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화법 치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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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5-06-14 22:39 조회3,079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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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화법 치유책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통번역사협회장 010-5214-1314
대통령보다 한 살 덜 먹은 필자도 회갑을 훌쩍 넘기고 보니 강의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지?”라는 약품 선전문구도 있듯이 고유명사가 기억이 안나 애먹은 지는 10년도 넘은 것 같다. 여러 집단과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연설을 할 때는 꼭 메모를 해가야 바로 앞에 사람을 두고 이름이 입안에서 뱅뱅 도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숭문어눌(崇文語訥)의 전통이 있어 말하기 교육을 경시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입만 깐”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년 내내 잘 된 연설하나 구경하기 힘들고 인터넷에서도 명연설 하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말이 SNS로 실시간에 퍼지는 세상이 되어 발언이나 연설의 품질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내외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박근혜대통령을 더 이상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치유책을 제안하고 싶다.
박대통령이 취임 후 몇 차례 해외 순방여행에서 영어와 중국어, 불어로 연설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을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외국어는 자신의 모국어와 똑같다. 모국어 억양과 속도와 똑같이 외국어를 한다. 또박또박 한마디 실수 없이 하지만 웅변과 감정이 없어 국민들은 곧 싫증을 느낄 것”이라 예언했다. 그런데 이제 국민들은 싫증을 너머 ‘유체이탈’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의 말을 미워하고 있다.
TV로 외국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박대통령처럼 탁자에 놓은 원고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연설을 할 때야 오바마 대통령도 좌우에 설치된 텔레프람터를 보며 읽지만 그의 연설은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크다. 타고난 웅변가로 수많은 연설 경험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는 연설내용을 숙지하고 다시 생각을 하며 읽기 때문에 알아듣기 쉽다. 영화 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연기하듯 연설을 했기에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고,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곁에는 한 두사람 연설 작성자가 있었는데 현재 청와대에는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대변인과 홍보수석이 브리핑하는 말도 별로 나을 것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사전에 거르고 다듬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일관된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발언과 연설을 쉽고 짧은 문장으로 엮어 대통령에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캐캐 묵은 한자표현은 최소화하고 촌철살인의 자연스런 우리 말로 국민에 다가가야 한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는 시간을 아껴 전문가가 제공하는 원고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후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발언할 때 다시 한번 그 뜻을 생각하며 즉흥 연설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국민들이 비로소 공감을 느끼고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끝)
곽중철 (2015-06-18 14:23:25)
한겨레신문 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유체이탈 화법’ 치유책 / 곽중철
등록 :2015-06-17 18:52수정 :2015-06-18 01:09
대통령보다 한 살 덜 먹은 필자도 회갑을 훌쩍 넘기고 보니 강의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지?”라는 약품 선전문구도 있듯이 고유명사가 기억이 안 나 애먹은 지는 10년도 넘은 것 같다. 여러 집단과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연설을 할 때는 꼭 메모를 해 가야 바로 앞에 사람을 두고 이름이 입안에서 뱅뱅 도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숭문어눌(崇文語訥)의 전통이 있어 말하기 교육을 경시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입만 깐”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년 내내 잘된 연설 하나 구경하기 힘들고 인터넷에서도 명연설 하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말이 에스엔에스로 실시간에 퍼지는 세상이 되어 발언이나 연설의 품질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내외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더 이상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치유책을 제안하고 싶다.
박 대통령이 취임 뒤 몇 차례 해외 순방여행에서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로 연설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을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외국어는 자신의 모국어와 똑같다. 모국어 억양과 속도와 똑같이 외국어를 한다. 또박또박 한마디 실수 없이 하지만 웅변과 감정이 없어 국민들은 곧 싫증을 느낄 것”이라 예언했다. 그런데 이제 국민들은 싫증을 넘어 ‘유체이탈’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의 말을 미워하고 있다.
티브이로 외국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처럼 탁자에 놓은 원고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연설을 할 때야 오바마 대통령도 좌우에 설치된 텔레프롬프터를 보며 읽지만 그의 연설은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크다. 타고난 웅변가로 수많은 연설 경험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는 연설 내용을 숙지하고 다시 생각을 하며 읽기 때문에 알아듣기 쉽다.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연기하듯 연설을 했기에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고,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대변인과 홍보수석이 브리핑하는 말도 별로 나을 것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사전에 거르고 다듬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일관된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발언과 연설을 쉽고 짧은 문장으로 엮어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케케묵은 한자 표현은 최소화하고 촌철살인의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는 시간을 아껴 전문가가 제공하는 원고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발언할 때 다시 한번 그 뜻을 생각하며 즉흥연설 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국민들이 비로소 공감을 느끼고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통번역사협회장
Bismarck (2015-06-18 23:29:27)
교수님 TV 나 SNS를 한글로 풀어서 티브이, 에스엔에스 라고 쓰는거는 신문기사에서 처음보는거 같은데요 원래 한글로 풀어쓰는게 더 좋나요??
곽중철 (2015-06-20 11:44:17)
한겨레 신문의 방침입니다. 한겨레는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과 유엔 등에서 한국어의 공식언어 채택운동 등도 벌이고 있습니다.
곽중철 (2015-06-20 12:03:20)
[독자칼럼] 통역과 우리말 / 곽중철
한겨레 신문: 2009-12-20 18:51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 반드시 배울 바가 있는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師)는 말이 생각난다.
지난 11월 말 한겨레말글연구소 제5차 학술발표회 ‘유엔·국제기구 공용어 어떻게 늘릴까’라는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한 발표 주제의 토론자로 나갔지만 현장에 가서야 큰 주제의 핵심이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유엔 공용어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임을 알았다. 필자가 외국어를 전공한 탓인지 그런 운동을 벌이는 분들이 있음도 처음 알았고, 그분들한테서 배운 게 무척 많았다.
그날 토론에서 모임 취지에 맞게 필자가 즉석에서 엮어내린 결론은 “한국어를 유엔 공용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선 우리가 우리말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장의 반응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필자에게는 다시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하면서 통역을 가르치는 사람이 웬 모국어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외국어를 하면 할수록 모국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필자도 모국어를 바탕으로 외국어를 배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모국어의 거울로 모국어만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더 낫다면 이미 그 외국어가 모국어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모국어가 없는 불쌍한 사람(alingual)이다.
봄이면 대학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모국어 수준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분명 우리나라의 어문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기유학’으로 대변되는 영어 중시 풍조가 우리 자식들의 말과 사고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를 직시하고 바로잡으려는 어른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젊은 선생들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우리말을 쓰면서 자각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더 큰 좌절감을 느낀다. 유력 일간지와 텔레비전 뉴스에서조차 젊은 기자들이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례가 잦아 안타깝다.
우리 대학원이 30년 전부터 배출해 시장에서 일하는 통역사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다. 우리의 말하기 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논리가 분명치 않은 연설을 하는 우리 연사를 만나면 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통역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 도대체 저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를 유추하다 보면 통역이 더 어려워지고 느려진다. 통역사들은 그런 연사를 만날까봐 무서워한다. 외국인 청중이 “연사와 통역사 중 하나는 엉터리”라는 결론을 내릴까 두려워지는 까닭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말이 당장 유엔 공용어가 되면 어떻게 될까? 유엔 회의 참석자들이 “한국어 연설은 잘 이해할 수 없다. 연설이 잘못된 것이냐, 통역이 잘못된 것이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말을 국제기구 공용어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편으로, 우리말을 더 사랑하며 우리말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어린 세대에게 우리말을 조리에 맞게 부려 쓰도록 고유어와 숱한 한자어 등 낱말 교육부터 말본새, 문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국제무대에 나가 쉽고 논리적인 연설을 할 수 있게 하는 어문교육이 본궤도에 올라야 우리말이 떳떳하게 유엔 등 국제기구 공용어가 되어 알아듣기 쉽고 빛나게 통역될 것이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통번역사협회장 010-5214-1314
대통령보다 한 살 덜 먹은 필자도 회갑을 훌쩍 넘기고 보니 강의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지?”라는 약품 선전문구도 있듯이 고유명사가 기억이 안나 애먹은 지는 10년도 넘은 것 같다. 여러 집단과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연설을 할 때는 꼭 메모를 해가야 바로 앞에 사람을 두고 이름이 입안에서 뱅뱅 도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숭문어눌(崇文語訥)의 전통이 있어 말하기 교육을 경시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입만 깐”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년 내내 잘 된 연설하나 구경하기 힘들고 인터넷에서도 명연설 하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말이 SNS로 실시간에 퍼지는 세상이 되어 발언이나 연설의 품질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내외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박근혜대통령을 더 이상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치유책을 제안하고 싶다.
박대통령이 취임 후 몇 차례 해외 순방여행에서 영어와 중국어, 불어로 연설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을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외국어는 자신의 모국어와 똑같다. 모국어 억양과 속도와 똑같이 외국어를 한다. 또박또박 한마디 실수 없이 하지만 웅변과 감정이 없어 국민들은 곧 싫증을 느낄 것”이라 예언했다. 그런데 이제 국민들은 싫증을 너머 ‘유체이탈’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의 말을 미워하고 있다.
TV로 외국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박대통령처럼 탁자에 놓은 원고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연설을 할 때야 오바마 대통령도 좌우에 설치된 텔레프람터를 보며 읽지만 그의 연설은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크다. 타고난 웅변가로 수많은 연설 경험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는 연설내용을 숙지하고 다시 생각을 하며 읽기 때문에 알아듣기 쉽다. 영화 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연기하듯 연설을 했기에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고,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곁에는 한 두사람 연설 작성자가 있었는데 현재 청와대에는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대변인과 홍보수석이 브리핑하는 말도 별로 나을 것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사전에 거르고 다듬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일관된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발언과 연설을 쉽고 짧은 문장으로 엮어 대통령에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캐캐 묵은 한자표현은 최소화하고 촌철살인의 자연스런 우리 말로 국민에 다가가야 한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는 시간을 아껴 전문가가 제공하는 원고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후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발언할 때 다시 한번 그 뜻을 생각하며 즉흥 연설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국민들이 비로소 공감을 느끼고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끝)
곽중철 (2015-06-18 14:23:25)
한겨레신문 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유체이탈 화법’ 치유책 / 곽중철
등록 :2015-06-17 18:52수정 :2015-06-18 01:09
대통령보다 한 살 덜 먹은 필자도 회갑을 훌쩍 넘기고 보니 강의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지?”라는 약품 선전문구도 있듯이 고유명사가 기억이 안 나 애먹은 지는 10년도 넘은 것 같다. 여러 집단과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연설을 할 때는 꼭 메모를 해 가야 바로 앞에 사람을 두고 이름이 입안에서 뱅뱅 도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숭문어눌(崇文語訥)의 전통이 있어 말하기 교육을 경시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입만 깐”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년 내내 잘된 연설 하나 구경하기 힘들고 인터넷에서도 명연설 하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말이 에스엔에스로 실시간에 퍼지는 세상이 되어 발언이나 연설의 품질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내외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더 이상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치유책을 제안하고 싶다.
박 대통령이 취임 뒤 몇 차례 해외 순방여행에서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로 연설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을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외국어는 자신의 모국어와 똑같다. 모국어 억양과 속도와 똑같이 외국어를 한다. 또박또박 한마디 실수 없이 하지만 웅변과 감정이 없어 국민들은 곧 싫증을 느낄 것”이라 예언했다. 그런데 이제 국민들은 싫증을 넘어 ‘유체이탈’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의 말을 미워하고 있다.
티브이로 외국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처럼 탁자에 놓은 원고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연설을 할 때야 오바마 대통령도 좌우에 설치된 텔레프롬프터를 보며 읽지만 그의 연설은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크다. 타고난 웅변가로 수많은 연설 경험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는 연설 내용을 숙지하고 다시 생각을 하며 읽기 때문에 알아듣기 쉽다.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연기하듯 연설을 했기에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고,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대변인과 홍보수석이 브리핑하는 말도 별로 나을 것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사전에 거르고 다듬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일관된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발언과 연설을 쉽고 짧은 문장으로 엮어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케케묵은 한자 표현은 최소화하고 촌철살인의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는 시간을 아껴 전문가가 제공하는 원고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발언할 때 다시 한번 그 뜻을 생각하며 즉흥연설 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국민들이 비로소 공감을 느끼고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통번역사협회장
Bismarck (2015-06-18 23:29:27)
교수님 TV 나 SNS를 한글로 풀어서 티브이, 에스엔에스 라고 쓰는거는 신문기사에서 처음보는거 같은데요 원래 한글로 풀어쓰는게 더 좋나요??
곽중철 (2015-06-20 11:44:17)
한겨레 신문의 방침입니다. 한겨레는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과 유엔 등에서 한국어의 공식언어 채택운동 등도 벌이고 있습니다.
곽중철 (2015-06-20 12:03:20)
[독자칼럼] 통역과 우리말 / 곽중철
한겨레 신문: 2009-12-20 18:51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 반드시 배울 바가 있는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師)는 말이 생각난다.
지난 11월 말 한겨레말글연구소 제5차 학술발표회 ‘유엔·국제기구 공용어 어떻게 늘릴까’라는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한 발표 주제의 토론자로 나갔지만 현장에 가서야 큰 주제의 핵심이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유엔 공용어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임을 알았다. 필자가 외국어를 전공한 탓인지 그런 운동을 벌이는 분들이 있음도 처음 알았고, 그분들한테서 배운 게 무척 많았다.
그날 토론에서 모임 취지에 맞게 필자가 즉석에서 엮어내린 결론은 “한국어를 유엔 공용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선 우리가 우리말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장의 반응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필자에게는 다시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하면서 통역을 가르치는 사람이 웬 모국어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외국어를 하면 할수록 모국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필자도 모국어를 바탕으로 외국어를 배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모국어의 거울로 모국어만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더 낫다면 이미 그 외국어가 모국어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모국어가 없는 불쌍한 사람(alingual)이다.
봄이면 대학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모국어 수준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분명 우리나라의 어문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기유학’으로 대변되는 영어 중시 풍조가 우리 자식들의 말과 사고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를 직시하고 바로잡으려는 어른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젊은 선생들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우리말을 쓰면서 자각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더 큰 좌절감을 느낀다. 유력 일간지와 텔레비전 뉴스에서조차 젊은 기자들이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례가 잦아 안타깝다.
우리 대학원이 30년 전부터 배출해 시장에서 일하는 통역사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다. 우리의 말하기 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논리가 분명치 않은 연설을 하는 우리 연사를 만나면 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통역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 도대체 저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를 유추하다 보면 통역이 더 어려워지고 느려진다. 통역사들은 그런 연사를 만날까봐 무서워한다. 외국인 청중이 “연사와 통역사 중 하나는 엉터리”라는 결론을 내릴까 두려워지는 까닭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말이 당장 유엔 공용어가 되면 어떻게 될까? 유엔 회의 참석자들이 “한국어 연설은 잘 이해할 수 없다. 연설이 잘못된 것이냐, 통역이 잘못된 것이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말을 국제기구 공용어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편으로, 우리말을 더 사랑하며 우리말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어린 세대에게 우리말을 조리에 맞게 부려 쓰도록 고유어와 숱한 한자어 등 낱말 교육부터 말본새, 문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국제무대에 나가 쉽고 논리적인 연설을 할 수 있게 하는 어문교육이 본궤도에 올라야 우리말이 떳떳하게 유엔 등 국제기구 공용어가 되어 알아듣기 쉽고 빛나게 통역될 것이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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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b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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