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사가 없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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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4-06 18:22 조회1,7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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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사가 없어진다고?
한국통번역사협회장/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알파고의 충격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높여 몇 년 후 없어질 직업을 예견할 때 단골 손님이 되는 분야 중 하나가 통번역이다. 바둑 게임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아 결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예상이 깨어졌다. 통번역의 대상이 되는 인간의 말은 과연 경우의 수가 몇 개나 될까?
최근까지 기계가 인간 통번역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기계란 것이 문맥을 알 턱이 없고, 기계는 인간과 달리 자체 수정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의 맥락을 파악하고 인간의 영역인 직관의 능력까지 갖출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다. 번역은 이미 보조기계가 크게 발전해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 운영하는 초벌 번역기가 인간 번역사의 작업을 쉽게 해주고 있으니 다음은 통역 차례라고들 한다.
기계가 인간의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려면 우선 각자 다른 인간의 음성을 인식해 문자화하고 둘째 그 말을 번역한 후 셋째 그 번역문을 다시 소리로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3단계가 모두 아직 완벽하지 못한데 특히 두 번째 번역 단계가 영원히 완벽해지지 못할 이유는 많다’
통번역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며, 언어는 소통이다. 그런데 기계 통번역은 경우의 수 ‘통계학의 확률’로 계산하는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 통번역사를 대신할 수 없다. 통번역이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도 글쓴이, 혹은 연사의 의도와 두 언어간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고심하며 단어를 골라 옮기는 작업이다. 이런 절차 없이 기계적으로 통계적 확률에 따라 단어를 맞추는 자동 통번역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아지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24개 언어를 통역하는 유럽연합에서도 통역사들이 통역기계와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 통역사의 밥줄을 위협하는 것은 따로 있다. 즉 영어가 급속으로 세계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영국은 물론이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모든 회의를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어 통역이 필요 없다. EU에서도 최근에는 대부분 회의를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 2-3개 언어로만 진행해 나머지 20개 언어 통역사들의 일감이 없어지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G7 각료회의는 달랑 영어와 일본어로만 통역된단다. 이제 같은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면 영어와 한국어로만 통역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유럽 각국의 고등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영어가 세계공용어가 되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중급 정도의 영어만 하면 세상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영어만 적당히 공부하면서 대학에서 외국어 이외의 전공을 택하고 있다. 이제 각국은 모국어와 영어 사이의 통번역에만 집중할 것이다. 다른 외국어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통번역 학교도 필요 없고 통번역이라는 직종도 사라질 것인가?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츠는 “통역사가 5년 안에 사라져 바벨탑이 무너질 것’이라 했다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둑은 인간이 발명했지만 말은 태초에 신이 만든 것이다. 알파고는 인간을 이겼지만 통역 기계는 신을 이겨야 한다.
통역사들은 기계보다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통역을 제공하면서 기계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소통의 벽을 깨부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해 갈 것이다. 에릭 슈미츠의 예언은 틀린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통번역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수한 통번역사는 계속 꼭 필요한 존재로 세상에 남을 것이다. (끝)
곽중철 (2016-04-15 15:23:41)
[발언대] 통·번역사가 없어진다고?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장
조선일보 입력 : 2016.04.13 03:00
알파고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이 거론될 때 단골손님이 된 것 중 하나가 통·번역사이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 결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깨어졌다. 통·번역의 대상인 인간의 말은 경우의 수가 몇 개나 될까. 최근까지 기계가 통·번역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기계란 것이 문맥을 알 턱이 없고, 인간과 달리 자체 수정 능력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인간의 영역인 직관의 능력까지 갖출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다. 번역은 이미 보조 기계가 크게 발전해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한 초벌 번역기가 번역사의 작업을 쉽게 해주고 있으니 다음은 통역 차례라고들 한다.
기계가 인간의 말을 실시간 통역하려면 음성을 인식해 문자화하고, 이를 번역한 후, 소리로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세 단계 모두 아직 완벽하지 못한데, 특히 번역 단계가 영원히 완벽해지지 못할 이유가 여러 가지다. 통·번역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기계 통·번역은 '통계학적 확률'로 계산하는 기계 학습이 기반이기에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통·번역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도 글쓴이나 연사의 의도와 언어 간 문화 차이를 고려해 고심하며 단어를 골라 옮기는 작업이다. 이런 절차 없이 기계적으로 단어를 맞추는 자동 통·번역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근본적 한계를 안게 된다.
과연 통·번역 학교가 필요 없고 통·번역이라는 직종도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통역사들은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통역을 통해 기계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소통의 벽을 부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해 갈 것이다.
24개 언어를 쓰는 유럽연합에서도 통역사들이 기계에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는 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 통역사의 밥줄을 위협하는 것은 따로 있다. 영어가 급속도로 세계 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추세는 각국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중급 정도의 영어만 하면 사는 데 지장 없을 것"이라며 영어만 적당히 공부하면서 다른 외국어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세계의 통·번역사들에게는 이런 편향성이 훨씬 중대한 위협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곽중철 (2016-04-15 15:27:18)
[기고] 통역이 필요 없어진다고?
매일경제 2006.06.06
점점 많은 사람이 이런 속도로 국제어인 영어를 배워 모두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통역은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요즘 영어학습 광풍에 휩싸이다보니 전문적 지식을 갖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사람들조차 이따금 이런 질문을 던진다.그러나 이 질문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엉뚱한 질문에 속한다.유럽연합(EU) 회원국 25개국의 20개 언어를 서로 통역하느라 고달픈 딜레마에 빠져 있는 유럽에서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염려가 한국에서 먼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유럽과 북미 이외 지역에선 처음으로 지난 5월 23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 세계통번역대학원협회(CIUTI) 연차총회는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글로벌 시대에 그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통번역사들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하고 통번역 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통역이 몇 십년 내에 필요없어지지 않을 이유는 많다.첫째, 세계 각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고,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어가 급속도로 국제어가 되고 있지만 각국은 각기 다른 영어를 쓰고 있다.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각국은 상이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상이한 영어 어휘와 문장을 쓰고 있고, 같은 단어와 구문이라도 나라마다 그 의미에 차이가 존재한다.따라서 중국에서 서로 다른 지방의 중국 방언을 서로 통역해야 하듯이 각국의 영어를 서로 통역해야 하는 경우마저 생길 수 있다.국제회의에서 각국의 서로 다른 영어의 차이를 파악해 상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는 인력이 전문 통역사들이다.
통역이 필요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역사의 역할이 더 까다롭게 변할 뿐이다.둘째, 세계인들이 통역 없이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시도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각국의 상이한 문화적 측면들이 간과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점이다.영어란 것이 세계인의 공통분모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언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도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지만 정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적듯이 전세계에서도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자신하는 사람 중 객관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그들을 위해 일반인들보다 정말로 영어를 잘해 그들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진짜 전문 통역사는 더 크게 필요해질 것이다.셋째, 외국어란 성경의 바벨탑 얘기에 나오듯 신이 만든 것이다.원래 하나였던 말을 갖가지 언어로 갈라놓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그것을 다시 영어로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다시 신에 도전하는 일이다.신은 인간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없도록 갖가지 언어를 만들었고, 그를 통역할 수 있는 재능을 받은 사람이 통역사가 되어 의사소통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통역은 신이 병을 준 뒤에 준 약이기에 통역은 그만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이번 서울 CIUTI 연차총회에서도 결코 통번역이 필요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려하며 그 대책을 논의하지는 않았다.오히려 영어가 세계어가 되고 있는 세상에서 기존의 역할을 변화시켜야 하는 통역, 번역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각 학교가 어떻게 교과과정과 교수법을 바꿔야 할 것인가 등을 활발하고 심도있게 논의했을 뿐이다.이번 총회는 아시아를 대표한 한국의 전문 통번역 교육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국내외에 확인시킨 기회였다.고급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유럽과 북미의 통번역대학 교수들에게 개최 도시 서울과 개최국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심화시킨 자리였다.특히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은 아시아 최초로 임기 3년의 이사직에 선임돼 동서양의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6.06 17:48 입력
한국통번역사협회장/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알파고의 충격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높여 몇 년 후 없어질 직업을 예견할 때 단골 손님이 되는 분야 중 하나가 통번역이다. 바둑 게임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아 결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예상이 깨어졌다. 통번역의 대상이 되는 인간의 말은 과연 경우의 수가 몇 개나 될까?
최근까지 기계가 인간 통번역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기계란 것이 문맥을 알 턱이 없고, 기계는 인간과 달리 자체 수정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의 맥락을 파악하고 인간의 영역인 직관의 능력까지 갖출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다. 번역은 이미 보조기계가 크게 발전해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 운영하는 초벌 번역기가 인간 번역사의 작업을 쉽게 해주고 있으니 다음은 통역 차례라고들 한다.
기계가 인간의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려면 우선 각자 다른 인간의 음성을 인식해 문자화하고 둘째 그 말을 번역한 후 셋째 그 번역문을 다시 소리로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3단계가 모두 아직 완벽하지 못한데 특히 두 번째 번역 단계가 영원히 완벽해지지 못할 이유는 많다’
통번역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며, 언어는 소통이다. 그런데 기계 통번역은 경우의 수 ‘통계학의 확률’로 계산하는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 통번역사를 대신할 수 없다. 통번역이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도 글쓴이, 혹은 연사의 의도와 두 언어간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고심하며 단어를 골라 옮기는 작업이다. 이런 절차 없이 기계적으로 통계적 확률에 따라 단어를 맞추는 자동 통번역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아지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24개 언어를 통역하는 유럽연합에서도 통역사들이 통역기계와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 통역사의 밥줄을 위협하는 것은 따로 있다. 즉 영어가 급속으로 세계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영국은 물론이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모든 회의를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어 통역이 필요 없다. EU에서도 최근에는 대부분 회의를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 2-3개 언어로만 진행해 나머지 20개 언어 통역사들의 일감이 없어지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G7 각료회의는 달랑 영어와 일본어로만 통역된단다. 이제 같은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면 영어와 한국어로만 통역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유럽 각국의 고등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영어가 세계공용어가 되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중급 정도의 영어만 하면 세상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영어만 적당히 공부하면서 대학에서 외국어 이외의 전공을 택하고 있다. 이제 각국은 모국어와 영어 사이의 통번역에만 집중할 것이다. 다른 외국어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통번역 학교도 필요 없고 통번역이라는 직종도 사라질 것인가?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츠는 “통역사가 5년 안에 사라져 바벨탑이 무너질 것’이라 했다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둑은 인간이 발명했지만 말은 태초에 신이 만든 것이다. 알파고는 인간을 이겼지만 통역 기계는 신을 이겨야 한다.
통역사들은 기계보다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통역을 제공하면서 기계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소통의 벽을 깨부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해 갈 것이다. 에릭 슈미츠의 예언은 틀린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통번역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수한 통번역사는 계속 꼭 필요한 존재로 세상에 남을 것이다. (끝)
곽중철 (2016-04-15 15:23:41)
[발언대] 통·번역사가 없어진다고?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장
조선일보 입력 : 2016.04.13 03:00
알파고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이 거론될 때 단골손님이 된 것 중 하나가 통·번역사이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 결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깨어졌다. 통·번역의 대상인 인간의 말은 경우의 수가 몇 개나 될까. 최근까지 기계가 통·번역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기계란 것이 문맥을 알 턱이 없고, 인간과 달리 자체 수정 능력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인간의 영역인 직관의 능력까지 갖출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다. 번역은 이미 보조 기계가 크게 발전해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한 초벌 번역기가 번역사의 작업을 쉽게 해주고 있으니 다음은 통역 차례라고들 한다.
기계가 인간의 말을 실시간 통역하려면 음성을 인식해 문자화하고, 이를 번역한 후, 소리로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세 단계 모두 아직 완벽하지 못한데, 특히 번역 단계가 영원히 완벽해지지 못할 이유가 여러 가지다. 통·번역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기계 통·번역은 '통계학적 확률'로 계산하는 기계 학습이 기반이기에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통·번역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도 글쓴이나 연사의 의도와 언어 간 문화 차이를 고려해 고심하며 단어를 골라 옮기는 작업이다. 이런 절차 없이 기계적으로 단어를 맞추는 자동 통·번역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근본적 한계를 안게 된다.
과연 통·번역 학교가 필요 없고 통·번역이라는 직종도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통역사들은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통역을 통해 기계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소통의 벽을 부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해 갈 것이다.
24개 언어를 쓰는 유럽연합에서도 통역사들이 기계에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는 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 통역사의 밥줄을 위협하는 것은 따로 있다. 영어가 급속도로 세계 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추세는 각국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중급 정도의 영어만 하면 사는 데 지장 없을 것"이라며 영어만 적당히 공부하면서 다른 외국어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세계의 통·번역사들에게는 이런 편향성이 훨씬 중대한 위협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곽중철 (2016-04-15 15:27:18)
[기고] 통역이 필요 없어진다고?
매일경제 2006.06.06
점점 많은 사람이 이런 속도로 국제어인 영어를 배워 모두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통역은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요즘 영어학습 광풍에 휩싸이다보니 전문적 지식을 갖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사람들조차 이따금 이런 질문을 던진다.그러나 이 질문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엉뚱한 질문에 속한다.유럽연합(EU) 회원국 25개국의 20개 언어를 서로 통역하느라 고달픈 딜레마에 빠져 있는 유럽에서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염려가 한국에서 먼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유럽과 북미 이외 지역에선 처음으로 지난 5월 23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 세계통번역대학원협회(CIUTI) 연차총회는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글로벌 시대에 그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통번역사들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하고 통번역 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통역이 몇 십년 내에 필요없어지지 않을 이유는 많다.첫째, 세계 각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고,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어가 급속도로 국제어가 되고 있지만 각국은 각기 다른 영어를 쓰고 있다.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각국은 상이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상이한 영어 어휘와 문장을 쓰고 있고, 같은 단어와 구문이라도 나라마다 그 의미에 차이가 존재한다.따라서 중국에서 서로 다른 지방의 중국 방언을 서로 통역해야 하듯이 각국의 영어를 서로 통역해야 하는 경우마저 생길 수 있다.국제회의에서 각국의 서로 다른 영어의 차이를 파악해 상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는 인력이 전문 통역사들이다.
통역이 필요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역사의 역할이 더 까다롭게 변할 뿐이다.둘째, 세계인들이 통역 없이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시도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각국의 상이한 문화적 측면들이 간과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점이다.영어란 것이 세계인의 공통분모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언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도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지만 정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적듯이 전세계에서도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자신하는 사람 중 객관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그들을 위해 일반인들보다 정말로 영어를 잘해 그들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진짜 전문 통역사는 더 크게 필요해질 것이다.셋째, 외국어란 성경의 바벨탑 얘기에 나오듯 신이 만든 것이다.원래 하나였던 말을 갖가지 언어로 갈라놓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그것을 다시 영어로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다시 신에 도전하는 일이다.신은 인간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없도록 갖가지 언어를 만들었고, 그를 통역할 수 있는 재능을 받은 사람이 통역사가 되어 의사소통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통역은 신이 병을 준 뒤에 준 약이기에 통역은 그만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이번 서울 CIUTI 연차총회에서도 결코 통번역이 필요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려하며 그 대책을 논의하지는 않았다.오히려 영어가 세계어가 되고 있는 세상에서 기존의 역할을 변화시켜야 하는 통역, 번역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각 학교가 어떻게 교과과정과 교수법을 바꿔야 할 것인가 등을 활발하고 심도있게 논의했을 뿐이다.이번 총회는 아시아를 대표한 한국의 전문 통번역 교육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국내외에 확인시킨 기회였다.고급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유럽과 북미의 통번역대학 교수들에게 개최 도시 서울과 개최국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심화시킨 자리였다.특히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은 아시아 최초로 임기 3년의 이사직에 선임돼 동서양의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6.06 17: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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