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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의 억만장자 아내는 통역사였다...(조선일보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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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4-03-05 00:00 조회3,8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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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케리의 억만장자 아내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의 부인을 흔히 ‘영부인(令夫人)’이라 부르지만 사실 이 말은 남의 아들·딸을 영식(令息)·영애(令愛)라 하듯이 남의 아내에 대한 일반적 경칭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인을 ‘퍼스트 레이디’, 대통령 가족을 ‘퍼스트 패밀리’라 부르는 건 역시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인 듯하다. 심지어 백악관의 애견까지 ‘퍼스트 독’이라는 경칭(?)으로 불린다.

▶퍼스트 레이디들은 종종 ‘숨은 권력자’로도 불리지만 남편 어깨 너머로 적극 국정에 개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조용한 내조로 만족한 사람도 있었다. 가령 우드로 윌슨 대통령(1913~21)의 부인 이디스(Edith)나 빌 클린턴 대통령(1993~2001)의 부인 힐러리가 전자에 속한다면, “대중 앞에서 아내가 할 일은 남편 옆에 조용히 앉아 모자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1945~53)의 부인 엘리자베스는 후자의 대표적 케이스다.

▶존 케리 상원 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부인 테레사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케리가 이기면 포르투갈인(人) 의사의 딸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그는 귀화한 미국인으로서 첫 퍼스트 레이디가 된다.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과는 스위스 제네바의 통역대학원 동기생이기도 한 그는 유엔 통역사로 일하던 1966년 미래에 미국 상원 의원이 될 세계적 토마토 케첩 회사 집안의 외아들 존 하인즈와 결혼하면서 미국인이 됐다.

▶존이 199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5억달러의 유산을 상속한 그는 같은 상원 의원으로 1988년 이혼 후 독신이던 5년 연하의 존 케리를 1992년에 처음 만나 1995년 결혼했다. 그 바람에 케리는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세 번째 부자 대통령이 될 것이라 한다. 기금 10억달러의 하인즈재단과 하인즈가(家) 자선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능통한 5개국어나 열성적 환경운동과 자선활동에 앞서 엄청난 재력이다.

▶죽은 남편 하인즈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때는 한사코 반대했던 그녀에게서 2년 전부터 대권 도전에 동의를 얻어낸 것도 케리의 복(福)일까. 벌써 ‘제2의 힐러리’가 될 거라는 소리를 듣는 그녀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평범한 아내 상(像)인 로라 부시. 퍼스트 레이디 자리를 다툴 두 사람의 대결도 볼 만할 것 같다.

 (김창기 논설위원 chang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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