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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윤의 제안과 사회의 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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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3-06-09 23:28 조회3,3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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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윤의 제안과 사회의 언로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약 20여 년 만에 고국에 돌아 온 재미 코미디언 자니 윤이 한 말 중 박근혜 대통령의 소위 썰렁개그를 격려해줘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의 공개 발언에는 유머가 거의 없다. 여당과 야당의 대변인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유머가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 약속은 모두 부도 수표가 되어버렸다. 필자는 이것이 우리나라에 아직 언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년 3월 방한 직전 김용 다트머스 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다섯 살 때 이민 와서 고교 때 반장을 했으며 미식축구 쿼터백을 맡았고 농구팀 포인트 가드를 한 것도 모자라 골프도 핸디가 싱글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골프도 싱글이라니 샘이 난다.  세계은행이 그보다 나은 총재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는 유머로 미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웠다. 자못 심각해 질 수도 있는 인사를 유머로 마무리한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누구를 요직에 임명하면서 유사한 유머를 구사한다면 반응이 어떨까?

학교에서 통역용 연설을 선별할 때 영어로 된 좋은 연설은 인터넷에 널려있지만 우리말 연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연설을 즐겨 하고 연설을 중시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연설만 전문 작성가(ghost writer)인 문고 비서관들이 써 수준을 유지하지만 총리 이하 공무원들의 연설은 몇 십 년 동안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각 부처마다 신임 사무관들이 예년의 연설을 베끼다시피 해 작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언로가 트인 사회가 아니다. 아직도 ‘침묵은 금’이라는 듯 “내가 이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면서 말문을 닫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장차관도 연설을 꺼리고 하고 난 뒤에도 부처 홈피에 올리기를 삼가 한다. 괜한 구설수를 회피하는 까닭이다. 무지막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이고 살고 있기 때문일까?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인재들 사이 경쟁에 숨이 막혀있기 때문일까? 

자니 윤이 지적했듯 이제 대통령의 썰렁 개그부터 격려해 우리나라의 언로를 열자. 그리하여 삭막한 정치판에도 웃음을 심고, 분단국의 삭막한 경쟁사회에서도 오아시스 같은 시원한 말들로 여유를 찾도록 만들어 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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