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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을 병원통역사

매체명 : 매일경제   /   보도일자 : 0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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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 주목받을 병원통역사

서울에서 또 하나의 역사(役事)가 시작된다. 병원통역사 양성훈련이 그것이다. 오는 9월이면 이 땅에 통번역대학원이 설립된 지 30년, 이제 우리가 몰랐던 또 하나의 분야인 지역사회 통역을 위한 인력 양성이 개시된다.

지역사회 통역이란 영어로 커뮤니티 통역인데 아직 더 적절한 번역을 찾지 못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사는 지역의 외국인 이웃들을 위한 통역이다. 이 새로운 분야를 의식하게 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통역은 쉽게 말해 우리의 법정이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통역이다. 지금까지의 통역을 대학원 교육을 받은 인력이 높은 보수를 받으며 수행해왔다면, 이 통역은 우리 주위의 외국인 이웃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개념이 들어 있다. 즉 이주 노동자 등이 우리 법정에 서게 될 때 그들과 법관들 사이의 말을 통하게 해주고 그들이 몸이 아파 병원 신세를 질 때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것이다.

법정 혹은 법률 통역이 인간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의료 통역은 인간의 건강, 나아가 생명의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어쩌면 이런 통역이 회의 동시통역보다 더 위험성이 크고, 그만큼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통역사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회의통역과 달리 이 통역은 통역사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이런 임무에 대한 오해와 평가절하가 계속됨에 따라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 통역에 대한 일관적 기준이나 정형화된 통역사 훈련 과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9월 국내 최초로 국제 법정통역 세미나가 열렸을 때만 해도 또 하나의 지역사회 통역인 의료통역이 이토록 일찍이 관심을 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계기를 만든 것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 땅에 오는 외국인들의 의료관광 붐이었다.

아직은 다언어 사회가 아닌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몰려오는 의료 관광객들을 위해 전문 통역사 양성을 앞당기게 된 것이다.

급기야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 국회는 지난 5월 의료관광 진흥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승인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의료통역사 양성 사업을 위한 준비가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진행됐다.

이제 약 3개월의 준비 작업을 거쳐 7월 하순부터 매주 토요일 5개 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의료 통역사 60여 명의 6개월 양성 훈련이 시작됐다. 준비 기간은 짧았어도 우리 정부(보건복지부)와 의료계, 학계는 힘을 합쳐 최선의 준비 작업을 했다고 자부한다. 내년부터는 대상 언어를 베트남어, 몽골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 의료통역의 수준과 의료 통역사 인증에 이은 대우 등은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최초의 사업이니 만큼 우리의 노력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의료 통역 사례를 제시할 수도 있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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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17:17: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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