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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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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11-28 05:39 조회2,9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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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이 있는 날 많은 통역사가 떠나고 순진하게 내일(28일) 귀국 일정을 잡은 제자와 나는 남았습니다. 어제 핸드볼 긴급 회견에 날 보낸 제자가 아침 세팍타크로 경기장에 갔다온 후 점심을 먹고 다시 여자배구 결승전으로 가는데 따라갔습니다.

1-2 세트를 이기고도 3세트부터 무너진 것이 체력열세 때문인지 홈팀 텃세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13억 인구 중 1/2에서 뽑힌 중국 선수들이 힘이 더 좋아보였습다. 중국 감독은 "경험에 따른 노련함" 덕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오성홍기가 올라가면서 나오는 중국 국가를 한 번 더 들었습니다. "전진, 전진, 전진진"으로 끝나는 멜로디가 귀에 익어졌습니다.

회견장에 나오는 양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대부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서로 흘끗 한번 쳐다보는 정도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꼭 이겨야하는 적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여자배구팀의 박삼룡 감독도 기가 죽어 "패장은 할 말이 없다"고 하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편파판정 덕을 본 중국 팀만 농담을 섞어가며 질문에 답했습니다. 양팀의 선수들은 다 크고, 늘씬하고 건강하고 예뻤습니다,

저녁에는 약 1년 전 저를 처음 접촉했던 글로사 그룹의 베이징 지사 현지 직원 Simon을 초대해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통역사 채용의 뒷얘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의 AIIC 회원 모두에게 제안을 했는데 서울외대 통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시해와 7명을 채용했고 동시통역 용으로 나와 제자를 계약금액에 차이를 두고 초빙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상 외로 편한 호텔 선정에도 비용때문에 갈등이 있었다는 비밀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표한 후 베이징 로드라는 거리의 광저우 최대 쇼핑 몰 구경이나 하려고 택시를 탔지만 폐막식 때문에 봉쇄된 길이 많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 폐막식 중계방송을 보다가 잤습니다. <비>가 나오더군요. 중국 젊은이들 사이의 한류 열풍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400여 기자회견이 큰 말썽 없이 완료된 요인 중 하나가 통역사 용 호텔의 풉질이라고 믿습니다. 예상 외로 훌륭한 특급호텔의 안락함과 넓은 방, 고급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하루 세끼 모두 부페식으로 제공되는 식사는 통역사들의 컨디션과 사기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니 바가 닫힌 가운데 객실에 무제한 제공되는 생수만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요...여담이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코카콜라처럼 이번 대회에 무제한 무료 공급된 중국의 '왕로길(王老吉)"이라는 깡통 중국차는 너무 달아 인기가 없었는데 유독 북한 선수들만 눈에 띠는대로 집어 까 마시더랍니다. 설탕이 부족한 북한 실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면 뭘합니까?

밖에 나와서 봐도 이번 연평도 폭격 시에는 상부보고 없이 눈 딱감고 즉각 10배의 대응 사격을 퍼부어야했습니다. 바보같이 또 참고나서 영결식에서 <천배 복수하겠다>고 하면 뭘합니까? 천암함 때 <결코 잊지 않겠다>고 해놓고 다 잊고 나니까 또 얻어 맞았지요? 군대 안간 대통령 이하 모든 위정자들이 한심합니다. 새 국방장관은 좀 다르려나? 글쎄요, 모두 말들만 잘하셔서...  I doubt it!

작년 7월 광저우 바로 옆 셴젠의 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힘들어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경험이 있는 나는 이번 광저우의 17일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그러나 호텔에서 조금 느리지만 한번도 끊긴 적이 없는 인터넷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경기가 없는 오전과 밤 시간에 번역도 하고, 출제도 하고, 심지어 신문 기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 8월 셴젠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바로 더위와 위생, 그리고 숙박시설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중국 남부의 살인적인 더위는 사람의 혼을 뺄 뿐 아니라 관광 의욕마저 사라지게 만들더군요. 17일이라는 짧지않은 기간에 아무 사고 없이, 배탈 한 번 나지 않고 한국 통역사의 역량을 보이고 귀국하게 해주시는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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