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자(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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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2-03-15 10:34 조회3,45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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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 배워야"
조선일보 전병근 기자
이메일bkjeon@chosun.com
한자교육천만인서명운동 나선 진태하 교수
"한자를 중·고등학교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방치한 것부터 잘못입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진태하(陳泰夏·75) 인제대 석좌교수는 요즘 학자가 아니라 운동가다. 2002년부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을 맡아 한자 조기교육 홍보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초·중·고 12년간 한자 공백기에 있었던 학생들이 대학에 옵니다. 국문과 학생들조차 학문은 고사하고 독해에 애를 먹습니다. 어떻게 보고만 있습니까."
일찍이 대만국립사범대에서 한문학 박사를 받고 대만·홍콩의 대학을 거쳐 명지대 강단에 섰던 그는 학생들의 '한자 까막눈'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자로 제 이름도 못 쓰는 학생들이 갈수록 느는 거예요. 교재를 못 읽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안 되겠다 싶어 1998년 12월 한자교육천만인서명운동에 나섰다. 총회 발기에만 각계 9700명이 동참했다. 학술원과 예술원 회원 130명을 비롯해 역대 총리 23명, 역대 교육부 장관 13명을 포함한 장관 60여명, 군 장성 90여명, 대학교수 2000여명….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등 5대 교계 대표들도 지지했다. 지금껏 70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연내 100만명이 목표다.
"국어의 70%가 한자입니다. 동음이의어가 85%를 넘습니다. 우리 성은 100%가 한자입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한자가 필수입니다." 그는 교과목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에 대해 "새 과목을 만들지 않고도 기존 교과서에 단계별로 한자를 넣어 수업 시간에 가르치면 된다"고 했다. 한자 교사 충원에 대해서는 "일선에서 퇴직한 회원들 중에 한자 능력이 되는 5만명이 봉사를 자원하고 있고, 연합회에서 6개월 무료과정으로 지도사를 양성 중이어서 문제가 없다. 저학년은 교사들이 배워서 가르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간체자만 가르치니까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지 못한다며 정자(正字) 운동이 일고 있고, 베트남에도 최근 한자교육이 부활하고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한자 교육 예도 들었다. "1960년부터 김일성 지시로 우리 초등학교 5학년 시기부터 대학까지 한자교육을 합니다. 중·고교 1500자, 대학 1500자를 가르칩니다. 김일성이 '남한은 1800자를 가르치는데 우리는 더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죠."
협회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수운회관에서 대정부 선언문 발표, 강연에 이어 광화문까지 거리 행진도 한다. 그는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를 같이 배워 양쪽의 장점을 활용하면 우리는 21세기 선진문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중철 (2012-03-15 10:35:33)
[사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중앙일보]입력 2012.03.15 00:00
“문의하신 상품은 품절이십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 백화점 같은 곳에서 손님 아닌 물건이나 커피를 더 존대하는 언어습관을 자주 접한다. 물론 틀린 경어법이다. 식당에서 자기보다 어린 여종업원을 ‘언니’ ‘이모’라고 부르는 요즘 풍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가씨’ ‘아주머니’ 또는 ‘여기요’ ‘여보세요’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언어는 일종의 생물(生物)이므로 세태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변화에도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국어 파괴가 다방면으로 심각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국립국어원이 기존 『표준화법 해설』(1992년)을 20년 만에 개정한 『표준 언어예절』을 내놓았다. 호칭어·지칭어·경어법 등 일상에서 무수히 쓰이는 말들을 좀 더 바르게 다듬기 위함이다. 여동생의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 『표준화법 해설』에서는 인정하지 않던 ‘매부’ ‘매제’ ‘제부’를 허용하는 등 바뀐 언어 현실에 부응한 점이 눈에 띈다. 부모 호칭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권하되 격식을 갖추지 않은 자리에서는 어른이 돼서도 ‘아빠’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한 것도 세태 변화를 따른 조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자녀 수가 적어 사촌 간 교류가 긴밀해진 상황을 감안해 조부모·손주, 사촌 간 언어 예절을 신설한 대목도 의미 있다.
문제는 언어 예절을 북돋우려는 관련기관·학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날로 황폐해지는 국어 환경에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 사이버 공간에서의 비속어·축약어 공해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중·고교생의 80.3%가 대화 시 욕설·협박·조롱이 담긴 공격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어기본법은 국가기관·지자체장이 각기 ‘국어책임관’을 두고 올바른 국어 사용을 꾀하도록 했지만, 바로 그 행정기관들이 영어·한자·국어가 마구 뒤섞인 정체불명의 신조어를 자랑이라도 하듯 남발하고 있지 않은가. 국어사랑은 한글날에만 반짝 티를 낼 일이 아니다. 정치지도자·국가기관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말을 누더기 꼴로 방치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이니 세계화니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곽중철 (2015-08-13 19:23:48)
한글만 써서 글 이해 못한다?…한국 청소년 독해력 세계1~2위
등록 :2015-08-12 19:35수정 :2015-08-12 22:15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토론회 열려
“한자 병기 세대보다 독해력 더 높아”
사교육 업체 등 ‘한자 병기 로비’ 의심
작년 이후 관련 학원 우후죽순 늘어
교사 1000명 “절대 반대” 선언문 발표
1964년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사진 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 전용 탓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문해력·독해력)이 낮다는 건 한자 교육 강화론자들이 조작한 거짓말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한국의 15살 독해력은 세계 1~2위다.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도 한국 16~24살 독해력은 22개 회원국 중 3위다.”
이건범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와 초등학교용 적정 한자 제시는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자 교육 강화론자들은 ‘한글 덕분에 글자를 읽지 못하는 단순 문맹률은 낮지만,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는 주요 근거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55~65살 읽기 능력은 국제성인역량평가 22개 조사국 가운데 20위였다. 독해력이 낮은 층은 한글(전용) 세대가 아니라 한자(병기) 세대”라고 반박했다.
한글 단체와 교육계에선 ‘한글 전용 정책 포기’의 배후에 국한문혼용론자와 사교육 업계의 로비가 있으리라 의심한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토론회에서 “초등 한자 교육의 필요성은 2002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건의문에서 시작됐다”며 “이 단체는 현재 한자급수인증시험을 공동 후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도 한자 사교육 확대를 우려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통계를 보면, 한자 자격시험 83종 중 31종은 교육부가 초등 한자 병기를 추진키로 한 지난해 이후 신설됐고 관련 학원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의 한자 강화 정책은 이미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학생 생활기록부에 국가공인자격을 기입하도록 했는데, 한자자격시험도 포함된다. 그 결과 2009년에만 37만명의 초등학생이 한자자격시험을 치렀다. 전체 초등학생 367만명의 10%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등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교사 1000명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는 어린이의 기초적인 언어 학습과 사고 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곽중철 (2015-08-19 10:52:31)
[아침햇발] 과거로 돌아가자는 초등 한자병기
/ 박창식 등록 :2015-08-18 18:31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반영하려 하고 있다. 다음달에 이런 내용을 정식 공고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국민 언어생활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판 여론을 존중해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교육부는 한자교육이 인문사회 소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한자를 가르쳐야 한자어를 이해하기 쉬워지고 어휘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근거가 약한 주장이다. 은행이란 어휘는 그 자체로 뜻을 갖는 것이지 ‘銀’과 ‘行’을 한자로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기의 주성분인 산소를 이해하는 데도 ‘酸素’(산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부 자료(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요약)에서는 한자교육을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더 황당한 이야기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인성이 훌륭할까? ‘義’를 알아야 의로운 사람이고 ‘奉仕’를 알아야 봉사를 잘한단 말인가?
교육부는 국민의 68.5%가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국립국어원, 2010년)를 제시한다. 여론조사는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이 유도되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입시와 자녀교육에 대한 압박이 심한 학부모들은 교과 특성을 따지지 않고 묻지마 답변을 하기 쉬울 것이다.
한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줄었다고 보는 게 오히려 옳을 것이다. 한국갤럽에서 2002년과 2014년 두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자를 모르면 생활하는 데 불편하냐?’는 질문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2002년 70%에서 2014년 54%로 크게 줄었다. 또한 ‘한글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글만 써야 한다는 응답이 2002년 33%에서 2014년 41%로 늘어났다. 중국어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어로서의 수요이지 한자에 대한 게 아니다. 중국 한자와 일본 한자, 우리나라 한자가 서로 달라 범용성이 약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해방 뒤 한자병기, 국한문혼용 등을 거쳐 1970년에 한글전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이 반대하여 1972년부터 중고등학교에 한문 과목이 만들어지고 1975년부터 중고교 교과서에 한자병기가 실시되었다. 그런데 1988년 창간한 <한겨레>가 순한글 가로쓰기를 선도하자 10년에 걸쳐 모든 일간신문에서 거의 완벽하게 한자가 사라졌다. 이와 함께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한자가 거의 다 빠졌으며 지금은 대학교재에서도 한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자 시대에는 한자를 쓸 수 있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심각한 격차가 나타났다. 언어 능력의 격차는 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가져오기 쉽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으며 국민 통합도 해친다. 한글 시대에 접어들어 한글세대의 문해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중3 학생들은 문해력 부문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류 확산도 한글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는 문화 융성의 흐름을 막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이다. 정부의 다른 정책에서 과거 퇴행 움직임이 있다 하나 국민 문화생활의 기초인 언어까지 그렇게 해선 곤란하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연산군이 대대적으로 억누른 적이 있다. 그 시대를 연상시키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조선일보 전병근 기자
이메일bkjeon@chosun.com
한자교육천만인서명운동 나선 진태하 교수
"한자를 중·고등학교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방치한 것부터 잘못입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진태하(陳泰夏·75) 인제대 석좌교수는 요즘 학자가 아니라 운동가다. 2002년부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을 맡아 한자 조기교육 홍보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초·중·고 12년간 한자 공백기에 있었던 학생들이 대학에 옵니다. 국문과 학생들조차 학문은 고사하고 독해에 애를 먹습니다. 어떻게 보고만 있습니까."
일찍이 대만국립사범대에서 한문학 박사를 받고 대만·홍콩의 대학을 거쳐 명지대 강단에 섰던 그는 학생들의 '한자 까막눈'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자로 제 이름도 못 쓰는 학생들이 갈수록 느는 거예요. 교재를 못 읽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안 되겠다 싶어 1998년 12월 한자교육천만인서명운동에 나섰다. 총회 발기에만 각계 9700명이 동참했다. 학술원과 예술원 회원 130명을 비롯해 역대 총리 23명, 역대 교육부 장관 13명을 포함한 장관 60여명, 군 장성 90여명, 대학교수 2000여명….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등 5대 교계 대표들도 지지했다. 지금껏 70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연내 100만명이 목표다.
"국어의 70%가 한자입니다. 동음이의어가 85%를 넘습니다. 우리 성은 100%가 한자입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한자가 필수입니다." 그는 교과목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에 대해 "새 과목을 만들지 않고도 기존 교과서에 단계별로 한자를 넣어 수업 시간에 가르치면 된다"고 했다. 한자 교사 충원에 대해서는 "일선에서 퇴직한 회원들 중에 한자 능력이 되는 5만명이 봉사를 자원하고 있고, 연합회에서 6개월 무료과정으로 지도사를 양성 중이어서 문제가 없다. 저학년은 교사들이 배워서 가르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간체자만 가르치니까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지 못한다며 정자(正字) 운동이 일고 있고, 베트남에도 최근 한자교육이 부활하고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한자 교육 예도 들었다. "1960년부터 김일성 지시로 우리 초등학교 5학년 시기부터 대학까지 한자교육을 합니다. 중·고교 1500자, 대학 1500자를 가르칩니다. 김일성이 '남한은 1800자를 가르치는데 우리는 더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죠."
협회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수운회관에서 대정부 선언문 발표, 강연에 이어 광화문까지 거리 행진도 한다. 그는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를 같이 배워 양쪽의 장점을 활용하면 우리는 21세기 선진문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중철 (2012-03-15 10:35:33)
[사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중앙일보]입력 2012.03.15 00:00
“문의하신 상품은 품절이십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 백화점 같은 곳에서 손님 아닌 물건이나 커피를 더 존대하는 언어습관을 자주 접한다. 물론 틀린 경어법이다. 식당에서 자기보다 어린 여종업원을 ‘언니’ ‘이모’라고 부르는 요즘 풍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가씨’ ‘아주머니’ 또는 ‘여기요’ ‘여보세요’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언어는 일종의 생물(生物)이므로 세태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변화에도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국어 파괴가 다방면으로 심각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국립국어원이 기존 『표준화법 해설』(1992년)을 20년 만에 개정한 『표준 언어예절』을 내놓았다. 호칭어·지칭어·경어법 등 일상에서 무수히 쓰이는 말들을 좀 더 바르게 다듬기 위함이다. 여동생의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 『표준화법 해설』에서는 인정하지 않던 ‘매부’ ‘매제’ ‘제부’를 허용하는 등 바뀐 언어 현실에 부응한 점이 눈에 띈다. 부모 호칭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권하되 격식을 갖추지 않은 자리에서는 어른이 돼서도 ‘아빠’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한 것도 세태 변화를 따른 조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자녀 수가 적어 사촌 간 교류가 긴밀해진 상황을 감안해 조부모·손주, 사촌 간 언어 예절을 신설한 대목도 의미 있다.
문제는 언어 예절을 북돋우려는 관련기관·학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날로 황폐해지는 국어 환경에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 사이버 공간에서의 비속어·축약어 공해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중·고교생의 80.3%가 대화 시 욕설·협박·조롱이 담긴 공격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어기본법은 국가기관·지자체장이 각기 ‘국어책임관’을 두고 올바른 국어 사용을 꾀하도록 했지만, 바로 그 행정기관들이 영어·한자·국어가 마구 뒤섞인 정체불명의 신조어를 자랑이라도 하듯 남발하고 있지 않은가. 국어사랑은 한글날에만 반짝 티를 낼 일이 아니다. 정치지도자·국가기관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말을 누더기 꼴로 방치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이니 세계화니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곽중철 (2015-08-13 19:23:48)
한글만 써서 글 이해 못한다?…한국 청소년 독해력 세계1~2위
등록 :2015-08-12 19:35수정 :2015-08-12 22:15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토론회 열려
“한자 병기 세대보다 독해력 더 높아”
사교육 업체 등 ‘한자 병기 로비’ 의심
작년 이후 관련 학원 우후죽순 늘어
교사 1000명 “절대 반대” 선언문 발표
1964년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사진 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 전용 탓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문해력·독해력)이 낮다는 건 한자 교육 강화론자들이 조작한 거짓말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한국의 15살 독해력은 세계 1~2위다.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도 한국 16~24살 독해력은 22개 회원국 중 3위다.”
이건범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와 초등학교용 적정 한자 제시는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자 교육 강화론자들은 ‘한글 덕분에 글자를 읽지 못하는 단순 문맹률은 낮지만,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하는 주요 근거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55~65살 읽기 능력은 국제성인역량평가 22개 조사국 가운데 20위였다. 독해력이 낮은 층은 한글(전용) 세대가 아니라 한자(병기) 세대”라고 반박했다.
한글 단체와 교육계에선 ‘한글 전용 정책 포기’의 배후에 국한문혼용론자와 사교육 업계의 로비가 있으리라 의심한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토론회에서 “초등 한자 교육의 필요성은 2002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건의문에서 시작됐다”며 “이 단체는 현재 한자급수인증시험을 공동 후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도 한자 사교육 확대를 우려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통계를 보면, 한자 자격시험 83종 중 31종은 교육부가 초등 한자 병기를 추진키로 한 지난해 이후 신설됐고 관련 학원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의 한자 강화 정책은 이미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학생 생활기록부에 국가공인자격을 기입하도록 했는데, 한자자격시험도 포함된다. 그 결과 2009년에만 37만명의 초등학생이 한자자격시험을 치렀다. 전체 초등학생 367만명의 10%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등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교사 1000명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는 어린이의 기초적인 언어 학습과 사고 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곽중철 (2015-08-19 10:52:31)
[아침햇발] 과거로 돌아가자는 초등 한자병기
/ 박창식 등록 :2015-08-18 18:31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반영하려 하고 있다. 다음달에 이런 내용을 정식 공고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국민 언어생활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판 여론을 존중해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교육부는 한자교육이 인문사회 소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한자를 가르쳐야 한자어를 이해하기 쉬워지고 어휘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근거가 약한 주장이다. 은행이란 어휘는 그 자체로 뜻을 갖는 것이지 ‘銀’과 ‘行’을 한자로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기의 주성분인 산소를 이해하는 데도 ‘酸素’(산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부 자료(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요약)에서는 한자교육을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더 황당한 이야기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인성이 훌륭할까? ‘義’를 알아야 의로운 사람이고 ‘奉仕’를 알아야 봉사를 잘한단 말인가?
교육부는 국민의 68.5%가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국립국어원, 2010년)를 제시한다. 여론조사는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이 유도되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입시와 자녀교육에 대한 압박이 심한 학부모들은 교과 특성을 따지지 않고 묻지마 답변을 하기 쉬울 것이다.
한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줄었다고 보는 게 오히려 옳을 것이다. 한국갤럽에서 2002년과 2014년 두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자를 모르면 생활하는 데 불편하냐?’는 질문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2002년 70%에서 2014년 54%로 크게 줄었다. 또한 ‘한글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글만 써야 한다는 응답이 2002년 33%에서 2014년 41%로 늘어났다. 중국어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어로서의 수요이지 한자에 대한 게 아니다. 중국 한자와 일본 한자, 우리나라 한자가 서로 달라 범용성이 약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해방 뒤 한자병기, 국한문혼용 등을 거쳐 1970년에 한글전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이 반대하여 1972년부터 중고등학교에 한문 과목이 만들어지고 1975년부터 중고교 교과서에 한자병기가 실시되었다. 그런데 1988년 창간한 <한겨레>가 순한글 가로쓰기를 선도하자 10년에 걸쳐 모든 일간신문에서 거의 완벽하게 한자가 사라졌다. 이와 함께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한자가 거의 다 빠졌으며 지금은 대학교재에서도 한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자 시대에는 한자를 쓸 수 있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심각한 격차가 나타났다. 언어 능력의 격차는 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가져오기 쉽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으며 국민 통합도 해친다. 한글 시대에 접어들어 한글세대의 문해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중3 학생들은 문해력 부문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류 확산도 한글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는 문화 융성의 흐름을 막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이다. 정부의 다른 정책에서 과거 퇴행 움직임이 있다 하나 국민 문화생활의 기초인 언어까지 그렇게 해선 곤란하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연산군이 대대적으로 억누른 적이 있다. 그 시대를 연상시키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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