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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현장 남북한 통역 분단

매체명 : 조선일보   /   보도일자 : 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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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저우 아시아대회는 선수들의 기자회견 통역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한국어•일어•아랍어•러시아어 등 4개 국어 전문 통역사를 언어당 10명씩 초빙했다. 연구년 중 부름에 응한 필자는 특히 북한 통역사와 함께 통역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필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회를 보이콧하려는 북한을 달래려 로잔 IOC 본부에서 열린 4차례 남북체육회담에서 통역의 남북 분단을 이미 체험한 바 있다. 즉 회의장 중앙에 당시 사마란치 위원장 등 IOC 인사들이 앉고, 좌우로 남북한 대표단이 앉아 협의하는데 좌우 끝 2개의 통역부스에서 남북한 통역사가 각각 통역했다. IOC 인사들은 남한 대표가 발언할 때 남한 통역사의 영어 통역을 듣고 북한의 발언은 북한 통역사의 통역을 들었다. 그러다가 IOC측의 중재 발언은 남북대표단이 각각 자기편 통역을 들었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 북한은 남자농구와 여자축구팀 회견 등에 별도 통역사를 대동했고 자연스레 남북한 통역도 분단되었다. 문제는 북한이 자기네는 조선, 한국은 남조선으로 고집하는 데서 비롯됐다. 전문통역사 같지는 않았지만 농구팀은 중국어 통역을, 축구팀은 영어 통역을 데려왔다. 회견 전 조직위 측은 필자에게 북한을 영어로 부를 때 North Korea가 아니라 DPRK로 불러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필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우리 농구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우리말로 통역할 때 북한이라고 한 것도 북한의 불만을 샀다. 북한의 통역사가 눈을 부라리며 중국어로 북한이 아니잖아요?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분단 통역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일본 기자가 중국어를 모르는 필자에게 귀띔해줘 알았다. 생뚱맞게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 팀 감독이 어리둥절할 텐데 어쩌란 말인가?

국제무대에서 자기네를 북한이라 부르지 말라면서 우리를 꼭 남조선이라고 하는 그들의 또 다른 생떼가 문제인 것이다. 그 밖에 북한 사람들의 발언과 통역을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서로 다른 용어 때문만이 아니라 특유의 억양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연설이든 통역이든 한결같은 비장한 억양은 아무래도 귀에 익지 않았다. 통역대학원에 북한 억양 이해하기 강좌라도 열어야 할까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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