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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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1-10-16 13:59 조회3,3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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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 후 해외여행을 자제했는데 전혀 예상 밖으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시켄트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몇 년전 우리 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하고 현재 의료통역사 교육을 같이 하고 있는 김 나제스다가 우즈벡의 고려인 출신일 뿐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나라에 가게 된 것은 그 나라 외교부 산하 대학의 통역센터 설립 요청에 대해 그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사업의 재정적 지원자가 바로 KOICA, 50년 만에 수원국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관입니다. 국가사업에 동참한 경력이 제법 화려한 나도 개발원조(ODA)를 주는 사업은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얼마쯤 줄 것으로 정해 놓고 상대방의 희망과 실제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첫 경험인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나 봅니다.
현지 대학총장 등 간부진과 통역담당 교수를 만나 사흘을 협의한 결과 우리 애경홀보다 좀 작은 영화관 시설에 동시부스 4개를 설치하는 공사 등으로 빛나는 국제회의장을 만들고 그 맞은 편 방에 부스 두 개의 우리 501-2호 만한 동시연습실을 하나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동시 시설은 아직 필요가 없음을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로 초빙된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우즈벡은 빈국이었습니다. 72년 동안 소련 위성국으로 있다가 독립했으니 36년 일제에서 독립한 우리보다 두배로 자주성을 잃고 있었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모국어 대신에 러시아어만 쓰고 있었고, 우즈벡 어는 새로운 용어들이 만들어 지기 전이었습니다. 우즈벡에 사는 120여 인종 중 하나인 고려인은 똑똑하고 근면한 사람들로 인정 받고 있고, 1주일간 우리를 통역한 안젤리카 킴이라는 여성도 훌륭한 러-한 통역과 매너로 보호본능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넷은 회선 용량이 작어 새벽에만 접속이 용이할 뿐 낮 동안은 끊기기 일쑤였습니다. 맛있다던 양고기도 서울의 양고기 맛과 차이가 없었고, 미인이 많아 김태희가 밭을 갈고 송혜교가 과일을 판다는 소문도 과장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멜론과 수박 맛은 괜찮았고, 햄버거와 함께 파는 케밥도 맛있었습니다. 7-8 시간 걸리는 비행과 4시간의 시차가 은근히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도 알아 다음부터는 꼭 비지니스 석을 타야 그나마 더 큰 골병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는 정권 하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그 양순한 국민들을 보며 우리를 빈곤에서 구한 박정희 대통령이 자꾸 고마워졌습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가지 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고, 그들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는 KOICA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KOICA의 박대원 이사장은 1987-8년 서울 올림픽 조직위 국제국에서 동료 과장으로 일했고, 전대완 주 우즈벡 대사는 고교 2년 후배로 러시아 전문 외교관이어서 그가 오찬 도중 해준 말씀은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건투를 빕니다...
ps: 1주일 내내 우리를 실어날랐던 우즈벡 기사는 약 65세의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로 재산을 털어 샀다는 현대 스타렉스 디젤 SUV에 대한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의 삼성 핸드폰 수신음은 영화 대부의 주제곡인 앤디 윌리암즈의 Speak softly, love 였는데, 끝까지 들어보자는 나의 장난기 어린 요청에 약 이틀간 수십번을 들려주어 같이 간 관계자들의 귀를 아프게 했습니다...(끝)
김은혜 (2012-03-07 11:55:53)
교수님 타쉬켄트 다녀오셨네요! 이제야 글을 읽어서 민망하지만 반갑습니다^^ 부스가 설치되는 곳은 혹시 동방대학인가요? 동시부스도 설치하고, 통번역센터도 세운다니, 반가운 소식이네요!!
곽중철 (2013-04-19 17:58:17)
댓글을 이제야 봤네... 외교부 산하 정치와교대학이던가?
그런데 갑자기 대학을 바꾸겠다고 해서 우리 측이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연기되고 있다네...
그 사업의 재정적 지원자가 바로 KOICA, 50년 만에 수원국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관입니다. 국가사업에 동참한 경력이 제법 화려한 나도 개발원조(ODA)를 주는 사업은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얼마쯤 줄 것으로 정해 놓고 상대방의 희망과 실제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첫 경험인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나 봅니다.
현지 대학총장 등 간부진과 통역담당 교수를 만나 사흘을 협의한 결과 우리 애경홀보다 좀 작은 영화관 시설에 동시부스 4개를 설치하는 공사 등으로 빛나는 국제회의장을 만들고 그 맞은 편 방에 부스 두 개의 우리 501-2호 만한 동시연습실을 하나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동시 시설은 아직 필요가 없음을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로 초빙된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우즈벡은 빈국이었습니다. 72년 동안 소련 위성국으로 있다가 독립했으니 36년 일제에서 독립한 우리보다 두배로 자주성을 잃고 있었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모국어 대신에 러시아어만 쓰고 있었고, 우즈벡 어는 새로운 용어들이 만들어 지기 전이었습니다. 우즈벡에 사는 120여 인종 중 하나인 고려인은 똑똑하고 근면한 사람들로 인정 받고 있고, 1주일간 우리를 통역한 안젤리카 킴이라는 여성도 훌륭한 러-한 통역과 매너로 보호본능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넷은 회선 용량이 작어 새벽에만 접속이 용이할 뿐 낮 동안은 끊기기 일쑤였습니다. 맛있다던 양고기도 서울의 양고기 맛과 차이가 없었고, 미인이 많아 김태희가 밭을 갈고 송혜교가 과일을 판다는 소문도 과장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멜론과 수박 맛은 괜찮았고, 햄버거와 함께 파는 케밥도 맛있었습니다. 7-8 시간 걸리는 비행과 4시간의 시차가 은근히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도 알아 다음부터는 꼭 비지니스 석을 타야 그나마 더 큰 골병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는 정권 하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그 양순한 국민들을 보며 우리를 빈곤에서 구한 박정희 대통령이 자꾸 고마워졌습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가지 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고, 그들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는 KOICA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KOICA의 박대원 이사장은 1987-8년 서울 올림픽 조직위 국제국에서 동료 과장으로 일했고, 전대완 주 우즈벡 대사는 고교 2년 후배로 러시아 전문 외교관이어서 그가 오찬 도중 해준 말씀은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건투를 빕니다...
ps: 1주일 내내 우리를 실어날랐던 우즈벡 기사는 약 65세의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로 재산을 털어 샀다는 현대 스타렉스 디젤 SUV에 대한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의 삼성 핸드폰 수신음은 영화 대부의 주제곡인 앤디 윌리암즈의 Speak softly, love 였는데, 끝까지 들어보자는 나의 장난기 어린 요청에 약 이틀간 수십번을 들려주어 같이 간 관계자들의 귀를 아프게 했습니다...(끝)
김은혜 (2012-03-07 11:55:53)
교수님 타쉬켄트 다녀오셨네요! 이제야 글을 읽어서 민망하지만 반갑습니다^^ 부스가 설치되는 곳은 혹시 동방대학인가요? 동시부스도 설치하고, 통번역센터도 세운다니, 반가운 소식이네요!!
곽중철 (2013-04-19 17:58:17)
댓글을 이제야 봤네... 외교부 산하 정치와교대학이던가?
그런데 갑자기 대학을 바꾸겠다고 해서 우리 측이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연기되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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