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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고문: 광저우 현장의 남북한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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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11-22 13:48 조회3,5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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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 11. 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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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광저우 대회 현장의 '남북한 통역 분단'
•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입력 : 2010.11.22 23:13

이번 광저우 아시아대회는 선수들의 기자회견 통역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한국어•일어•아랍어•러시아어 등 4개 국어 '전문' 통역사를 언어당 10명씩 초빙했다. 연구년 중 부름에 응한 필자는 특히 북한 통역사와 함께 통역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필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회를 보이콧하려는 북한을 달래려 로잔 IOC 본부에서 열린 4차례 남북체육회담에서 '통역의 남북 분단'을 이미 체험한 바 있다. 즉 회의장 중앙에 당시 사마란치 위원장 등 IOC 인사들이 앉고, 좌우로 남북한 대표단이 앉아 협의하는데 좌우 끝 2개의 통역부스에서 남북한 통역사가 각각 통역했다. IOC 인사들은 남한 대표가 발언할 때 남한 통역사의 영어 통역을 듣고 북한의 발언은 북한 통역사의 통역을 들었다. 그러다가 IOC측의 중재 발언은 남북대표단이 각각 자기편 통역을 들었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 북한은 남자농구와 여자축구팀 회견 등에 별도 통역사를 대동했고 자연스레 남북한 통역도 분단되었다. 문제는 북한이 자기네는 '조선', 한국은 '남조선'으로 고집하는 데서 비롯됐다. 전문통역사 같지는 않았지만 농구팀은 중국어 통역을, 축구팀은 영어 통역을 데려왔다. 회견 전 조직위 측은 필자에게 북한을 영어로 부를 때 'North Korea'가 아니라 'DPRK'로 불러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필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우리 농구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우리말로 통역할 때 '북한'이라고 한 것도 북한의 불만을 샀다. 북한의 통역사가 눈을 부라리며 중국어로 "북한이 아니잖아요?"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분단 통역'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일본 기자가 중국어를 모르는 필자에게 귀띔해줘 알았다. 생뚱맞게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 팀 감독이 어리둥절할 텐데 어쩌란 말인가?

국제무대에서 자기네를 '북한'이라 부르지 말라면서 우리를 꼭 '남조선'이라고 하는 그들의 또 다른 '생떼'가 문제인 것이다. 그 밖에 북한 사람들의 발언과 통역을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서로 다른 용어 때문만이 아니라 특유의 '억양'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연설이든 통역이든 한결같은 '비장한' 억양은 아무래도 귀에 익지 않았다. 통역대학원에 '북한 억양 이해하기' 강좌라도 열어야 할까 보다. (끝)

원문:      광저우 아시안 게임의 남북한 통역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이번 광저우 아시안 게임의 조직위원회는 메달리스트들의 경기 후 기자회견 통역에도 많은 노력과 예산을 썼다. 중국어 외 한국어, 일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 4개 국어 통역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전문’ 통역사를 언어당 10명씩 초빙했다. 이들을 위해 UN 수준의 통역료 외에 항공료, 특급 호텔 숙박료, 식대 등을 모두 부담했으니 결코 작은 성의가 아니었다.
연구년 도중 그들의 부름에 응한 필자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등을 통역한 경험이 있으나 직접 경기장 회견장에서 선수들을 통역하기는 처음이라 느끼는 점이 많았다. 특히 북한 선수단을 직접, 혹은 북한의 통역사와 함께 통역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필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회를 보이콧하려는 북한을 달래려 IOC가 로잔느 IOC 본부에서 주최한 4차례의 남북체육회담을 모두 통역하면서 ‘통역의 남북 분단’을 이미 체험한 바 있다. 즉 IOC 본부 회의장 중앙에 고 사마란치 위원장 등 IOC 인사들이 앉고, 좌우로 남북한 대표단이 앉아 서울올림픽의 남북한 분산 개최 등을 협의하는데 좌우편 끝에 있는 두 개의 동시통역부스에서 남북한 통역사가 각각 통역을 했다. IOC는 남한 대표가 발언할 때 남한 통역사의 영어 통역을 듣고 북한 대표의 발언은 북한 통역사의 통역을 들었다. 그러다가 IOC 측의 중재 발언은 남북대표단이 각각 자기편 통역사의 통역을 들었다. 물론 남한 대표가 북한 측 통역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상대방의 의중을 재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로 통하는 자기편 통역을 들어야 했다. 남북한은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데 용어와 억양의 차이 때문에 자기 편 통역을 듣는 것이 쉬운 까닭이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 북한은 남자농구와 여자축구 대표팀 회견 등에 별도의 통역사를 대동했고 자연스레 남북한의 통역은 분단되었다. 문제는 북한이 자기네는 ‘조선’, 한국은 ‘남조선’으로 고집하는 데서 나왔다. 전문통역사 같지는 않았지만 농구팀은 중국어 통역을, 축구팀은 영어 통역을 데려왔다. 회견 전 중국 조직위 측은 필자에게 북한을 영어로 부를 때 ‘North Korea’가 아니라 꼭 ‘DPRK’로 불러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필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우리 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우리말로 통역할 때 ‘북한’이라고 한 것도 북한의 불만을 샀다. 즉 우리 농구팀 감독에 대한 질문을 우리말로 통역하면서 필자가 ‘북한’이라고 하자 북한의 통역사가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부라리며 중국어로 “북한이 아니잖아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분단 통역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일본 기자가 중국어를 모르는 필자에게 귀띔해 주어 알았다. 필자가 생뚱스럽게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 팀 감독이 어리둥절할 텐데 어쩌란 말인가?
국제무대에서마저 자기네를 ‘북한’이라 하지 말라면서 우리보고는 꼭 ‘남조선’이라고 하는 그들의 또 다른 ‘생떼’가 문제인 것이다. 또 한가지, 북한 사람들의 발언과 통역을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우리와 다른 그들의 용어 때문이 아니라 북한 특유의 ‘억양’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코너킥’을 ‘모서리 차기’라고 하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으나 연설이든 통역이든 한결 같은 ‘비장’한 억양은 아무래도 귀에 익지 않았다. 남북통일이 늦어지면 통역대학원에서 ‘북한 억양 이해하기’ 강좌를 따로 열어야 할까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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