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남용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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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5-11 00:33 조회4,051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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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인사들이여, 영어 남용을 멈춰라
한국외대 명예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우리나라는 고맥락의 연줄 사회이고, 한국인은 세상에서 영어 관련 열등감이 가장 심한 민족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오래 전부터 처세의 도구가 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죽을 고생들을 했으니 당연한 것인가. 그래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연줄 사회에서 주변인들의 영어 실력에도 지나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저명인사들의 영어 능력에 관심이 많고, 유명인사를 통역한 통역사가 신문기사나 TV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우리나라다.
대통령 중 특히 우파 대통령들이 영어에 관심이 많고 컴플렉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 새 각료를 소개할 때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 최고)라고 했고, 통역 없이도 미국 대통령과 의사 소통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다.
몇 개 국어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을 거쳐 권좌에 오른 윤석렬 대통령은 어떤가? 백악관에서 미국 유행가를 영어로 멋들어지게 불렀지만 영어 회화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 외교의 현장에서 통역관 없이는 주변 정상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은 좌파 대통령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최근 오랜만의 기자회견에서 뜬금없이 하이 타임(적기)라는 영어를 썼다. 일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취임 직후 신임 한동훈 장관 후보자를 소개할 때 “영어도 잘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한 전 장관의 영어 능력이 사뭇 궁금해지면 필자도 열등감이 있는 것인가?
한덕수 총리의 영어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영어를 잘한다는 자만 탓인지 국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영어를 남발해 왔다. 한 총리는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셀 수 없이 수많은 영어단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 TV 방송의 취재 거리가 됐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영어로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고질(痼疾)’에 걸린 듯하다. “나는 세계의 흐름을 꿰뚫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뉴욕타임즈를 읽고 나와 세상 만사를 영어로 파악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총리가 영어에 신경 쓰는 모습을 어떻게 볼까? 존경? 추앙? 그 영어가 나라와 국민의 발전에 과연 얼마나 기여를 헸을까?
앞서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 때도 영어를 남발했다. 당시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인파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는 국무회의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몇 번 쓴 적이 있는 전문용어다. ‘부창부수’ 아닌 ‘통창총수’인가?
총리는 그것도 모자라 파리에서 행한 부산 엑스포 유치 연설에서는 불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파리주재 OECD 대사를 역임해 그럴 소양이 있다고 자부했는지 모르지만 파리에서 유학한 필자의 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여고생의 제2외국어처럼 들릴 뿐이었다. 귀가 오그라들었다.
결론을 맺자. 고위인사들이여, 제발 외국어 남발을 멈춰라. 국민들은 영어 잘하는 정치인보다는 우리말을 할 때 외국어에 물들지 않은 품격 있는 모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런 모국어로 나라의 앞날과 민생을 걱정하는 ‘줏대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우리 지도자는 영어도 잘한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필자도 이 글에서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열등감’이라는 우리 말로 바꾸었음을 고백한다. 끝.
댓글목록
장명섭님의 댓글
장명섭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젊다는 것, 생각의 힘이 마르지 않는다>: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불의와 부조리에 참지 못하고 일침을 가한다.
홀로 깨어있는 지성. 한글 사랑 나라 사랑! 곽중철 교수님 건필 하세요!
*<동시효빈>:월나라 미녀 서시. 가슴병을 앓아 길을 가다 눈살을 찌푸림. 사람들은 그 모습마저 예쁘다고 칭찬 함. 개울 건너 옆동네 못생긴 추녀 동시.
그 소리를 듣고 길을 가다 일부러 눈살을 찌푸림. 사람들은 그 모습이 되레 더 보기 싫어 견딜 수가 없음. 동시가 밖에 나오면 대문 걸어 잠그고
문 밖에 나오지 않음.
**본 뜻 맥락도 모르고 무턱대고 덮어놓고 따라하다 그 결과는 더 추하고 우스꽝스러움을 빗댈 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