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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국제기구 공용어 어떻게 늘릴까

매체명 : 한겨레 신문   /   보도일자 : 0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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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사례와 통·번역 현주소

유럽연합(EU)의 공용어 운용은 어떠한가. 둘째 발표자인 이복남 수원대 교수(유럽학부)는 유럽연합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로 언어평등주의를 수호하는 문제를 꼽았다. 2007년 기준으로 23개 언어가 유럽연합의 공용어로 채택됐지만, 사무국 등에서 쓰이는 실무어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에 치우친데다 영어의 ‘보편화’ 경향이 특히 거세기 때문이다. 영어가 언어 다양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럽연합에서는 ‘모국어+2’ 정책을 통해 외국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짚은 뒤 이 교수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한국어의 위상과 구실을 높이는 문제도 시급하며, 한국인이 국제기구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곽중철 한국외대 교수(통번역대학원)는 토론 자리에서, 23개 언어가 난무하는 유럽연합의 상황이 엄청한 낭비라고 한 뒤 “영어가 국제어의 위상을 높이면서 각국에서 영어 구사자들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유럽연합의 공용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를 물었다.

마지막 발표자인 이진영 이화여대 교수(통역번역대학원)는 국내에서 국제회의 통역사가 해마다 10~15명 배출되지만 5~10명이 또한 이탈한다며, 현재 활동하는 인력이 60~70명에 그친다고 밝혔다. 기계 통·번역 또한 기초적 수준이다. 토론 시간에 김순영 동국대 교수(통번역학)는 통·번역사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장기적으로 한국어가 유엔공용어에 드는 ‘그날’이 오더라도, 외국인에게 이를 통·번역할 인력과 역량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요란한 빈 수레’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민간과 정부가 서로 힘을 보태고, 국내외에서 한글 세계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는 것으로 첫걸음을 뗐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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