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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의료관광 로드쇼(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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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7-21 07:37 조회3,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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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세 뉴욕 특파원 jspark@chosun.com
입력 : 2009.07.20 22:14 / 수정 : 2009.07.20 23:25

얼마 전 뉴욕에서 타미플루 처방을 받았더니 186.99달러(약 23만원)를 물리더라고 칼럼을 썼는데 댓글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미플루를 비보험으로 받아도 처방료, 약값, 조제료를 모두 포함해 3만5000원밖에 안 든다는 것이다.

비단 타미플루뿐만 아니다. 미국에서 조금만 생활하다 보면 미국의 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껴진다. 연간 수천달러의 보험료를 내도 잠깐 병상에 올라 의사의 진찰을 받으면 보통 100달러 이상씩 낸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의료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보면 한국은 의료관광 허브로서 경쟁력이 있다. 지난 16일 뉴욕 힐튼 호텔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NAACP(유색인종 지위 향상을 위한 협회)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쪽 구석에서 치러진 우리 정부의 로드쇼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 여행·보험회사 관계자들은 한국의 의료 현실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에선 심장우회 수술을 미국의 4분의 1 가격에 받을 수 있고, 직원들에게 저렴한 한국 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면 5000명을 고용하는 기업의 경우 연간 12만~250만달러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들은 눈을 반짝였다. 여행정보서비스업체 사장인 해리슨 컨딧은 "환자, 기업, 보험회사, 한국 등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평가했다.

미국 의료시장은 지금 어느 때보다 한국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의료개혁은 불가피하게 의사들의 진료 단가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는 외국 의료기관과 경쟁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또 재정적자에 허덕여 단기 차용증까지 발행한 캘리포니아 등 각 지방정부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외국의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도입할 유인이 있는 것으로 의료보험 마케팅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런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 곳곳에 많다. 태국, 싱가포르 등은 의료허브 경쟁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로드쇼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우리는 무심히 넘어가는 한국만이 지닌 강점을 강조했다. 의료관광전문업체 사장인 제프리 카터는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LG전자의 냉장고를 쓰는 미국인들에겐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세련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준다"며 태국, 인도 등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미국인이자 '전남 순천 촌놈'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쇠젓가락 문화를 가진 한국의사의 우수성은 내가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으며, 한국은 의료 장비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 소장은 "최근 한국이 의료관광사업에 속도를 내자 싱가포르가 의료수가를 30%가량 내렸다"며 "하지만 실력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싱가포르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관광 허브 전략을 최근에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미흡한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령 이날 로드쇼만 하더라도 최종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 기업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미국 기업이 보험회사와 계약을 통해 한국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책이나 구체적인 계약사례 등이 없어 당장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은 답답해했다. 세계의료관광은 오는 2012년에는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우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는 서양의 속담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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