자원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영어가 명실공히 국제어가 되고 있는 시대에 각

팀마다 영어를 하는 인력이 있고, 고유 언어를 구사하는 팀 연락관이

따라 붙는다. 그런 나라에서 오는 관람객도 자국의 희귀언어가 통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어 모두 영어 몇 마디씩은 배워온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서 한국어가 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영어를 배워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 영어 통역에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부산에서 있었던 FIFA 월드컵 조직위원회 회의와 FIFA 집행위원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장 단상에 앉은 FIFA 간부진의 영어는 표준

영어(Standard English)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제프 블라터 회장과 젠

루피넨 사무총장의 영어는 스위스식 영어였다. 두 사람은 스위스의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영어는 자꾸 들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앞으로 열릴 모든 국제행사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월드컵

대회에서는 이런 비표준 영어가 판을 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알아듣고

통역할 수밖에 없다. 공식 축구공을 만드는 아디다스 사와 차기 독일

월드컵 대회의 간부들은 독일식 영어를 쓴다. 역시 금방 알아듣기

힘들다. 이런 현상이 축구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내려오면 더욱

심해진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히딩크 감독만 하더라도 네덜란드식

영어를 구사하는데 다행히 말재주가 있어 불확실한 발음을 보완해 줄

뿐이다. 비표준 영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 외적인 지식, 즉

축구와 월드컵 관련 지식에 정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표준 영어의 경연장이 될 무대는 경기 직후 축구인들과 언론이

뒤섞이는 믹스트 존(Mixed zone)이다. 대체로 말재주가 없고 외국어에

조예가 깊지 않은 각국 선수들이 소감을 쏟아놓는 이 지역에서는 FIFA의

언론 담당관이 희귀 외국어를 영어로 통역해준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모양인데 과연 얼마나 각국 언론의 신속하고 정확한 취재에 필요한

서비스가 이루어질지 우려된다. 특히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언론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FIFA와 긴밀한 협조하에 한국인과 외국인 전문

통역사로 이루어진 통역 기동반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인 통역사는

한국 언론을 위해 영어 등을 한국어로 통역하고 외국인 통역사는 외국어

간의 통역을 맡아 외국 언론의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월드컵 대회는

원래 FIFA가 직접 모든 것을 관장하도록 되어있지만 주최국으로서 통역

서비스만큼은 별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사후 대회 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곽중철 /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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