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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주준희 선생 책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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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4-01-23 00:00 조회3,0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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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우리나라의 법정통역은 아직 완전히 제도화되지 않고있다. <법정 통역사>라는 전문직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법정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통역사가 거의 없다. 법정 통역료도 국제회의통역료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있어 법원에서 요청이 오면 그 통역료에 맞는 대학원 재학생들을 마지 못해 파견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법정 통역에 필요한 법률용어와 재판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통역에 임하는 우수인력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각급 법원에서 법정통역사를
 확보해 달라는 요청이 공문으로 올 때마다 <현실과의 괴리>를 안타까이 느끼며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러던 2003년 10월 어느 날 주준희 교수에 대한 소식을 듣고 눈이 번쩍 띄였다, 그가 LA에서 다년간 법정통역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LA에 통역학교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나는 수소문 끝에 주 교수께 매주 수요일 오후에 있는 우리 통역대학원 특강에 한 번 나와줄 것을 요청했고, 주 교수가 기꺼이 응해 강사로 모신 것이다.

나는 정치학을 전공한 주 교수가 LA에서 전문 법정통역사가 된 과정이 궁금했고, 그가 과연 통역과 재판이라는 두 전문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특강 전에 그가 보낸 강의록을 보면서 그가 특히 내 전공 분야인 통역에 대해 상당한 이해를 하고 있음을 알고 처음으로 놀랐고, 우리 학생들과 특강을 함께 들으며 그가 보여준 전문성에 대해 두번째로 놀랐다.

우선 그는 통역 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따로이 받지 않았음에도 통역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이해하고 관련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그가 통역한 LA 동포들을 통해 모국어의 중요성과 영어라는 외국어와 한국어의 관계 등의 언어학적 이치를 체득하고 있었다. 주어 없이 몇가지 동사로만 우리 말을 하는 나이 드신 동포 1세들, 통역사 시험을 치면 영어보다 우리말의 한자 용어에 쩔쩔매는 동포 2세들의 예는 한국인 통역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가 동시통역 부스가 없는 법정에서 재판관과 소송 당사자들의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부스 없는 동시통역>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LA, 뉴욕 등에서의 법정 통역은 수요가 많은만큼
 서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었고, 주 교수는 분명 <통역사로 태어난 사람>이었다. 또, 통역이라는 직종의 애환만큼이나 큰 매력을 꿰뚫고 있었다.

두번째, 법률과 재판에 대한 그의 지식은 완전히 현장에서 체득한 것으로
 법정통역에 대한 후배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귀한 선배>의 역할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이번 저서는 재판과 그 통역에 대한 얘기일 뿐 아니라 100년이 넘은 우리 미국 이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얘기다. 그의 얘기에서 우리는 LA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희로애락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힘겹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어렵게 살아갈 우리 동포들에게 한없는 연민과 동정심을 느끼며 그들을 도와야한다는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첫째, 국내의 법정통역을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고, 둘째, 법정 통역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어떻게 관련 공부를 시작할 지 몰랐던 후배 통역사들에게 법정통역에 뛰어들 수 있는 도화선이 되고, 셋째, 이 영어 법정 통역 이야기가 영어가 아닌 모든 다른 외국어의 법정 통역에 대한 연구와 실제 통역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외국어를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정에서 자신의 처지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는 LA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동포들이 맘 편히 먹고 웃으며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되기를 빈다.

나는 통역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법률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외국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모든 동포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법정 통역이라는 낯선 분야를 혼자 개척해 일가를 이룬 주준희 교수께 경의를 표한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겸
 통역번역 센터 소장
 곽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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