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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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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퍼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1-24 00:00 조회2,4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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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월드컵] ‘파이팅’은 콩글리시 알고 써야 (2002.01.22)




언제부터 싱글(Single·독신)이 되셨습니까? 부인과 아이도 있는 골프선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언제부터 ‘싱글’을 치기 시작했느냐고 질문하려면 ‘싱글 플레이어’가 아닌 ‘싱글 핸디캡트 골퍼(single hadicapped golfer)’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지난주 글이 나간 이후,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질문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 다르게 쓰이는 용어가 그렇게 많으냐 하는 점이 하나요, 우리나라에서 관습적으로 쓰이는 용어를 바꿀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것이 둘. 보잘 것 없는 글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하면서 나름대로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외국에서는 축구장을 지칭할 때 ‘그라운드’보다는 ‘피치(pitch)’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잔디 구장을 뜻하는 론 그라운드(lawn ground)도 없는 용어. 이 말은 클레이, 케미컬 등과 구분되는 테니스 잔디 코트를 일컫는 말이다. 축구장 잔디를 가리키는 말로는 ‘뗏장’을 뜻하는 ‘터프(turf)’를 많이 쓴다. 전통적 응원구호인 ‘파이팅’도 외국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다. ‘싸움’을 뜻하는 이 말에는 격려나 지지의 뜻이 아예 없다. 외국에서는 이 경우 ‘나가자(Go)’라는 표현을 쓴다. 엘리트 스포츠라는 말은 영어에도 있다. 그러나 그 뜻은 우리의 용례와는 확연히 다르다. 엘리트 스포츠란 귀족 계급이 즐기는 스포츠, 예컨대 마상 하키 경기인 폴로 같은 경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문맥에 맞는 단어는 ‘스포츠 엘리트’.

위에서 예로 든 기 용어들은 장기간에 걸쳐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이 용어들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그러므로 굳이 이들 용어를 손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의 관습적 표현과 외국의 표현 사이에 이러이러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사용하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 장원재 숭실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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